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이전, 우리가 나아갈 길은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사태에서 방향을 찾다

 

학교 한쪽에서 서초동 캠퍼스의 증축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올해 초 발주한 캠퍼스 확충 이전 기본구상 연구용역[이하 “연구용역”]의 발표 기일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우리 학교는 머지않아 석관동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연구용역 발주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학교와 지자체 사이에서 아무런 협약도 없는 지금이야말로 학생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최적의 시기임에도 정작 학내에서는 공론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시흥캠퍼스 반대 투쟁을 이어온 서울대학교 학생대책위원회 위원장 김상연 씨와 함께 시흥캠퍼스 사태를 살펴보고 앞으로 우리 학교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석관동 캠퍼스 전경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동 캠퍼스 전경 ⓒ한국예술종합학교

 

최근 서울대학교의 시흥 국제캠퍼스 설립 논란[이하 “시흥캠 사태”]이 대학가의 중요 이슈 중 하나로 떠올랐다. 이 논란의 주요 골자는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체결을 둘러싼 학교 측과 학생 측의 대립이다. 학교 측의 실시협약 체결에 반대한 학생 측은 실시협약 백지화를 요구하며 지난 10월 10일 학생 총회 이후 계속해서 학교 본부를 점거해오고 있다. 현재 서울대학교[이하 “서울대”] 안팎에서는 이를 둘러싼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실시협약 철회가 절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시흥캠 사태는 현재 우리 학교의 상황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시흥캠 사태가 보여준 학교 측의 밀실협약과 독단적 진행은 우리 학교의 캠퍼스 이전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로 우려되는 현상이다. 또한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학생들이 알고 있는 정보가 거의 없다는 점도 동일하다. 우리 학교의 경우 작년 제19대 총학생회는 김봉렬 총장과의 회의에서 캠퍼스 이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지만 당분간 캠퍼스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정도의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연구용역 발표가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에서도 여전히 대부분 학생은 캠퍼스 이전 문제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이와 같은 학교 측의 단독 진행이 계속될 경우다. 단국대학교나 서울예술대학교를 비롯한 다른 학교의 사례가 보여주듯, 학교 측이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지자체와의 협약을 끝내 놓으면 학생들은 사실상 그 사안에 대해서 실질적인 저항을 하기가 힘들다. (참고기사 제267호 “서울 밖으로 간 대학들”) 시흥캠 사태에서 성 총장이 강경하게 나올 수 있는 것도 이미 타 지자체와의 협약이 다 끝났다는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의 캠퍼스 이전 문제에서도 학교 측이 미리 협약을 다 끝내놓는다면 정작 이전할 때가 와도 학생들은 실질적으로 아무런 대처를 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전에 대해 무작정 반대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특히 우리 학교의 이전은 의릉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이라는 특수한 배경을 끼고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캠퍼스 이전에 대처해야 할까.

 

정부의 ‘철거 약속’, 떠나야만 하는 캠퍼스

우리 학교의 캠퍼스 이전 문제가 다른 학교 사례와 비교해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이전의 원인이 학교 외부에 의한 강제라는 것이다. 지난 2009년 우리 학교 석관동 캠퍼스 옆에 위치한 의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후, 세계 문화재 보존을 위한 비정부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유네스코의 자문기구로서 △태릉사격장과 선수촌 철거 △서오릉 서쪽 건물 환경 개선 △의릉에서의 한예종 철거를 대한민국 정부에 요구했다.

 

이에 정부는 세 가지 사항의 이행에 관한 공식적인 문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했다. 유네스코의 권고사항은 사실상 명령에 가깝기에, 위 사항이 이행되지 않을 시 조선왕릉은 세계유산 목록에서 제외될 우려가 크다. 이는 일종의 국제적인 약속이기에 우리 학교 석관동 캠퍼스의 이전은 사실상 이견의 여지 없이 확정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참고기사 제267호 “산 자와 죽은 자의 대립, 예술 학교와 의릉”)

 

따라서 캠퍼스 설립이나 이전 자체의 당위성을 지적하는 타 대학의 사례는 우리 학교에 적용될 수 없다. 이를 반영하듯 우리 학교는 올해 2월 26일 발 빠르게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연구용역은 본래 지난 8월경 발표 예정이었으나,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됨에 따라 12월로 연기되었다.

 

오는 12월에 연구용역이 완료되면 기획재정부에서는 그 결과를 바탕으로 예비 타당성 조사 진행을 검토한다. 캠퍼스 이전 사업의 규모 등이 확정되는 것은 이 이후의 일이다. 이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면 학교와 지자체는 서로 양해각서(MOU) 등을 체결하고 협의를 진행하게 된다. 시흥캠 사태에서 논란이 되는 실시협약은 이러한 양해각서 체결 이후에 진행되는 일이다.

 

당장 실시협약이 체결된 시흥캠에 비하면 우리 학교가 갈 길은 아직 꽤 멀리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용역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도 아무런 공론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캠퍼스 이전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여전히 턱없이 낮다. 지난 6월경 재학생을 대상으로 시행된 《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 설문조사에서는 총 조사 인원의 61.7%에 해당하는 학생이 연구용역 발주 사실에 대해 모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참고기사 제267호 “캠퍼스 이전, 얼마나 알고 있나요?”) 상황이 이대로 진행된다면 오는 12월에 학생들은 영문도 모른 채 학교 측으로부터 부지 선정 통보를 받게 된다.

 

“학생은 교육 소비자 아닌 교육 주체” 모든 학생의 목소리를 모아야

문제는 이런 식으로 학교 측이 전적으로 모든 협약을 진행할 경우 학생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아예 사라진다는 것이다. 시흥캠 사태에서는 이 과정에서 학생의 의견이 얼마나 무시될 수 있는지가 드러났다.

 

서울대 학생대책위원회 위원장 김상연(사회대 사회학과) 씨는 이번 시흥캠 사업이 사실상 밀실협약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실시협약이 체결된 뒤에 뒤늦게 항의했지만 정작 서울대 성 총장은 “학사위원회도 돌고 교수와도 다 얘기했는데 왜 이제 와서 너희가 그러느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2013년 당시 외부 언론의 보도를 통해 시흥캠퍼스 설립 사업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런데 서울대가 처음 시흥캠퍼스에 대한 계획을 발표한 것은 2007년 당시 서울대학교 장기발전계획(2007~2025)을 통해서다. 2011년까지 서울대는 각종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공동연구개발용역을 진행했다. 김 위원장은 “2013년 전까지는 [시흥캠퍼스 문제가] 학생 사회에서 전혀 공론화가 되어있지 않았다”면서 “학생사회를 기존에 배제한 채 진행해왔다”고 전했다.

 

물론 서울대의 사례가 우리 학교에 바로 적용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눈여겨봐야 할 점은 이러한 사례가 타 대학의 경우에서도 반복해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이화여대 모 교수가 “학교 주인은 학생이 아니”라고 발언한 것이 논란이 된 바가 있다. 김 위원장은 이러한 발언이 결국에는 “학생을 보는 관점의 문제”라고 말한다. 학교가 진행하는 사업의 종류나 맥락이 다르더라도, 결국 학교가 학생을 소외시키고 배제하는 행위는 되풀이되어 왔다는 이야기다. 그는 “학생은 교육 소비자이기 때문에, 어차피 몇 년 있다가 갈 건데 학교의 중대한 일들은 소통할 필요가 없지 않으냐”라는 생각이 퍼져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김 위원장은 이와 같은 생각을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학생들은 단순히 교육을 소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교육의 주체들”이라면서 “학생의 요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는 교육에서, 교육기관이 학생의 삶에 영향을 주는 문제에 대해 학생의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고 진행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는 단순히 학교의 사업을 반대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과정에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어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위원장은 “물론 학생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말한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모으는 과정에서도 자연히 여러 부차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시흥캠 사태에서는 공대와 인문대 사이의 온도 차가 그렇다. 김 위원장은 “산학협력이나 기업주도의 연구·교육들을 비판적으로 봐야 하는지” 등의 문제에서 의견이 나뉜다고 한다. 또한, 김 위원장은 “시흥캠 문제를 당장 내 문제라고 느끼지 않는 학생들이 많아, 2013년부터 이어온 그동안의 투쟁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은 “그런 분들도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결국 비민주성이나 학생 배제와 같은 문제는 모든 학생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번 서울대 학생 총회에서 한때 2,000명 이상의 인원이 모인 것도 “학교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것에 대해 학생들이 분노를 많이 느꼈기 때문”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학생이 주도권 잡아야

위원장은 현재 투쟁에서 가장 힘든 점이 “사업 자체가 이미 어느 정도 추진되었다는 것”이라며 “그 전에 목소리를 더 강하게 냈어야 했다”고 답했다. 이미 지자체와의 협약이 완료된 상태에서 하는 투쟁에는 상당한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우리 학교의 상황은 아직 학생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김 위원장은 학생들이 “정말 생각보다 [캠퍼스 이전이] 나의 문제라는 걸 깨달으셔야 할 것 같다”며 “자기가 다녔던 모교로서 학교가 갖는 방향성을 무관심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필요에 따라 캠퍼스를 짓더라도 그 과정에서 학생이 주도권을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말뿐인 대화 협의체보단 앞날에 대한 비전을 먼저 구축하고, 새 캠퍼스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학생사회가 되면 좋겠다”고도 전했다.

 

분명 김 위원장의 말대로 많은 학생들의 견해차를 조율하고 이를 하나의 목소리로 모으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같은 길을 걸은 다른 학교들의 선례를 바탕으로 저마다 약간의 관심을 통해 우리 학교의 앞날을 미리 읽고 대비할 수 있다면 ‘학생을 위한’ 학교를 학생들의 힘으로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연구용역 발표가 한 달 반 남짓 남은 상황에서 캠퍼스 이전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서동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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