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017년 3월 9일

“걷어낼 수 있을까”, 성폭력 대응모임 이어져

여성문화예술연합, 간담회 통해 문체부에 정책 요구

제도적 개선 이뤄낼지 문체부의 귀추 주목돼

 

해시태그 운동 이후, 문화예술계 성폭력 근절을 위해 정부부처가 나설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여성예술인연대 AWA가 문체부를 비롯한 문화예술계 기관에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1월에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정부부처 관계자와, 국회 관계자 및 해시태그 운동 이후 만들어진 성폭력 대응모임들이 참석한 가운데 “#문화예술계_내_성폭력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토론회를 주관한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실에서는 문체부와의 후속 면담을 요청하였고 이에 지난 2월에는 문체부 서울사무소에서 “문화예술계 성폭력 예방을 위한 현장 간담회”가 개최되었다. 이날 문화예술계 분야별 성폭력 대응모임 9개 조직의 연대체인 여성문화예술연합은 문체부에 총 11개 항목의 정책을 제안했다.

 

지난해 10월 해시태그 운동을 통해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문화예술계 곳곳에서 성폭력 대응모임이 만들어졌고 이를 통해 해시태그 운동 이후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는 등 긍정적인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가해지목인들이 자신의 사과 내용을 번복하고 피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거나, 학교 측이 대학 내 성폭력 대응모임의 요구에 무성의하게 반응하면서 오히려 가해지목인에게 공론화를 진행한 연대자의 연락처를 넘기는 등 피해자를 향한 사회적 압박이 계속되는 후속 상황 속에서도 언론과 대중의 주목도는 낮아지는 등 문제가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려는 양상 또한 보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여성예술인연대 AWA[이하 ‘AWA’]는 “무엇보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출발”한 조직이다.  

 

여성예술인연대, 예술계에 제도적 개선 요구

AWA는 성명서를 통해 “지금까지 예술계는 성폭력을 포함한 부당한 권력의 과시에 대해 매우 낮은 수준의 대처를 보여주었으며 이러한 현실의 가장 큰 원인은 예술계 전반의 특수성과 취약성을 제도적으로 보완하지 못해 온 것에 있을 것”이라며 “변화된 의식을 반영한 제도의 개선이 당장 이루어져야 하고 특히 성폭력 피해 사실이 묵인되거나 피해자가 소외되지 않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AWA는 예술계에 시급히 요구하는 사항이라며 “예술인 복지재단에 성폭력 상담기구 상설, 문체부에 국가기금 수혜자 및 기관을 대상으로 한 성 평등교육의 의무 실시, 모든 예술기관에 성폭력 비리와 관련된 채용 규정 및 징계규정 강화” 이하 세 가지를 요구했다. AWA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온라인으로 서명을 받는 한편 “다음 행동을 도모하는 신년 티타임” 행사를 진행했으며, 성명서에는 마감일까지 총 2,095명이 서명했다.

 

이후 AWA는 페미라이터, 찍는 페미 등 해시태그 이후의 성폭력 대응모임들과 함께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문화예술계_내_성폭력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도 참석했다. 토론회에서는 “각각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피해의 실태와 원인,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에 대한 토의가 있었다.

 

“문화예술계 포괄하는 성폭력 관련 기구 필요”

페미라이터 소속 이성미 작가[이하 ‘이 작가’]는 토론문을 통해 “그간 문학출판계에는 성폭력 피해사실을 알릴 창구가 없었고 그에 따라 피해가 은폐되고 확산되었다”며 “문화예술계 성폭력 관련 기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교수가 (교수인) 동시에 작가라서 학교에서 사직해도 작가로 활동하며 피해자의 생활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문단의 특수성 때문에, 문화예술계를 포괄하는 별도의 성폭력 관련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 작가는 “기구의 핵심은 피해 사실을 알릴 안전한 제보 창구를 여는 것”이며, 이와 함께 “발표 지면을 제한하고 문학상 후보에서 배제하는 등 가해자의 상징 권력을 약화시키는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작가는 이의 실질적인 적용을 위해 “정부부처의 정책담당자들이 합리적인 형식을 논의하여, 여성 예술인의 인권과 성폭력 피해 구제를 위한 기구를 공공부문에 설치할 것” 또한 제안했다.

 

한편 이영열 문체부 문화여가정책과장[이하 ‘이 과장’]은 문체부의 역할에 대해 “법적 접근이 해결할 수 없는 공백이 문화영역이고 이 여백을 문화 정책을 매개로 채울 수 있다”며 “성폭력이 발을 못 붙이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있어서 문체부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토론문을 통해 밝혔다. 이 과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문화 정책의 예시로 “2016년 전 기관에 실시한 성희롱 예방 교육, 대중문화예술지원센터를 통한 성폭력 관련 권익보호 상담창구, 양성평등 문화환경 조성 사업” 등을 들었다. 또한 앞으로 문체부는 “AWA의 선언문 등 예술계의 자정 노력에 대해 동반자로서 문화적 수단으로 협업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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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 조직 모여 ‘여성문화예술연합’으로 연대

AWA 페이스북 페이지에 따르면 토론회 이후 “문화예술계 성폭력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정춘숙 의원실에서는 문체부와의 후속 면담을 요청”하였다. 이에 “AWA,  페미라이터, 찍는 페미, WOO, 푸시텔, 사진계 성폭력 감시자 연대, Gathering A, #부산문화예술계_내_성폭력, 언론노조 출판지부” 이하 9개 조직은 ‘여성문화예술연합’이라는 이름의 연대체를 조직하고, 면담에 앞서 구글독스로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의 의견을 수렴, 이를 토대로 정책 제안서를 작성했다.

 

지난 2월에는 드디어 문체부 서울사무소에서 문체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문화예술계 성폭력 예방을 위한 현장 간담회”가 개최되었다. 여성문화예술연합[이하 ‘여연’]은 정책 제안서를 통해 “문화예술계 성폭력 관련 특별 실태조사 실시, 정책 연구 및 기구 설립 담당 TF팀 즉시 발족, 문화예술계 성폭력 및 성차별 해결을 위한 기구 신설, (기구 신설 전) 기존 기관의 업무 확장, 문화예술계 교육자 대상 감사 제도 실시, 문화예술계 피해자 긴급지원, 문화예술계 성폭력 대응 및 신고 메뉴얼 제작・보급,  지역 문화예술계 성폭력 및 성차별 해결 기구 설립 담당 TF팀 즉시 발족, 문화예술 종사자 대상 성평등 교육 강화, 예술인복지법에 성폭력 관련 조항 신설 및 홍보, 문화예술계 표준계약서에 성폭력 및 성차별 금지 조항 추가 및 표준계약서 의무화” 이하 11개의 정책을 요구했다.

 

“정부부처의 주도적인 대책 마련 필요”

또한 여연은 정책 제안서를 통해 “문체부는 예술인복지법에 의거하여 예술인의 권리를 위해 문화예술계의 성폭력을 앞장서서 해결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문화예술계 성폭력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1월 토론회에서 문체부 문화여가정책과장이 발표한 토론문이 “기존 제도를 언급하고 있지만 그 중 ‘성폭력 예방을 위한 행정조치’는 2016년 공공기관에서 실시한 일회성 성희롱 예방교육을 홍보한 내용에 그치며 또한 예술인 증명을 필수로 하는 (제도가 포함되어 있는) 등 제도의 이용 가능 범위가 제한적이고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거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편 AWA는 토론회 참관 이후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자생적으로 생겨난 여성모임들의 노력과 기대에 비해, 실질적으로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정부부처는 구체적인 계획이나 실천의 의지가 미약했다”며 아쉬움을 표하는 한편, “질의응답 시간에는 정부부처에 강력한 호소가 이어졌다”며 “시민들이 그들과 동등하게 발언의 기회를 가지고 각 부처가 앞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을 강력하게 제시하는 모습이 통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성폭력 연대모임들이 문화예술계의 여성혐오를 걷어내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정부부처가 이에 호응해 제도적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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