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017년 4월 1일

대학 언론탄압 논란⋯ “편집권은 누구에게”

서울대 학보, 편집권 침해에 항의해 백지발행

서울과기대 입학식 앞두고 학보 강제 수거 논란돼

 

지난 3월 서울대 학보사 기자단이 전 주간 교수와 학교 당국의 편집권 침해에 항의해 1면을 백지로 발행했다. 기자단은 백지발행을 통해 “편집권은 기사를 쓴 기사 본인에게 주어져야 하며, 편집권 침해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사칙 개정을 약속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학교 당국에 해당하는 운영위는 최근까지 “편집권 침해는 원칙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한편 서울과학기술대[이하 과기대]에서는 지난 2월 입학식을 앞두고 신입생에게 배포될 예정이었던 학보사 신문이 총학과 학생처에 의해 강제로 수거되는 사건이 발생해 대학 언론의 역할과 편집권에 대한 논쟁에 불이 붙었다.

 

대학 내에서 발행되어 학내의 사건을 주로 보도하는 매체인 대학 언론은 소수의 독립 언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대학 본부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는 학보사의 형태를 띠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학보사가 사칙을 통해 신문의 법적 대표인 발행인을 총장으로, 발행인을 보좌하여 신문사의 사무를 통괄하는 주간을 교수로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학보사는 항상 학교 본부의 홍보지가 될 위험성을 안고 있으며, 학생기자단과 학교 본부 사이에서는 편집권을 둘러싼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해왔다.

 

편집권이란 신문의 편집, 즉 어떤 정보를 어떻게 실을 것인지를 결정할 권리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서울대학교 공식 언론인 대학신문이 편집권 침해에 항의했다”는 것은 대학신문에 어떤 기사를 어디에 실을 것이냐를 결정할 권리는 기자단에게 있으며, 이러한 권리를 주간과 학교 본부가 침해했다는 주장을 의미한다.

 

서울대 학보 기자단, “편집권은 기자에게 주어져야”

현직·퇴임 기자단의 사비로 발행된 3월 13일 자 대학신문 호외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자단은 “기사 소재로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을 위해 싸워온 시민단체 ‘반올림’을 선정하고, 취재 후 기사 작성까지 완료”했으나 주간은 “기사가 노동자 입장에서만 작성됐다며 기사의 게재를 불허”했다고 한다. 또한 주간은 “기사 작성을 조건으로 학교 본부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사업을 기자단에게 알리지 않고 체결”했으며 이를 이유로 “특성 기사 작성을 강요”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주간은 지난해 10월 “신문에서 ‘10.10 학생총회, 본부점거’ 이슈의 비중을 줄이고 ‘개교 70주년 기념’ 이슈의 비중을 늘릴 것을 강요”했다고 한다.

 

기자단은 “이 같은 편집권 침해에 항의하며 지난해 10월 주간의 사임과 편집권 보장을 위한 사칙개정을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주간의 사임은 “4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이뤄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주간이 광고, 예산, 인사 등의 권한을 쥐고 기자단을 압박해왔다”고 한다. 또한 발행인인 총장 및 주간, 학생처장 등으로 구성된 운영위는 4개월 넘게 기자단의 항의에 답변하지 않다가 지난 3월 “지금까지 대학신문의 편집권은 주간단과 학생기자단이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협의 운영해온바, 이번 기자단의 편집권 침해 인정 요구는 원칙적으로 성립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서울대 학보 전 주간, “최종편집권은 총장에게 있어”

이에 기자단은 3월 13일 자 대학신문을 1940호가 아닌 호외로 백지발행하여 편집권 침해에 항의한 것이다. 기자단은 호외를 통해 “현재 대학신문사 사칙에는 명확한 편집권 규정이 없다”며 “편집권은 기사를 쓴 기사 본인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에 대한 가장 큰 책임과 가장 큰 권한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은 언제나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 본인”이라는 것이다. 또한 기자단은 실제로 기자단에게 명시적으로 편집권을 보장하고 있는 중대신문, 이대학보 등의 예를 들며 “편집권 침해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사칙 개정을 약속하라”고 발행인 총장과 운영위에 요구했다.

 

하지만 운영위는 최근까지 “편집권 침해는 인정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해왔다. 한편 경향신문에 따르면 서울대 관계자는 “대학신문은 전 예산이 학생처에서 나오고 발행인이 총장으로 돼 있어 학생 신문이 아닌 학교 신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학신문 최예린 편집장에 따르면 3월 8일 자로 면직된 전 주간은 직무 수행 당시 “만약 최종편집권이 누군가에게 있다면 그건 주간이나 기자가 아니라 발행인인 총장에게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서울과기대 신문사, “편집권 침해 행위 역시 언론 탄압”  

한편 과기대에서는 지난 2월 입학식을 앞두고 신입생에게 배포될 예정이었던 학보사 신문이 총학과 학생처에 의해 강제로 수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과기대신문사[이하 과기대신문사]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밝힌 사건 개요에 따르면 지난 2월 17일 과기대신문은 “입학식 당일 신입생에게 나눠줄 예정이었던 가방에 2,000부의 학보를 배포”했으나 다음날인 18일 “총학생회장이 김선웅 편집장에게 전화를 걸어 신입생 가방에 든 신문을 빼달라”고 요청했다. 중앙운영위원회[중앙위]가 해당 학보에 실린 <공대 前 비대위원장, 공대∙건시공 학생회비 1,300만여원 횡령> 기사가 오보라고 말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에 김 편집장은 “오보에 대한 정정과 배포는 별개의 사안이므로 수거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총학생회장이 재차 수거를 요청해 “19일까지 몇 차례에 걸쳐 총학생회장 및 중앙위와 해당 사안에 관한 협의”가 진행됐다.

 

그러나 합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처와 학생회는 19일 체육관 창고에 있던 신입생 가방에서 학보를 전량 수거했다”고 한다. 이에 과기대신문사는 전량 수거된 학보의 기사가 오보가 아님을 밝히는 성명서를 내 “이는 명백한 배포권 침해”이며 “해당 기사의 취재 과정에서 [⋯] 일부 학생회와 학교 측으로부터 ‘이 기사를 왜 지금 발행하려 하느냐’, ‘기사를 약하게 쓰라’는 등의 압박”을 받았는데 “이 같은 편집권 침해 행위 역시 언론 탄압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기대신문사가 지난 3월 재차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학생처는 지난 2월 23일, 2월 24일, 2월 25일 세 차례 진행된 만남에서 “‘언론 탄압을 인정할 수 없고 사과도 할 수 없다’는 입장만을 고수”했다. 이에 과기대신문사는 성명서를 통해 “[3월 2일 이후] 모든 논의는 기자들을 배제한 채 이뤄지고 있다”며 “학생처는 언론 탄압을 인정하고 조속히 사과하라”고 말했다.

 

비단 대학 언론에서만이 아니라 한국 언론계에서 편집권 관련 분쟁은 지면과 현장을 넘나들며 항상 이슈를 낳았다. 「편집권에 대한 법적 논의의 특성 및 한계」(이승선)에 따르면 “편집권의 소유와 행사가 경영진[발행인]의 것이라는 주장”, “편집권을 편집국 종사자들[기자단]의 침해될 수 없는 자율적·독립적 영역의 것이라고 간주하는 주장”, “편집권은 경영진과 편집국이 공유하는 것이라는 주장” 등이 다양하게 제기되어 왔다.

 

그렇다면 언론은 누구의 것인가

지난 2013년 한국일보 기자들은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장 회장은 용역업체를 동원해 편집국에 있던 기자들을 내쫓고 편집국을 폐쇄해 버린 사건이 ‘한국일보 사태’다. 당시 한국일보는 기자들을 배제하고 따로 발행한 신문에 <언론의 자유, 신문의 자유>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강병태 주필은 칼럼을 통해 “발행인의 주장을 담은 신문으로 시장에서 경쟁해 사회적 영향력과 상업적 이익을 얻는 것이 신문의 자유의 본질”이며, “사기업인 신문에서 기자들의 언론 자유는 발행인의 권리에 의해 제약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같은 강 주필의 칼럼에 대해 당시 슬로우뉴스는 <시대착오적인 ‘신문의 자유’>라는 칼럼을 썼다. 위 칼럼에 따르면 17세기 영국에서 나온 최초의 신문들은 “발행인 개인의 정견[정치적 견해]을 전파하는 정치적 도구로서 기능”했고,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권력을 가진 측이 자신에게 유리한 의견을 싣는 신문만을 허용하고 자신을 비판하는 신문은 허용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에 큰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발행인이 신문을 자유롭게 제작할 권리를 보장하는 일이 중요했다”고 한다.

 

하지만 언론의 공정성이라는 개념이 확립된 현대에 들어서는 “언론 대부분이 지향하는 모습은 공정한 보도로 독자의 판단을 돕고 공동체의 이익을 실현하도록 뒷받침하는 기관”이며 “발행인이 자기 이해관계에 따라 회사의 조직과 지면을 마음대로 주무른다면 현대 언론의 존립 근거라 할 공정성이 근본적으로 충족되지 않는다”고 한다. “과거의 규범을 오늘날 그대로 적용하여 ‘신문의 자유’를 절대화하면 언론의 자유란 결국 신문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자본이 있는 사람들만의 자유가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편집권은 공중에 있으며, 그 핵심고리는 기자”

이처럼 편집권 문제를 단순히 발행인과 기자단 사이의 문제로만 바라본다면 편집권과 밀접하게 관련된 민주주의 실현의 문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저널리즘 글쓰기의 논리』(남재일 외)에 따르면 언론의 사회적 역할은 대의민주주의 체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주권자인 시민의 권력을 위임받아 통치권을 행사하는 통치권력이 공약을 잘 이행하는지, 법적 의무를 잘 준수하는지를 시민이 일상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할 수 없기 때문”에 시민을 대리해 통치권자를 감시할 “또 다른 대리인의 존재가 요구”되는데, 그게 바로 언론이라는 것이다.

 

“편집권은 궁극적으로 공중(public)에 있다”는 안 기자의 말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안 기자는 오마이뉴스 기사 <기사 끝 바이라인, 이렇게 깊은 뜻이>에서 기사 끝에 붙는 기자 이름[바이라인]에 대해 다루면서 “편집권은 언론 매체를 소비하고 유통하는 주체인 독자에게도 있으며, 그 독자가 생각하고 토론하고 행동함으로써 그 사회활동의 영향을 받는 모든 이들에게도 편집권이 있다”고 말한다. “현대 사회에서 언론의 편집권은 두루 곳곳에 나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안 기자는 그러한 전제 하에서 “기자는 두루 곳곳에 나뉘어 있는 편집권의 핵심고리”라고 말한다.

 

기사 끝에 기자의 이름과 이메일이 붙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기사는 기자를 통해 공중(public)과 만나기 때문에 기자가 일차적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안 기자는 “기자는 자신의 기사에 죽을 때까지, 그리고 죽고 난 다음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거대한 책임의 맥락에서 대학신문 기자단 또한 “기사에 대한 가장 큰 책임과 가장 큰 권한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은 언제나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 본인”이라고 말한 것이다.

 

대학신문 최 편집장은 지난 22일 우리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전체기자단 회의에 [새로 부임한] 주간과 자문위원단이 참석을 해서 서로 직접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졌고 그런 회의에서 나온  기자단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주간이 운영위에 전달하고 협의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편집권 사칙 관련해서는 앞으로 어떻게 개선해나갈 것인지를 기자단과 학교 본부 측이 계속 협의하면서 조정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과기대신문 김 편집장은 지난 24일 우리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오늘[24일] 학생처와 간담회를 했는데 다음 주 화요일까지 학생처가 신문을 강제 수거한 것에 대해서 사과문을 발표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또한 김 편집장은 “[과기대 학칙에는] 편집권과 배포권에 대해서 명시된 게 없고 그래서 성명문에서도 관련한 학칙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었다”며 “사과를 받고 난 이후에 주간을 통해서 [학칙] 개정안을 올리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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