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016년 12월 5일

The Age of Impeachment
탄핵의 시대

탄핵 크래프트 : GH PARK VS LISHT ⓒ 최희수

탄핵 크래프트 : GH PARK VS LISHT ⓒ 최희수

 

탄핵의 바람

2016년, 탄핵의 바람이 세계일주를 즐기고 있다. 지난 9월, 브라질 지우마 호세프(Dilma Rousseff) 대통령이 탄핵당했다. 정부 회계를 조작해 재정회계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탄핵의 주요 사유다.  호세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부통령이었던 미셰우 테메르(Michel Temer)가 넘겨받았다. 그러나 현재 테메르 대통령 역시 탄핵 위기에 처했다. 최근 브라질 문화부 장관은 테메르 대통령이 측근의 사적 이익을 위해 자신에게 압박을 넣었음을 폭로하고 자진 사퇴했다. 이에 11월 28일 사회주의자유당이 하원에 탄핵안을 발의했다. 또한 최근 브라질에서는 정부의 반(反)부패법 축소 시도 등에 반발하는 시민들이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의 바람은 남아메리카에서 대서양을 거쳐 유럽에 도착했다. 지난 달 7일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François Hollande)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발의됐다. 탄핵안을 발의한 공화당 소속 피에르 를르슈(Pierre Lellouche) 의원은 올랑드 대통령이 국가 기밀을 누설해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 탄핵 사유라고 밝혔다. 그러나 탄핵안은 하원에서 부결되었다.

 

유럽에서 실패한 탄핵의 바람은 동북아시아에 위치한 대한민국에 정착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1월 29일과 30일 이틀 동안 실시한 <제2차 ‘국정농단 사건’ 박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민여론 조사>에서는 탄핵에 대한 찬성 응답이 75.3%를 기록했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p) 이는 일주일 전 실시한 1차 조사보다 소폭 하락한 것이지만, 기존 박 대통령 콘크리트 지지층이었던 이들의 탄핵 찬성 비율은 여전히 높은 것이라고 리얼미터는 밝혔다.

 

한편 11월 29일 제3차 대국민담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자진 사퇴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그동안 12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의 탄핵안 표결을 암묵적 합의로 내세웠던 野3당은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의견이 분열되는 모양새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탄핵안을 12월 2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에 부쳐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국민의당은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전 대표의 의견이 서로 달랐다. 12월 1일 제38차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박 위원장은 ‘탄핵안은 발의가 목표가 아니라, 가결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며 비박계의 동향을 우선 살펴야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반면 안철수 전 대표는 ‘내일(2일) 탄핵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일관된 태도를 유지했다. 결국 2일 탄핵 표결은 불발되었고, 野3당은 탄핵 표결을 9일로 최종 확정하기로 합의했다.

 

대한민국에 도착한 탄핵의 바람은 자신의 계획을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인가? 매주 토요일 1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광화문 일대에서 시위를 하고, 3/4의 국민이 탄핵을 찬성하고 있는데도 탄핵의 길은 험난해 보인다.

 

12월 3일 촛불집회

12월 3일 촛불집회

 

탄핵의 길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등 기타 법률이 정한 국가 공무원이 그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대한민국 헌법 제65조

 

탄핵의 길은 왜 험난해 보이는 것일까?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회에 탄핵소추안을 발의해야 한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기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 이상이 발의에 참여해야 한다. 20대 국회 의석수는 300석이다. 300명 모두가 국회에 재적한다고 가정하면, 150명 이상이 발의에 참여해야 한다. 12월 2일 현재 대한민국 국회 공식 홈페이지에 나온 정보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121석, 국민의당이 38석, 정의당이 6석을 차지하고 있다. 합하면 165석이므로 野3당의 합의만 있다면 발의 자체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표결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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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 다음 절차다. 국회 재적의원 2/3 이상이 찬성해야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헌법재판소에 넘길 수 있다. 역시 300명 모두가 국회에 재적한다고 가정했을 때, 200명이 동의해야 한다. 野3당의 모든 의원은 탄핵에 찬성한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과 무소속 의원들에게서 35표를 끌어내야 한다. 여기서 새누리당 비(非)박계 의원들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이들은‘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의 이름으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당초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는 탄핵에 찬성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 이후 주춤하고 있다. 이들은 박 대통령에 7일 오후 6시까지 퇴진 시점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만일 밝히지 않으면 탄핵에 찬성하는 기존 입장을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가 정한 기한까지 퇴진 시점을 밝히지 않아 비박계 의원들이 탄핵에 동참해 탄핵 찬성이 국회 재적인원의 2/3을 넘었다고 가정해보자. 탄핵 소추권이 발동되어 대통령의 권한은 그 즉시 정지되며,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탄핵 소추안을 헌법재판소에 넘기면 탄핵 심판이 시작된다. 탄핵 심판에서 헌법 재판관 9인중 6인의 찬성이 있어야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다. 대통령 자리가 공석인 경우에는 공직선거법 제35조에 의거 60일 이내에 대선을 실시해야 한다. 한편 6인 미만이 찬성해 탄핵이 기각 될 경우 대통령은 즉시 직무에 복귀할 수 있다.

 

탄핵의 역사

세계 최초의 탄핵은 1386년 영국에서 벌어졌다. 영국의회가 총리였던 서퍽의 백작(earl of suffolk) 마이클 드 라 폴(Michael de la Pole)을 횡령 및 과실 혐의로 탄핵한 것이다. 총리는 의회와의 약속을 위반했고, 겐트 마을에 대한 대금을 지불하지 않아 마을이 프랑스인의 손에 넘어가게 했다.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탄핵 소추안이 표결되어 탄핵 심판을 받은 대통령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2004년 3월 12일‘권력형 부정부패 연루 혐의, 국정파탄의 책임’ 등을 사유로 탄핵 소추안이 발의되었고, 재적의원 271명 중 193명이 찬성하여 가결되었다. 이후 고건 당시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했다. 그러나 2004년 5월 14일 열린 탄핵 심판에서 헌법재판소는 ‘ 탄핵심판에서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하기 위해서는 모든 법 위반의 경우가 아니라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하게 법을 위반한 경우여야 한다. 본건의 경우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민의 신임을 임기 중 다시 박탈해야 할 정도로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탄핵을 기각했다.

 

좀 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대한민국 임시정부시절 임시의정원에 의해 대통령직에서 탄핵된 이승만도 있다. 1919년 이승만은 당시 윌슨 미국 대통령에게 위임 통치 청원을 했고, 이는 임시정부에 분열을 가져왔다. 또한 당시 임시정부는 상하이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이승만은 줄곧 미국에 체류하고 있었다. 이에 이승만에 대한 불신의 분위기가 일파만파로 커졌고, 1924년 9월 임시정부 임시의정원은 당시 국무총리였던 박은식을 대통령직 대리로 삼았다. 이승만은 이에 반발하였으나, 임시의정원은 1925년 3월 이승만을 탄핵하고 박은식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한편 해방 이후 이승만은 건국 최초의 대통령이 되었으나 3·15 부정선거로 인해 촉발된 4·19 혁명 이후 자진 사퇴했다.

 

대한민국과 같이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미국 최초의 탄핵안 발의는 1868년에 있었다. 제17대 대통령 앤드류 존슨에 대한 탄핵안은 상원에서 단 한 표 차이로 부결되었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사임한 대통령은 미국의 제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이다. 그는 워터게이트 사건이 이후 탄핵안이 가결되자 자진 사임하였다.

 

뉴욕타임즈 닉슨 사임 기사

뉴욕타임즈 닉슨 사임 기사

 

탄핵의 바람, 국민의 바람

지난 달 26일에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에는 약 190만 명이 참가했다고 한다. 12월 1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발표에 의하면 75%의 국민들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고 있다. 같은 날 일부 누리꾼들은 탄핵에 반대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SNS에 공유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업무를 보기 힘들 정도로 통화와 문자가 쏟아지고 있다며 ‘고충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이후 우리는 주 6일제의 삶을 살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일정이 끝나고 토요일이 되면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광장으로 출근했다. 마치 그것이 의무인 것처럼 촛불을 들고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국민은 시위와 여론을 통해 정치권을 압박했다. 한 달 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시민으로서의 업무’를 처리하고 나니 드디어 탄핵의 키를 쥐고 있는 국회가 움직이나 싶었다.

 

한 누리꾼은 박 대통령의 제3차 대국민담화 내용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자퇴와 퇴학 중 한 가지를 선택하려고 했더니 조기졸업 시켜달라고 한다.’ 이 말도 안 되는 대국민 담화에 야권과 새누리당 비박계의 탄핵 추진 의지가 흔들렸다. 대한민국 헌법 상 탄핵 외에 대통령을 물러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조기퇴진’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만약 국회가 개헌을 강행해 박 대통령의 조기퇴진을 가능하게 해 임기를 단축시켜 무사히 마칠 수 있게 한다면 박 대통령은 전직대통령에 대한 예우에 관한 법률에 의해 연금을 수령하고 비서관을 임명하는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을 합법적으로 끌어내릴 수 있는 방법은 국회를 통한 탄핵이 유일하다. 박 대통령은 이미 자진 사퇴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한 것 같다. 국민 역시 대규모 시위와 여론을 통해 대통령의 퇴진 의외에는 해결 방법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국민의 바람이, 탄핵의 바람이 실패한다면 그 다음에는 혁명의 바람이 불지도 모르겠다.

 

이다은 기고자

leedaeun@kart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