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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29일

[기고] 문재인은 이성애자래요

 

테레비를 틀면 볼 수 있어요

장면 1 : 전국으로 방송되고 있는 대선토론회에서 “군에서 동성애가 굉장히 심하다. 군 동성애는 국방전력을 약화시키는데 어떻습니까?”이라는 질문이 던져진다. 현재 당선이 유력한 대선후보 문재인은 “예, 그렇게 생각합니다”라고 답한다. “그래서 동성애 반대하십니까”라는 질문이 한 번 더 던져진다. 문재인은 “예, 반대하죠”라고 답한다. 다시 한 번, “동성애 반대하십니까”라는 질문이 던져진다. 문은 “그럼요”라고 답한다. 옥신각신하다가 다시 한 번, “분명히 동성애는 반대하는 것이죠”라는 말에 문은 다시 한 번 “네, 저는 좋아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한다. 이들이 나눈 문답은 분명 존재한다.

 

장면 2 :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이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해 형사처벌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이에 육군 중앙수사단 사이버수사팀이 복무 중인 동성애자 군인 수십 명을 표적하여 집중 색출 및 강압조사를 실시한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육군 중앙수사단이  동성 간 성관계 여부와 무관하게 동성애자 군인을 무차별적으로 수사 대상에 올렸다는 증거는 크게 세 가지라고 한다. 하나, 동성애자로 유추되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단초로 수사를 개시한 것. 둘, 게이 데이팅앱을 이용해 여러 건의 함정수사를 벌인 것. 셋, 수사 대상자를 회유해 다른 군인들에 대한 탐문 수사를 진행한 것. 육군참모총장의 명령과, 명령에 따른 수사는 분명 존재한다.

 

장면 3 : 대한민국 헌법의 평등 이념에 따라 성별, 장애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자는 취지의 차별금지법은 2007년 최초로 입법이 예고되었으나 의회선교연합에서 “동성애가 확산하면 안 된다고 교육할 수 없어진다”고 주장하면서 성적 지향에 대한 항목이 제외된 채로 진행되었다. 그 후로도 여러 논란이 있었고 차별금지법은 2017년 현재까지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에 “성적 지향”에 따라 차별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는 이유로 “동성애 합법화하는 법”이라며 반대하는 단체들은 분명 존재한다.

 

장면 4 : 대선후보 인터뷰에서 한 대학신문 기자가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차별금지법에 대해 묻는다. “구성원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토론과 합의를 통해 만들어야 할 법안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국민들 사이에서 논쟁거리가 생기더라도 한 국가의 대통령이라면 해당 논쟁에 대해 답을 내리고 분명한 방향으로 국민을 이끌어가야 할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안 지사님께서 말씀하시는 정당정치에 대한 방향제시도 그런 부분이 있다. 지방분권도 토론과 합의가 필요하고, 노동유연화도 토론과 합의가 필요하고, 모든 법안이나 정책 방향엔 토론 과정이 필요한데, 헌법적 가치에도 상응하는 차별금지법에만 굳이 이처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대답하시는 이유가 무엇인가?”. 안희정 충남지사는 “그건 현실적으로 선거를 앞둔 정치인의 처지를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대답한다. 현실적으로 선거를 앞둔 정치인도 분명 존재한다. 나는 존재하는 이들의 존재하는 말에 대해 끝없이 쓸 수 있다.

 

 

당신은 이성애자인가요

의문이 생긴다. 이들이 반대하거나, 처벌해야 하거나, 합법화하면 안 되거나, 아직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무언가”는 존재하는가. 그럴 것이, 보통은 어떤 행위에 대해서 반대를 하지 존재하는 무언가에 대해서 반대하지는 않는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반대한다고 하는 말은 평범한 정치적 의사표현이지만, “문재인”을 반대한다는 말은 무언가 이상하다. 이 말이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회에서 문재인을 반대한다는 말은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해석 1, 문재인의 존재 자체를 반대한다. 해석 1에 따르면, 문재인의 존재에 찬성하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문재인을 존재하지 않는 상태로 두면 된다. 해석 2, 문재인의 존재를 구성하는 부분들 중의 어떤 부분을 반대한다. 해석 2에 따르면, 문재인의 존재를 구성하는 부분들 중의 어떤 부분, 예를 들어서 문재인은 자신을 남성이라고 생각한다는 부분이나, 문재인이 여성에게 성적으로, 혹은 로맨틱하게, 혹은 어떤 방식으로든 끌린다는 부분을 문재인으로부터 떼어내서 제거하면 된다.

 

이것은 철학적 가정이 아니다. 어떤 존재하는 사람들은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반대하며, 존재하지 않는 상태로 두고 싶어 한다. 어떤 존재하는 사람들은 성소수자의 어떤 부분들을 떼어내서 제거하고 싶어 하고, 그걸 치료나 해결이라고 부른다. 내 경우에, 존재하지 않는 상태는 보통 자살로 이어지고, 어떤 부분들을 떼어내거나 숨기거나 부정하는 것은 정신질환 등의 고통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성소수자의 자살률과 정신질환에 대해서는 유의미한 통계자료가 존재하지만 아무도 모르니 없는 걸로 치자.

 

그럼에도 당신이 반대하거나, 처벌해야 하거나, 합법화하면 안 되거나, 아직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성소수자”는 존재하는가. 그 때 대선토론에서 문재인이 반대한다고 말할 수 있었던 이유, 지금까지 어떤 사람들이 반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성소수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반대한다”고 말한다고 내 눈앞에서 나에게 쌍욕을 날리고 내 멱살을 잡을 성소수자가 어디에 존재하나. “반대한다”고 말한다고 내가 경찰서에 가기라도 하나, 직장을 잃기라도 하나, 지지율이 떨어지기라도 하나. 존재하지 않으니까 반대해도 별로 상관이 없다. 나, 지지율 40% 이상의 대선후보 문재인은 이미 선명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누가 묻는다면, 그래요, 현실적으로 선거를 앞둔 정치인의 처지를 이해해 주십시오.

 

제대로 존재하기 위해서, 사람으로 살아가는 기분을 알기 위해서 만들어야 하는 제도들이 무진장 많고 무한대로 미뤄지고 있는데 아직도 존재하는지 안 하는지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개인을 구성하는 정체성인 성적 지향을 뜻하는 동성애와 “동성”끼리 섹스하는 행위와 동성 간 성추행(군대 내에서 높은 계급을 단 이성애자의 위계 폭력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한다)을 구별하지 못하는 인권변호사, 그래서 자신의 발언에 대해 “군대 내 동성애를 반대한 것”이었다고 해명하는 지지율 40%짜리 대선후보를 두고 있다. “동성애는 하늘의 뜻에 반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금지가 아니고 엄벌을 해야 한다”는 대선후보가 지지율 12%다. 동성애자가 아닌 성소수자는 대선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대선토론 직후에 지인들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내가 존재한다고 알린 성소수자들의 얘기를 듣는다. 대선토론 다음날 문재인 앞에 찾아가 기습시위를 한 성소수자 단체에 대한 기사를 읽는다. 한예종에서는 “나는 군 입대를 앞둔 성소수자다 나도 잡아가라”는 대자보를 봤다. “더이상 성소수자를 지우지 마세요. 우리는 바로 여기에 존재합니다”라고 쓴 대자보도 봤다(못 봤으면 찾아보자).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은 이런 글을 썼다.

 

 

띵동의 상담을 통해서 여러 가지 위기 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을 만나지만 띵동은 늘 자신있게 얘기했습니다. 지금 외롭고 불안하고 미래가 걱정되겠지만, 당신의 삶은 나아질 거라고, 분명히 잘 살아갈 수 있다고. [⋯] 하지만 [⋯] 띵동에 찾아오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 이제 잘 살아갈 수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무엇도 절망을 덜어낼 수 없지만, “그럼에도 띵동은 청소년 청소수자들과 함께 합니다. [⋯] 우리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 무엇도 고통을 덜어낼 수 없지만, 여전히 문재인은 사람이 아니라 (아마) 이성애자 사람입니다.  

 

 

그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