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에x한국예술종합학교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논란

오명훈 교수 “페리에 관련 해명글” 올려

“오명훈 교수의 제대로 된 사과문을 요구한다

 

 

지난 8일, 페리에 측은 “페리에x한국예술종합학교 콜라보 프로젝트” 영상과 이벤트 페이지를 모두 삭제했다. 삭제의 원인은 영상 <Le Rayon Vert>[이하 “<녹색 광선>”]였다. 해당 영상은 산학협력단을 통해 우리학교와 주식회사 CUC가 공동 제작한 영상 중 하나였다.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 3월 산학협력단이 오명훈(영상원 영화과) 교수로부터 주식회사 CUC와의 계약을 의뢰받은 것이다. 오 교수가 주식회사 CUC와 사업을 진행하고, 계약 및 회계 등의 행정은 산학협력단에 의뢰하는 방식으로 계약이 맺어졌고, 최종적으로 우리학교 학생들이 만든 5개의 영상이 완성되어 이벤트 페이지에 공개되었다.

 

하지만 영상이 올라간 후, “여성대상 범죄를 어떠한 문제의식 없이 자극적인 요소로만 소비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논란은 각종 SNS를 타면서 퍼져나갔고, <녹색 광선>의 연출자 및 총괄 프로듀서는 학내포털사이트 누리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프로젝트의 책임교수인 오 교수도 “페리에 관련 해명글”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지만 이는 곧바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학생들은 “오명훈 교수의 제대로 된 사과문”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학내에서 계속되어 온 여성혐오에 대한 요구이기도 했다.

 

페리에x한국예술종합학교 콜라보레이션 ⓒ페리에 코리아
페리에x한국예술종합학교 콜라보레이션 ⓒ페리에 코리아

 

사건의 발단

2016년 3월 초, 산학협력단은 오명훈(영상원 영화과) 교수의 연락으로 페리에와의 계약을 의뢰받았다. 계약은 4월 말까지 검토를 진행해 같은 달의 27일에 ‘CUC-한예종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가 이루어졌다. 책임 교수는 오명훈 교수였으며 주관 기관은 페리에 공식수입원인 주식회사 CUC였다. 계약 내용은 “페리에와 한예종 학생의 협업을 진행해 5편의 단편 영상물을 제작하고 제작된 영상물은 공개 투표를 통해 순위를 매겨 응모인과 제작 학생에게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었으며, 계약 금액은 25,000,000원이였다. 산학협력단이 사업을 수주하는 절차상, 오 교수가 외부의 업체와 사업을 진행하기로 하고, 계약 및 회계 등의 행정은 산학협력단에 의뢰하는 방식으로 계약이 맺어졌다.

 

논란에 대한 해명 이어져…

페리에 측은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많은 분들께 혐오감을 끼쳤던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내일 한예종 측과 페리에 측이 공식적으로 사과하겠다”는 글을 남겼고, 해당 영상과 이벤트 페이지를 모두 삭제했다. 하지만 국민일보, YTN 등 3개 언론사가 곧 이 사건에 대한 보도기사를 내보낼 때까지도 공식적인 사과문이 올라오지 않았다. 이에 총학생회와 영상원 학생회는 프로젝트 책임자인 오명훈(영상원 영화과) 교수와 해당 영상을 연출한 김동준(영상원 영화과) 씨에게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입장표명과 사과문은 11일이 되어서야 올라오기 시작했다. 먼저 연출자 김 씨는 “여성 피해자의 공포를 표현하여 보는 이에게 불쾌감을 안기고, 심지어 후반에는 제품을 등장시켜 이를 상업적인 반전의 도구로 활용한 파렴치하고도 무책임한 기획임을 통감한다”며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문제 의식 없이 이야기를 만들고 완성에만 집중했던 제 자신을 반성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프로젝트의 총괄 프로듀서 오세민 씨는 “1인칭 시점으로 페리에 병을 의인화하여 위트 있게 반전이 보여 질 수 있다면 재미있는 영상으로 만들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페리에 병에 여성의 목소리가 들어가게 됨으로써 영상 중후반부까지 여성이 납치되어 토막 살인을 당하는 장면처럼 묘사되었다”며 “불안감을 느꼈을 분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줄 수 있는 영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무지했다”고 전했다.

 

그로부터 6일 후, 프로젝트의 책임교수인 오명훈(영상원 영화과) 교수가 “페리에 관련 해명글”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하지만 오 교수의 해명글은 곧바로 논란을 일으켰다. 해명글에서 연출자 김 씨를 “영화계 약자”로 언급하고 작품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말하면서도 정작 여성혐오에 대한 사과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이 모 학생은 “오명훈 교수는 학교 구성원들이 이번 사건의 어떤 부분에 우려를 표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매년 여성을 상대로 한 각종 강력 범죄들이 발생하는데 상당수의 컨텐츠들이 아무 제재나 의문도 없이 여성을 늘 같은 방식으로 대상화하고 폭력적으로 소비해왔다”고 말했다.

 

한편 산학협력단은 “학생 선발 등 사업 내용에 관련된 부분은 사업단(책임 교수)의 고유 권한으로 산학협력단은 관여할 수 없다”며 해명했다. 또한 “10월 6일 누리 게시판의 게시물을 보고 논란을 인지했으나 이는 사업 진행상 계약이나 회계, 법률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사업 결과물의 내용에 대한 논란”이기 때문에 “해당 논란에 대해서는 산학협력단이 개입할 여지가 없으며 해당 논란은 사업단과 책임교수가 소통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끊이지 않는 여성혐오 논란

이와 같은 여성혐오는 우리학교가 고질적으로 앓아온 문제다. 작년에 있었던 극작과 졸업 공연 <Q>는 “여성비하적인 시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으며 논란이 됐었고, 지난 학기 <프로이트 심리학>를 강의했던 이 모 강사는 수업 도중 여성과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아 물의를 빚었다.

 

이번 페리에와의 공동 작업 역시 이와 같은 연상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다. 비슷한 문제제기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학내에서 겪은 여성혐오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그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밝혔다. 연극원 학생 A 씨는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추천해주신 작품에서 남성 주인공이 여성을 성희롱하는 장면이 나와 당황스러웠다”며  “학내 공연 <폭풍 속으로>에서도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와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를 로맨티스트로 표현하는 것’ 등이 불편했다”고 말했다.

 

 

연극원 학생 B 씨도 “이번 사건은 광고라는 특성상 학교 밖까지 전해졌기 때문에 공론화가 된 것”이라며, “연극원에서는 항상 여성혐오적인 공연이 올라온다”고 밝혔다. 이어서 B 씨는 “지도교수라면 기술적인 도움뿐만 아니라 [윤리적인 측면에 대한] 피드백도 줄 필요가 있지만 지도교수의 작품도 여성혐오적일 때가 많다”고 밝혔다. “연극원 교수들의 성차별적인 발언도 만연한데 교수들이 예술계의 기득권인 만큼 쉬쉬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는 것이다.

 

영상원 학생 C 씨는 “워크숍 수업의 결산 상영회에서 남성 배우들이 지나가는 여학생을 보며 음담패설을 하는 장면이 담긴 영화를 보았다”며 “상영 후 수강생 한 명이 연출자에게 항의성 질문을 하려고 했지만 담당 교수가 이를 제지하며 젠더 문제는 이 수업에서 다룰 내용이 아니라고 했다”고 전했다.

 

 

한편 영상원 학생 D 씨는 “영상원에서는 졸업작품을 상영할 때마다 여성혐오라고 지적받는 작품이 매번 등장하는데 이는 해결 방안에 대한 고민이 부재한 것이라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즉 “여성혐오나 퀴어 의제에 대한 특별 강의를 열어서 학생과 교수 모두가 필수로 이수하게끔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D 씨는 “실기과의 기능 위주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실기 중심의 학과에서도 젠더윤리에 대한 수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C 씨 역시 “<녹색 광선> 감독의 사과문을 읽으면 이번 사태가 기능만을 위주로 진행되어온 교육의 [필연적인] 산물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오 교수의 잘못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겠지만 다른 교수들에게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이번 사건을 겪고] 사회적 약자를 향한 혐오 표현 여부를 판단하는 기구가 어느 정도는 필요한 게 아닌가 싶었다”며 “누구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회적 약자를 향한 혐오 표현에 대한 제약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B 씨는 “이번 사건이 널리 알려진 게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피하지 말고 바꿔야 한다”며 “위험 부담을 느끼지 않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와 이런 사건에 체계적으로 대응해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직접 동아리의 형태로 만들어볼까 한다”고 밝혔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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