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017년 4월 29일

우리는 만나야 한다, 같은 광장 위에서

지난 13일, ‘청소노동자와 대학생 공동행동’ 행사 개최

 

고려대학교 이공계 노벨 광장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등에 ‘청춘 청소노동자 실천단’이라고 적힌 파란색 조끼가 눈에 띈다. 우리 학교 과잠을 입은 대학생도 있다. 모두의 시선은 앞에나서 안무를 지도하고 있는 어두운 피부의 남자를 향해 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가사에 맞춰 손가락 여러 개가 전방과 하늘을 찌른다.

 

이 돈으로 살아봐 네가 한번 살아봐 / 어떻게든 산다고 함부로 말하지 마 / 사람답게 사는 건 모두 똑같은 거야/ 그 누구의 인생도 최저 인생은 없어(생활임금 쟁취 투쟁의 노래)

 

삼십 분 뒤에 있을 플래시몹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날 이들은 노벨 광장에서 첫 무대를 가진 후, ‘최저 임금 1만 원’이 적힌 노란 풍선을 들고 행진했다. 구호는 “최저임금 1만 원으로, 우리 문제 해결하라”였다. 인문계 민주광장에서 또 한 번의 플래시 몹을 마무리한 뒤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해산했다.

 

행진을 할 때 노조 측에 집회에 참여한 동기를 물어보았다. 최수연 분회장은 광운대 연대를 대표하여 “청소노동자 대회는 2013년도에 결성해서 5회째인데 처음 참가했다”며 “우리는 청소노동자이기 때문에 청소노동자들도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야 되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란 풍선의 문구 ‘최저임금 1만 원’에 대해서는 “임금이 너무 저임금이다”라고 지적했고, 저임금이 청소노동자에게만 해당하는 내용이 아님을 덧붙이며, “우리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하는 청년들을 위해서”도 목소리를 내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조두환 서경지부 수석부 지부장은 “최저임금 1만 원 캠페인으로 각 대학 청소 노동자가 주체가 되어 실천단을 구성하면서 시작한 일”이라고 말했다. “시급 1만 원이 되어야 우리 노동자들도 살 수 있는데, 이것은 서경지부만의 문제가 아니고 여기 참가한 청소 노동자들과 청년들의 시급도 너무 얕다”며 역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사회적인 캠페인을 지금 서경지부에 선두로 서서 하는 겁니다.”

 

한편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청소 노동자 현실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서세은 씨 (고려대 가정교육학과)는 “예전에 고려대에서 했던 토크쇼에서 이 행사를 알게 되어 참가하게 되었다”며 노동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나도 나중에 취업하게 될 텐데 최저 임금 1만원이 보장된다면 그것은 나한테도 좋은 일이 아니냐. 그런 것들을 학생 때부터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학교에선 학내 동아리 돌곶이포럼이 참가했다. 신재솔(영상이론과, 돌곶이포럼 소속) 씨에 따르면 돌곶이포럼은 학내 노조의 상위 기관인 서경지부로부터 올해 3월에 이 공동행동에 대해 제안을 받았다. 돌곶이포럼은 그동안 ‘노동’, ‘경제’, ‘여성’, ‘예술’ 문제에 있어 동아리 차원으로 고민해 왔다. 그런데 그 주제들에 대하여 올해 그동안 현실의 맥락과 유리된 학술적인 토론에 치중해온 것에 문제점을 느꼈다. 문제 당사자들과 함께 만나 같이 할 수 있는 활동들을 만들어나갈 방법들을 고민하던 차에 (13일 이후에도 계속될) 공동행동 기획에 참가하게 되었다. 더불어 돌곶이포럼은 학내 노조가 부재했을 때 [청소노동자 실태조사 활동]을 하면서 만들어진 동아리이기 때문에, 청소노동자와 연대하는 것이 돌곶이포럼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기도 한다.

 

김동현 씨(방송영상학과, 돌곶이포럼 소속)는 청소노동자가 간접 고용된 현실에 대해 자신은 “아웃소싱(위탁)을 경험한 사람”이기에 남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간접 고용의 철폐]는 조금이나마 더 화제가 되어야 합니다. 하청 노동자, 임부 그들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청와대에서의 군복무 당시를 얘기하며 청소 노동자들이 겪었던 일들을 자신도 겪었다고 덧붙였다.

 

 

청소노동자들이 겪었던 일에서 김동현 씨가 공감한 부분은 정확히 어디였을까. 사회진보연대 이소형 조직국장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 선언>에서 청소 노동자에 따로 지면을 할당한 뒤 [저임금], [불안정한 고용형태], [휴게 공간], [식대 미지급] 등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1]그런데 노조가 생기기 이전, 우리 학교 청소 노동자 뿐만 아니라 타 대학 노동자들, 더 나아가 간접 고용된 하청 노동자들의 근로 환경 속에서도 이런 문제 사항들이 같은 양상으로 나타나 왔다.

 

노조가 설립 되기 이전, 노동자들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얼룩진 4호>를 펼쳤다. 청소 노동자 실태 조사가 시행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익명의 학생이 쓴 일지였다.

 

2012년 5월 9일, 그 학생은 식사시간에 미화원에게 근로 도중 힘든 점에 대해 질문을 던졌고 미화원은 공동 작업이 가장 힘들다고 답했다. 근로 계약을 할 당시에 한 달에 한두 번이 될 것이라고 안내받았던 일이 네다섯 번이었다며 동료들과 계약서를 증거로 항의하고 싶지만, 일 년마다 맺는 고용 계약 때 불이익을 받을까 봐 그러지 못한다는 것이다.[2]

 

교내 미화원은 용역 업체를 상대로 1년마다 재계약을 인정받아야 했다. 당시 우리 학교 미화원들이 소속된 용역 업체는 ‘(주)거성 GMS’였다. 국가기관인 학교는 ‘조달청 나라 장터’에 용역업체에 대한 입찰 공고를 올려 용역업체를 선정한다. 그래서 당시 그 미화원은 “고용 계약 해지 통보 문자”가 두려워 “1월 1일 새벽”마다 다들 떤다고 말했다.

 

2012년 5월 16일과 17일 자 다이어리에선 ‘휴게실 문제’에 대해 알 수 있다. 이 글에서 학생은 휴게실에서 미화원들과 커피와 고구마를 나눠 먹었던 날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날 그들은 팀장에게 함께 있는 모습을 들킨다. 팀장은 ‘학생들의 휴게실 출입’을 금지하겠다며 청소 노동자들에게 ‘다시는 학생들을 만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게 했다. 학생은 “휴게실이 쉴 수 있는 공간 아니”라고 단정한다. 학교 휴게실의 개방 시간이 짧다는 것과 바로 옆에 팀장실이 있어 편하게 쉴 수 없다는 것을 이유로 말했다. 다른 학교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던 듯 하다. 지금은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2010년 성신여대의 휴게실은 남자 화장실 변기 위에 판자만 깔아놓은 형태였고, 고려대학교 휴게실은 너무 비좁은 탓에 청소노동자들을 비트실(전기 설비나 각종 배관이 지나가는 장소)로 내몰았다고 한다.[3]

 

계약 조항 이행과 휴식이란 기본적인 복지 같은 당연한 권리를 요구하는 일도 간접 고용된 처지에선 힘들다. 노조가 없으면 노조 설립 이전에는 노동자 개인이 총장실과 학보사에 항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내에서 청소 노동자들을 위한 노조가 생긴 것은 2012년 8월이었다.[4] 그 이후에서야 노동자들은 노조 교섭자리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용역업체 회사 임원들을 동등한 위치에서 만날 수 있었다.

 

“평소 얼굴도 보기 힘든 회사 임원들을 바로 앞에서 본다니까 처음에는 엄청 떨렸죠. 뭔가 협상 테이블에 앉아있으려니 민망하기도 하고. 그래도 겉으론 안 떨려고 많이 노력했어요.”[5]

 

그러나 용역업체도 학교로부터 선정된 위치이기 때문에 교섭 결과를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원청(사용자)인 학교가 결과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2013년 노조 파업 당시 시설관리과 아무개 주무관은 파업에 대하여 “이번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문제는 학교가 아닌, 노조와 계약회사 간의 문제이지 학교와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며, “학교는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파업에 대한 후속 대책에도 “그것 또한 노조와 계약한 업체가 합의하여 결정한 것이 없으므로 [우리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참고기사 제229호 “모른다고만 하면 어떡하나”)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를 지 모르지만 청소 노동자들에 대한 학교의 지속적인 관심은 여전히 중요하다. 최수연 연대 분회장에 따르면 광운대 미화원들도 하청노동자이다. 광운대에선 지금껏 5년 동안 한 용역사가 계속 관리해오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3월 마지막 날이 재계약 날짜였음에도 아직까지 재계약이 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앞으로도 계속 수의계약으로 진행할지조차 미지수인데 학교는 아직 유보 상태라고 한다.

 

개인의 항의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나’, ‘당신’, ‘저들’과 ‘우리’는 법과 제도가 인정하는 [간접고용] [최저임금 6470원] 아래에서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서로 다른 경험들 속에서 연결 지점을 찾아야만 문제의 원인에 가닿을 수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만나야 한다.

 

 

 

하나경 기자

goodtell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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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 이소형 조직 국장, 2010. 5-6. 94호, 59페이지,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 한예종 청소노동자가 노동조합을 만들기까지”, 관리자, 2012, 11월 11일, 얼룩진 4호

[3] 한예종 청소노동자가 노동조합을 만들기까지”, 관리자, 2012, 11월 11일, 얼룩진 4호

[4] 학내 노조 정식 명칭은 ‘한예종 분회’이다. 한예종 분회의 정식 명칭은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이하 서경지부) 한예종 분회>이다. 앞에 명시된 조직이 이후에 언급된 것 들의 상위 조직인 셈이다. 민주노총 산하의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공공, 운수, 사회서비스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우리 학교가 공공 기관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한예종 분회가 이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5] “여기 아줌마가 어딨어요?”,관리자, 얼룩진2013년 10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