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학교의 ‘교양’을 진단하다

진휘연 주임교수 “전문교육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은 교양교육”

 

콘서바토리(Conservatory)는 도제식 교육이라 불리는 형태의 교육 방식으로, 흔히 예술전문학교를 칭한다. 우리학교는 콘서바토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해외 타 콘서바토리 체제의 교육기관과 비교할 때 음악원, 연극원, 영상원, 무용원, 미술원, 전통예술원 총 6개원으로 이루어진 구성은 우리학교만의 독특함이다. 

콘서바토리 체제 학교는 각 전공에 대한 전공교육이 강화되어 있다. 그래서 교양과목이 따로 개설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요즘 줄리어드 음대, 동경예술대학 등 세계적으로 콘서바토리 체제학교에서의 교양과목이 강화되고 있다. 이에 《한국예술종합학교신문》에서는 특수성을 가진 우리학교에서 교양 교육이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변화해왔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예술교양학부 진휘연 주임교수
예술교양학부 진휘연 주임교수

 

어떻게 운영되고있나

우리학교 교양과목의 역사는 협동과정으로부터 시작된다. 협동과정이 예술사 과정에 개설되어 있던 2008년 이전, 협동과정에 통합교과목이 개설되어 있었다. 2008학년도 2학기 수강편람을 보면, 연극의 이해, 몸으로 말하기, 실용 영어 등 현재 교양과목으로 분류되는 과목들이 통합교과목이다. 이후 통합과정이 예술사 과정에서 폐지되는 등 교양과목의 운영적 어려움이 생기자 2011년에 교양교육만을 위한 ‘공통교과과정부’가 설립된다. 그리고 2014년에는 명칭공모를 통해 ‘예술교양학부’로 명칭이 변경된다.

 

초대 정수년 주임교수, 남수영 주임교수, 현재의 진휘연 주임교수까지 총 3명의 주임교수가 예술교양학부를 거쳐갔다. 특히 예술교양학부에는 주임교수외에도 김동훈 강의전담교수, 복도훈 강의전담교수도 부임해있다. 진휘연 주임교수는 “교양학부에서 가장 많은 학생들이 듣고, 또 우리가 생각했을 때 가장 기본적인 과목이 ‘글쓰기’와 ‘철학적 사고’ 이 두 가지”라며 “과목과 내용에 대한 요구가 먼저 있고, 그걸 가장 잘 해주실 분을 강의전담으로 모신 것”이라고 강의전담교수의 역할을 밝혔다.

 

하지만 학교의 특수한 운영방식으로 인해 교양과목 운영에 어려움도 많다. 전공교육이 강조되는데다가 원마다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8학점만 채우면 졸업하는 데 문제가 없다. 그렇기에 교양과목이 부수적인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예술학교’에 맞는 교양과목은 무엇인지, 원마다 운영하던 교양과목을 학부로써 통합할 필요가 있었는지 등 여러 논점들도 있었다. 이런 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예술교양학부는 2014년 한국외대와 공동교양학부 운영 MOU를 체결하는 등 운영방식에 변화를 주기도 했다.

 

우리만의 교양운영

우리학교 교양의 가장 큰 특이점은 예술교양학부라는 교양학부가 따로 개설되어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대학교는 교양과목이 학부로 따로 개설되어 있지않고 각 학부마다 개설되어있다. 하지만 우리학교의 경우, 각 원마다 일반선택(일선)이 개설되어있기는 하지만 교양과목을 따로 운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예술교양학부에서 교양학점을 받을 수 있는 교양선택(교선)을 운영한다.

 

진 교수는 “원래는 협동과정도 있었고 원별로도 교양에 가까운 수업들이 있었는데, 그것들을 한데 모아서 제공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좋겠다는 생각에 교양학부가 독립을 하게 되었다”라고 교양학부 독립의 배경을 밝혔다. 또한 “뿐만 아니라 교양학부의 독립에는 대학교 수준의 교양 수업들, 전공을 도와줄 수 있는 과목들, 공부만 하는 학생들을 도와줄 수 있는 체육과목, 다양한 관심사에 대한 과목 등에 대한 요구의 영향도 있다”라며 학생들의 교양교육 요구가 증가했던 것도 배경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한 외대와 공동교양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주목해 볼 만하다. 우리학교는 2014년부터 한국외대와 공동교양 MOU를 체결하고 현재까지 공동교양을 운영중이다. MOU 체결 당시 보도자료를 보면, ‘이번 협약은 융복합 시대에 필요한 글로벌 인재양성을 위해 양교의 특성화된 학문 분야를 융합하여 어문학·지역학·인문학과 예술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밝힌다. 진 교수는 “한국외대와의 공동교양학부 MOU는 우리학교가 학생들에게 해주지 못하는, 종합대학이 제공할 수 있는 훨씬 더 다양하고 폭넓은 과목들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고 학교간 교류 차원의 예중에 하나였다”라며 공동교양을 운영하게 된 목표를 밝혔다.

 

이는 교양과목이 적은 우리학교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대안이었다. 하지만 우리학교와 외대의 운영시스템이 이원화되어 있고 예술교양학부로의 직통 연결망이 없는 등 공동교양을 운영하는 데 불편함이 생겼다. 그리고 그 피해는 교양을 듣는 학생들이 입어야했다. 일례로 2016학년도 1학기 <문학과 성>은 첫 수업날 학생들이 외대에 도착해서야 갑자기 폐강소식을 접해 혼란을 빚었다. 이에 대해 진 교수는 “외대교양은 학교간 mou에 의해서 운영되기 때문에 예술교양학부와 외대와의 직통 연락망을 구축하는 건 다소 어려움이 있다”며 “공지가 늦어지는 부분은 앞으로 염두해서 학생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콘서바토리 학제 속 교양과목의 성찰과 대안

우리학교의 특수한 교육환경 속에서 교양과목의 의미는 특별하다. 진 교수는 “우리학교가 ‘서양식 콘서바토리에만 해당이 되는 학교’라고 말한다는 것도 조금은 갭이 있다”며 “매우 한국에 토대를 두고 있는 독자적인 예술전문학교”라 말했다. “콘서바토리라는 것이 기본적으로는 예술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교이기에 아무래도 예술교육에만 치중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졸업생들이 대학생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스펙트럼이나 시야 등 기본적인 것은 제공을 해줘야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양과목은 예술교육에 치우친 우리학교 커리큘럼 속 인문, 사회, 과학 등 보편적인 학문교육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기회이다.

 

앞서 말했듯 우리학교는 콘서바토리 교육을 주창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콘서바토리’라고 칭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6개원(음악원, 연극원, 영상원, 무용원, 미술원, 전통예술원)의 조합인 콘서바토리 학교는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으며, 전공교육 역시 각 원마다 독자적인 운영으로 진행한다. 그렇기에 콘서바토리와 종합대학(University)을 오가는 논의가 앞으로도 쟁점이 될 것은 명료해 보이고, 그 과정에서 교양과목이 화두가 되는 것은 필연적일 것이다. 진 교수는 “한국에서 전문교육을 한다고 했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교양과목”이라며 “그래서 교양학부에 존재하는 과목들이 앞으로도 중요해질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더 확대, 발전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교양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해외 콘서바토리 학교에서는 교양교육이 강화되는 추세이다. 교양과목(liberal arts) 필수이수학점을 살펴보면 줄리어드 음대의 경우 24학점, U Arts의 경우 42학점으로 우리학교에 비해 훨씬 많다. 이어 진 교수는 “기본적으로 원래 대학의 목표가 하나는 교양인, 그리고 또 하나는 직업 이 두가지”이며 “그렇기에 교양을 갖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라 덧붙여 기본적인 대학교육 이념에 맞춰 교양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런 특수한 환경 속에서 앞으로 우리학교의 교양교육은 어떻게 나아가야할까. 진 교수는 “요즘 신경쓰고 있는 것이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과목”이라며 “처음에 교양학부로 시작했을 때는 인문학적이고 보편적인 생각들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수업들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용적인 과목인 <예술가를 위한 법>, <교양 불어>, <중국 문학과 사상> 등이 신설된 배경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진 교수는 “더 나아가면 통합에 목표를 두고 더 진화된 방식의 결과물을 내기 위한 ‘통합으로써의’ 수업도 생각하고 있다.”면서 “예를 들면 6개원이 한 곳에 위치했을 때에 교양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면 좋겠느냐 등도 연구 중이다.”라고 학교 이전 등의 가상상황에 대한 비전도 밝혔다.

 

앞으로 가야 할 길

그 동안 예술교양학부에 제기되어온 불만들이 많았다. 그리고  아직도 많은 학생들은 교양운영이 부실하다고 느낀다. 진 교수는 “학생들의 많은 요구들을 수용하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을 하고 있고, 그런 부분들을 합의 하에 조금씩 조금씩, 순차적으로 요구에 부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며 교양학부의 개선의지를 밝혔다. 실제로 2017학년도 1학기 수강신청에서 인기과목인 ‘교양 불어’의 분반을 개설하고 ‘멘토와의 만남’ 수강정원을 늘리는 등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하기도 했다.

 

예술교양학부의 방향성과 운영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논의될 지점들이 많다. 예술교양학부는 예술학교로서, 종합학교로서의 교양교육을 위해 우리학교만의 운영방식과 방향을 개척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과의 소통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진 교수는 “‘우리학교의 교양이 어떤 순기능을 할 수 있고 우리학교 미래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아주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앞으로 예술교양학부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길을 기대해본다.

 

 

김주연 기자

mid122jy@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