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2017년 4월 14일

독립잡지 기획2
문학과 죄송사

책은 지나치게 많지만 동시에 지나치게 부족하기도 하다. 수업시간에 만나는 절판된 책들부터 번역의 문제로 구하지 못하는 수많은 글들은 아쉬움과 궁금함으로 얼룩져 결국은 그 색을 잃어간다. 우리에게는 책이 아주 많지만 그 책들 사이의 넓은 공백도 함께 갖고 간다. 현실적 이유와 한 토막의 게으름때문에 우리가 놓치는 다른 이들의 ‘표현’이 너무 많다. 하지만 이 공백에 좁게라도 색을 칠하는 책이 있다. 온라인을 통해서, 또한 곳곳에 보이는 독립 서점을 통해서 구할 수 있는 독립잡지들이다. 우리는 종종 잡지를 통해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이의 표현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그걸 토대로 또다른 표현을 만들어가기도 한다. 하나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기도 한 책은 그래서 다양해야 하고, 더욱 많아져야 한다. 우리가 놓치는 다른 이의 생각과, 표현하지 못하는 우리의 창작을 위해서라도 그렇다. 현재의 예술이 어떠한 움직임을 갖고 있는지, 그 모양이 어떤지를 보기 위해서 몇 가지의 예술관련 독립잡지들을 소개해보려 한다. 그들이 어떤 색의 물감으로 공백을 메꾸고 있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 그 공백이 지향하고 있는 목표점이 어디인지를 알기 위해서다. 이 기획을 통해 여러분이 창작과 표현의 결을 다양화했으면 한다. 누구나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라고 내지 못할 것도 아니다.

 

최근 SNS상에서 핫하게 떠오른 이름은 ‘문학과 죄송사’이다. ‘문학과 죄송사’에서 이번에 공지한 ‘2017TT’ 공모전은 ‘신춘문예’ 낙선작을 대상으로 시들을 모았고 이를 출판준비 중이다. 문학과 지성사라는 이름과 아주 비슷하지만 ‘죄송’하다는 의미에서 알 수 없는 씁쓸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바늘구멍 같은 등단을 목적으로 삼아야 하고, 그 바늘구멍을 통과하지 못하면 문학계에서 살아남기 힘든 현실에서, 작은 문학인들이 외치는 것은 결국 “죄송하다”는 말일 것이다. ‘문학과 죄송사’의 대표인 박준범 작가는 “평가는 누군가에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누군가의 작품을 다른 이가 선별하고 평가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간단하면서 쉬운 문제는 아니다. 더군다가 그 과정이 당사자의 시간들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문학과 죄송사’는 그 대안으로 출발한다. ‘선택과 평가에서 배제된 이들이 만드는 시집’, 혹은 ‘엠블럼이 없는 이들도 대중 앞에 내놓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아인슈타인은 “위대하고 감동적인 모든 것은 자유 안에서 일할 수 있는 자들에 의해 창조된다”고 말한다. ‘문학과 죄송사’를 총괄하는 박준범에게 ‘문학과 죄송사’를 만들게 된 과정과 그의 생각에 대해 물었다.

 

‘문학과 죄송사’가 가지는 정체성이 궁금하다. 하나의 출판사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가?

 

시집으로 만들어 보고 싶은 기획이 있을 때 ‘문학과 죄송사’의 이름으로 작업한다. 하지만 [내가 직접] 투고를 받거나 의뢰를 받진 않는다. ‘문학과 죄송사’에서 시집을 출판하고 싶은 사람은 알아서 직접 출판하고 나에게 알려주면 된다. 그 이후 ‘문학과 죄송사’의 SNS계정(https://www.facebook.com/moonjoibooks)으로 출판소식과 책 관련정보를 홍보한다. 쉽게 말하면 ‘문학과 죄송사’는 출판사의 이름을 공유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문학과 죄송사’를 만들게 된 계기와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싶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는데 예정보다 오래하게 되어 돈이 좀 모였다.

이 돈으로 뭘 할까 하다가 그간 써놓은 시들이 생각났다. 그 시들로 시집을 한 번 만들어보자 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 시집하면 먼저 생각나는 것이 ‘문학과 지성사’ 시인선의 표지였다. 그걸 그대로 따라 만들어서 대형서점 ‘문학과 지성사’ 시 코너에 몰래 숨겨놓으면 조금은 시선을 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문학과 지성사’의 이름까지 따라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생각한 게 ‘문학과 죄송사’였다.

 

시를 가져오고, 교열하고, 디자인하고 출판까지 하는 일이 간단할 것 같지는 않다. 모든 걸 혼자서 진행하는지, 혹은 도와주는 이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알게된 분 중에 출판일을 하셨던 분이 계셨다. 계획을 말씀드렸더니 좋다고 하시면서 출판 과정의 많은 부분을 도와주셨다. 시집 우주는 잔인하다의 말미에 들어갈 해설을 당시 내가 SNS에서 팔로우 하고 있던 피코테라라는 분에게 부탁했다. 그 분을 직접 만나본 적도 없었지만 흔쾌히 글을 주셨다. 이를 계기로 친해지게 되었고 이런 저런 기획들을 함께 하게 되었다.

 

 

‘문학과 죄송사’라는 이름이 독특하다. 어떤 의도로 지은 이름인가?

 

‘문학과 지성사’와 비슷한 이름을 생각하니 바로 생각난 것이 ‘문학과 죄송사’였다. 여러가지 의미로 비쳐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정했다. 무슨 의미든 여러가지 의미로 비쳐질 수 있겠다는게 중요했다.

 

수익이나 책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자금은 어디서 마련하는가?

 

소규모 출판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간 출간한 책들이 손익을 넘겼다. 항상 다음 책 300-500부 정도 만들 자금은 남아있는 상태다.  

 

이번에 진행했던 ‘2017TT’ 공모를 보니 신춘문예 낙선작을 대상으로 했다. 공모를 받을 때 낙선되는 하나의 공모전을 정해놓고(이번같은 경우 ‘신춘문예’로) 공모를 받았는지, 혹은 받을 예정인지 궁금하다.

 

매번 공모를 통해 시집을 만들진 않는다. 낙선작을 모아 시집을 만드는 기획도 내년에 다시 하게 될 지에 대한 예정은 없다. 그냥 그때 그때 생각나는 것들이 괜찮다 싶으면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시작하는 편이다. 일년에 한 두 권 정도만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이제 벌써 4년차에 접어들었다. 총 5권의 책이 나왔다고 알고있는데 각 책에 대한 설명을 듣고싶다.

 

우주는 잔인하다PoPoPo는 내가 쓴 시집이다. 「우주는 잔인하다」는 예전부터 써 두었던 개인적인 이야기, 시들을 정리해 본 것이었고 「PoPoPo」는 장난같은 작업이었다. 살면서 통과하게되는 텍스트들을 구글 번역기로 일본어 영어 한국어 순으로 번역해서 나온 글을 시라고 우겨본 것이다. 「시걸립」은 영화 <만신>(2013)을 보고 떠올린 기획인데 영화에 쇠걸립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신내림을 준비하는 사람이 마을을 돌며 못쓰는 쇠를 얻어다가 한 곳에 녹여 신내림 때 쓸 방울 따위를 만드는 것인데 쇠를 시로 살짝 바꾸고 시내림 받으라고 허풍떨면서 시를 구걸해서 만든 시집이다. 「남기면 쓰레기」는 박경석씨가 직접 만든 시집이다. 박경석 씨가 ‘문학과 죄송사’로 시집을 만들어도 되겠냐는 문의를 주셔서 나는 “된다 안된다 답할 부분이 아니고 책을 만들고 알려주시면 SNS계정을 통해서 홍보하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직접 출판하셨다. 「강릉 하슬라 블라디보스토크」는 「시걸립」에 참여했던 유진목님의 시집이다. 「시걸립」 때 보내준 시가 좋아 함께 시집을 만들어보자고 부탁해서 만든 시집이다. 그리고 곧 정현주씨가 직접 만든 「수상소감」이라는 시집이 나온다.  

 

시상식도 진행한다고 알고 있다. 어떻게 시상식을 기획하게 되었나?

 

시집을 만들면 시인들은 무엇을 할까 고민해보니 낭독회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낭독회를 했다. 그리고 그 다음엔 뭘 하나 보니 상을 받길래 시상식을 열고 직접 수상했다. 이 후 매년 트로피에 이름만 바꿔서 시상을 한다. 작년엔 바빠서 한 번 쉬었다.  

 

시상식 공모 요강을 보면 “가장 먼저 도착한 한 작품”이라고 써져있다. 이게 의미하는 바가 선착순으로 상을 준다는 것이라면 흥미롭다. 재미로 기획했다고 해도 누군가가 남의 작품을 선별하고 평가한다는 것에 대한 비판적 어조가 느껴지는데 이에 대한 생각을 듣고싶다.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일단 내가 남의 작품을 평가하고 상을 주는 것이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평가는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학과 죄송사를 언제까지 이어갈 예정인가?

 

사람들이 “저걸 아직도 하네”라고 생각할 때까지 해보고는 싶다. 하지만 혼자서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실은 몇 년 아무 것도 안 해도 신경쓰는 사람 별로 없다는 것을 잘 알고있다. 하다 말다 해도 되기때문에 언제까지 하겠다 이런 생각을 깊게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꼭 묻고싶다. 책의 뒷면과 출판사 소개에 써져있는 말이 “죄송합니다”이다. 왜 이렇게 죄송해하는지 듣고싶다.

 

마케팅이다.

 

박귤 기자

kyulp12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