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016년 11월 25일

개인당 공연 간식비 200만 원?

증언에 따르면 2년 동안 여섯 명이 약 1,200만 원 지출해

“예전에도 학생 사비 지출 요구한 사례 있어” 관련 증언 이어져

 

지난해 11월 6일과 올해 10월 7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개최되었던 <국립국악원 대학국악축제>의 연습 과정에서 고액의 간식비를 학교 측을 대신해 전부 학생이 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공연에 솔로 연주자(협연자)로 참가했던 학생들은 공연 연습에 앞서 인당 200만 원 가량의 간식비를 지불하였으며, 간식비를 내지 않은 학생들은 ‘소들녘’이라는 음식점에서 진행된 공연 뒤풀이 비용을 각 220만 원씩 부담하였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협연자들은 간식비로 200만 원 가량을 지불한 것으로 밝혀졌고, 이에 대한 영수증 처리는 아직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는 국내 각 대학이 참가하는 <국립국악원 대학국악축제>를 열었다. 이 공연에는 △중앙대학교 전통예술학부 △서울대학교 국악과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음악과를 비롯한 10개 학교가 참가했는데 이 중에는 우리학교의 전통예술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국립국악원 대학국악축제>는 우리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학생 6-70명 가량이 참가하는 큰 행사인데, 익명을 요구한 한 제보자의 말에 따르면 작년과 올해의 공연 모두 간식비와 관련된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제보자는 “학교 측에서는 협연자들에게 각 200만 원의 비용을 ‘간식비’라는 명목하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간식비란 관현악 반주, 즉 협연을 하지 않고 뒤에서 반주를 하는 나머지 학생들의 연습을 진행할 때 소요되는 간식의 비용이다. 제보자는 “간식이라고 나오는 건 고작 음료수 한 캔과 매점샌드위치 하나, 혹은 1,000원짜리로 추정되는 김밥 한 줄 등이었다”면서 간식비의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뒤풀이 비용도 학생 부담으로

학생들이 부담한 것은 간식비만이 아니었다. 제보자는 “‘소들녘’이라는 국악원 인근 갈비집에서 공연에 참여한 모든 학생들과 교수들 및 교수의 배우자 등등의 몇십명의 뒤풀이 비용을 학부모가 지불했다”고 말했다.

 

이에 당시 뒤풀이가 진행되었던 국립국악원 인근 ‘소들녘’ 서초점을 확인해본 결과 2015년 11월 6일 약 100여 명의 인원이 참여한 뒤풀이 자리에서 총 400만 원 가량의 금액이 카드결제 된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간식비를 포함해서 네 명의 협연자가 낸 돈을 모두 합치면 작년에만 총 800만 원 가량의 금액이 지출된 것이다.

 

그들은 왜 입을 닫는가

제보자는 “학생이 왜 간식비라는 것을 내야 하는지 모든 전통예술원의 학생들이 의문을 갖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보자의 말에 따르면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그 누구도 나서서 의문을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서 대다수 학생은 사건에 대한 언급을 매우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전통예술원의 학생 B 씨는 간식비에 대해 “자신이 자발적으로 낸 것”이라며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취재에 응한 모든 학생은 연습에 처음부터 참여한 경우에는 간식비와 뒤풀이 비용으로 각 200만 원 상당의 금액을 냈고, 나중에 참가한 경우에는 그보다 적은 금액을 냈다고 했다. 모든 학생의 간식비가 200만 원이라는 기준점을 사이에 두고 있는 것이다. 물론, 200만 원이라는 금액이 관행적으로 전통예술원 내부에서 합의된 간식비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학생 C 씨는 간식비 일체에 대하여 “관행이나 그런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국립국악원 대학국악축제>는 단순히 몇 명의 협연자를 위해 개최되는 독주회가 아니다. 이 공연이 정말 개개인의 발표를 위한 것이라면 몇몇 협연자가 공연에 참가했음에도 포스터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은 상당히 의아하다. 한편, 관현악 반주자와 솔로 협연자들이 모두 똑같은 학교의 대표로 그 무대 위에 서는 것이라면 그에 대한 일체의 비용은 당연히 학교 측에서 전부 부담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간식비에 대한 모든 부담은 일방적으로 협연자들에게 돌아가고 있었다.

 

한 전통예술원 학생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많은 학생이 발언을 꺼리는 이유에 대해 “국악계 자체가 도제식 교육이다”라며 “전통예술 전체의 파이가 작고, 선생님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도 적기 때문에 단순한 사제지간 이상의 관계가 있다”며 “그래서 선생님에게 함부로 대적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제보자는 제보 내용에서 “전통원 학생회나 총학생회에 도움을 요청하기에는 신변노출의 위험이 크다”고 말한 바가 있다. 이와 같은 제보자의 말은 한국에서 국악을 계속하는 한, ‘내부자’로서 사건 제보 자체에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청탁금지법 시행에도 간식비는 여전히…

간식비를 둘러싼 문제는 올해에도 반복됐다. 2016년도 <국립국악원 대학국악축제>를 마친 협연자들도 올해에 “각 200만 원씩 간식비를 지불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만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시행 이후 뒤풀이 비용은 학교 측에서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에도 연습 초반부터 참여한 학생은 각 200만 원씩을 간식비로 지불했으며, 뒤늦게 참여한 학생은 이보다 적게 낸 것으로 밝혀졌다. 최소 400만 원 이상의 금액이 간식비로 지불된 셈이다. 그러나 영수증 처리가 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이 많은 금액이 공정하게 쓰였는지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또한, 이 금액이 전부 간식비로 사용되었다고 해도 학생들이 매번 등록금과 같은 금액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 문제로 떠오른다. 특히나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당장 뒤풀이 비용을 학교에서 부담하게 된 것만 해도 이와 같은 학생들의 금전 부담 형태가 문제가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학교의 변하지 않는 등록금 외 추가 지출 요구

이와 같은 문제는 학교의 고질적인 등록금 외 추가 지출 요구와 맞닿아있다. 지난 실험실습비 문제에서도 학생들에게 등록금 외의 돈을 요구하는 학교 측의 태도는 문제시되었던 바가 있다.(참고기사 제265호 “영상원 실험실습비는 어디로?”) 하지만 학교는 여전히 학생들이 교내에서 자신의 실력을 쌓아나가는 데 등록금 외의 추가 비용을 낼 것을 요구한다. 이번 간식비 문제도 한 학교의 학생이 학교를 대표하는 공연에서 등록금 외의 사비를 지출하게 된 경우다. 한 전통예술원 졸업생은 이와 관련해서 “예전에도 학생들에게 등록금 외의 개인 지출을 요구하는 경우는 존재했다”며 “기말시험에서 학교가 책정한 예산이 있었음에도 학생들에게 심사위원들의 심사비를 내라고 요구했다가 무산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제보자는 글의 말미에서 “학교를 졸업하고도 용기있게 제보하지 못하는 점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학생이 자신의 독주회가 아닌 학교 공연에서 사비를 지출하고 있음에도 정작 자신은 목소리를 내는 행위부터 특별한 “용기”를 가져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동연(전통예술원 한국예술학과) 교수는 지난 경향신문 문화비평 기고에서 이러한 국악계의 상황을 지적하며 “마음속으로는 지지하지만, 그래도 행동으로 옮길 수 없다는 집단 침묵”이라고 이 현상을 명명했다. 또한, 그는 “물론 그 침묵의 속사정은 익히 알고 있다”면서 “학연, 지연, 혈연으로 똘똘 뭉친 국악계의 구조적 커넥션이 바로 침묵의 카르텔의 원인이라는 것”을 지적했다.

 

서동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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