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같은 현실에 불을 밝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학가 잇따른 시국선언

우리학교도 ‘시굿선언’ 행사 여는 등 연대

 

미르·K스포츠 재단의 실질적 대표인 최순실 씨가 비선모임 등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결정에 개입한 국정농단 사태에 대학가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우리학교 총학생회도 지난 10월 시굿선언 행사를 개최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고 예술계의 연대를 요청했다. 본 행사에는 우리학교 학생 500여 명이 참석해 촛불을 밝혔다. 이밖에도 동아리 차원에서 ‘한예종 민중총궐기 네트워크’를 조직하는 등 거리로 나가자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시국선언문을 낭독하는 총학생회
시국선언문을 낭독하는 총학생회

 

지난 달 말에 총학생회는 예술극장 앞에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분노한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시국선언문을 낭독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하야와 부패한 청와대 내부 인사에 대한 철저한 조사 및 사퇴”를 촉구했다. 이어 전통예술원 연희과 ‘나길팀’이 현시대를 풍자하는 내용으로 재창작한 동해안 별신굿을 공연했다. 별신굿은 3년, 5년 혹은 10년마다 마을의 수호신인 성황에게 마을의 평화와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굿이다. 나길팀은 길놀이로 문을 열고 여러 전통예술 공연을 진행한 뒤 오구굿으로 공연의 막을 내렸다.

 

총학은 본 행사의 취지에 대해서 “역사 깊은 종합예술인 굿이 현재 언론에서 부정적으로만 소비되는 상황에서 예술인으로서 굿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며 “시국선언 행사를 굿의 예술성을 강조하는 퍼포먼스로 진행해 그 의미를 되살리”고 “현 시국에 대한 목소리와 이 땅에 살아가는 예술인으로서의 고민을 함께 담아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공연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오구굿의 경우 “원래 망자를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굿이지만 오늘 하는 굿은 지옥 같은 현실에 불을 밝혀 산 자를 희망찬 미래로 나아가도록 기원하는 의미”로 재해석하기도 했다.

 

또한 총학은 “혼란의 시대에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그것을 나누는 예술가의 사명이 막중함을 느낀다”며 “크나큰 시국에 예술인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목소리를 내길 바라며 대한민국 이 땅에서 예술을 하는 모든 청년들과 선배 예술인분들도 함께 싸워달라”고 예술인의 연대를 요청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행사가 끝난 후에도 몇몇 학생들은 한 자리에 모여 “박근혜 하야”를 외치다가 해산했다.

 

황예정 학생회장은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집회에 함께 모여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며 “학생들이 원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춰서 기획할 계획”이라 밝혔다. 시굿선언 행사에 함께한 A 학생은 “우리가 살고 있던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었다”고 분노하며 “11월 12일 민중총궐기에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지속되는 하야 요구가 이어지고 지지율이 5%대까지 하락한 상황에도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더 큰 국정 혼란과 공백 상태를 막기 위해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은 검찰에 맡기고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하루 속히 회복해야 한다”며 사실상 하야를 거부했다. 또한 새누리당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박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려 하는 진성성을 느꼈고 속으로 펑펑 울었다”고 발언하는 등 국민을 대표하는 여당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서는 대학 사회 구성원의 지속적 관심과 참여가 더욱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시국선언을 발표한 대학은 100여 개에 달한다. 경희대학교 총학생회는 비대위를 구성해 지난 1일 경희대학교 학생과 교수, 학내 근로자 등 1,809명이 참가한 자리에서 시국선언을 하고, 경희대 정문에서 청량리역까지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거리 행진을 진행했다. 지난 3일에는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을 맞아 20여 개의 대학교에서 동시다발적인 시국행동을 진행했다. ‘전국대학생시국회의’는 지난 5일 대학로에서 ‘전국 동시다발 대학생 시국대회’를 개최했다. 강원대학교 교수 202명 또한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어 박 대통령의 즉각 사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우리가 모두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예술행동위원회 회원 100여 명이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등 문화예술계에서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시국임에도 대학가 일부에서는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2013년 국정원 선거개입 사태 때도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 연대’는 “예술은 원래 정치적이며, 우리가 사회와 개인에 관해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모든 관념에 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예술의 의무”라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한 바 있다. 사회적 위기의 시기에 정치적 중립은 결코 옹호될 수 없다는 의미다. 당시 학생 연대는 “사회적 움직임에 대해 선동 혹은 물타기라 비난하는 일부 언론”을 비판하며 “침묵은 장차 예술가의 길을 걷게 될 우리 학생들에게 예술의 기본 정신과 위배되는 ‘폭력적 합의’가 전제된 사회 속에서 살게 하는 것에 방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학교 동아리 ‘돌곶이포럼’은 “더 이상의 민주주의 후퇴를 막기 위해 대학생들이 나서 박근혜 하야를 쟁취해야 한다”며 민중총궐기 네트워크를 조직했다. 한예종 민중총궐기 네트워크는 지난 2일 학생회관 103호에서 “공개포럼 : SIRI 무엇이 문제인가”를 개최했으며, 5일에는 청계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하야 촉구 촛불집회에, 12일에는 민중총궐기에 참가할 예정이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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