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016년 11월 19일

너는 나에게 달콤한 말만 하렴

국립국악원 전경

국립국악원 전경

 

 

박근혜 정부 이후 이루어진 국악계 검열에 대한 인터뷰

 

나라가 시끄럽다. 국가의 원수가 공사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는지 국민들은 너무나 명확하게 지켜보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이전에 문화계 인사에 대한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사실에 예술계가 들끓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수립 이후, 문화와 예술에 대한 검열은 일상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하는 작년 연극원 박근형 교수와 앙상블시나위 팀이 이전에  박근혜과 그의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풍자극을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겪었던 고초와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국립국악원에서 내쳐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를 모두 지켜 본 전통예술원 한국예술학과 전문사 과정의 학생의 인터뷰로 재구성해보았다.

 

 

1) 지난 2015년 10월 경에 있었던 <소월산천>프로그램의 검열에 대해서 타 전공 학생들을 위해서 설명 부탁드린다

 

– 2015년 11월 6일.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는 금요공감 프로그램 <소월산천>이 공연될 예정이었다. <소월산천>은 앙상블시나위와 기타리스트 정재일, 박근형 연출의 배우3명이 김소월의 시를 노래하고 연주하는, ‘극’위주가 아닌 ‘음악’이 주체가 되는 공연이다. 하지만 지난 10월 24일, 공연이 2주가 채 남지 않은 시기에 국립국악원에서는 공간의 부적합성을 예로 들며 돌연 극적인 요소를 완전히 제외한 앙상블시나위와 정재일의 음악연주만을 요청한다.

애초에 국악원의 금요공감 프로그램은 ‘예술가 상상력의 끝은 어디인가?’, ‘국악과 다른 장르가 만나면 어떠할까?’, ‘경계를 넘나드는 만남과 교감의 시간, 국악의 무한 가능성을 실험한다!’는 매우 진취적인 물음으로 기획된 공연이다. 또한 풍류사랑방이라는 공간에 대해선 ‘무대와 객석 사이의 벽을 허물고 소통이 이루어지는 공감과 교감의 무대’라고 소개한다. 실제로 지난 4월 풍류사랑방에서는 ‘판소리단편선_주요섭<출몰/살인>’이라는 판소리와 연극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 ‘한국적 1인극’이 공연된 바 있다. 이러한 사실에 입각하여 보았을 때, “소편성의 국악 연주를 위해 만들어진 이 공간의 음향 특성상 악기 연주와 노래 혹은 대사를 같이 무대에 올리기가 대단히 힘든 형편입니다. 아울러 전통 사랑방을 재현하여 밝고 어두운 정도의 부분조절만 가능한 조명 여건으로 인해 극적 효과를 살려내기도 대단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라는 국악원의 해명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의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또 물음을 던질 수 있다. 도대체 왜 국악원은 이런 말도 안되는 변명밖에 내놓을 수 밖에 없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박근형 연출의 <소월산천>을 무대에 올릴 수 없는 것일까? 박근형은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연출가이다. 그는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풍자를 담은 연극 ‘개구리’를 선보였고, 최근 이 때문에 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산실-우수 공연작품 제작 지원’ 사업 대상에서 배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한 뉴스1에 의하면, 문예위의 배제 이전에 이미 감사원으로부터 감사도 받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박근형씨 뿐만이 아니다. 한겨레에 따르면, 문예위는 ‘2015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선정하면서 심사위원들한테 이윤택씨 등 특정 작가들의 배제를 요구했다고 한다. 심사위원들이 이에 응하지 않고 102명을 선정하자, 문예위는 이 가운데 32명을 제외하고 70명을 지원 대상으로 결정했다. 이윤택 작가는 100점을 받아 희곡 분야 1순위였음에도 탈락했다. 그는 공교롭게도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지지 연설을 한 바 있다. 이러한 배제들은 박근혜 정부가 ‘문화융성’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문화의 사회적 가치확산’을 주장했던 것과는 참으로 대비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표>국립국악원 검열사태 일지

 

 

일시 검열일지
2014.12.30 소월산천(素月山川)첫 공연(소극장 시월)
2015.5.30 소월산천 두 번째 공연
2015.8 금요공감 프로그램 확정
2015.9.9 JTBC ‘문화예술 지원에 블랙리스트 있다. ‘보도
2015.9.11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도종환 의원 박근형 연출가 배제에 대한 내용 지적
2015.10.24 국립국악원 공연 수정 요구
2015.10.26 회의 (박근형 연출가, 금요공감 예술감독, 앙상블 시나위 대표)
2015.10.26 공연 취소(11.6)
2015.10.27 상황 전달 받음.
2015.10.27 정영두 씨 국립국악원에 연대 불참 의사 전달
2015.10.28 정영두 씨 페이스북에 금요공감 연대 불참 사유 게재
2015.10.29 국립국악원 해명
2015.10.29 정영두 씨의 반박
2015.10.30 정영두 씨 1인 시위
2015.10.30 20:00 금요공감 정영두 씨 불참
2015.10.31 정영두 씨 시위 2일차
2015.11.1 정영두 씨 시위 3일차
2015.11.2 정영두 씨 시위 4일차
2015.11.3 정영두 씨 시위 5일차
2015.11.3 연극계 탄압 의혹 사실로!
2015.11.5 정영두 씨 시위 6일차
2015.11.5 19:00 국립국악원 사과문 발표
2015.11.5 22:00 정영두 씨 반박문 게재
2015.11.5 23:00 이동민 씨(독립기획자) 반박문 게재
2015.11.6 09:00 앙상블 시나위 반박문 게재
2015.11.6 20:00 금요공감 ‘앙상블 시나위와 정재일’ 공연 취소
2015.11.10 금요공감 ‘여향’ 공연 취소 (11월 13일)
2015.11.11 김서령 씨(국립국악원 금요공감 예술감독) 입장 표명
2015.11.13 ‘여향’ 출연자 취소 이유 발표
2015.11.17 남현우 씨 취소 이유 발표
2015.11.20 금요공감 무용집단 무버(mover) 공연 취소

 

 

2) 이런 국악계의 검열에 다른 예시가 있었는가

 

가시화된 사건은 없었으나 아마 굉장히 일상적인 검열이 많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3) 국악계에 검열이 왜 있는지, 이것이 특정 정권 이후로 불거진 문제인지 아니면 관례인가

 

왜? 라는 질문에 시원하게 답을 줄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문화예술은 분명 정치적인 분야다. 검열은 어느 정권에서나 존재해왔다. 예술은 검열의 역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검열의 대상과 양상이 그 이전의 정권과는 달라졌다는 점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검열과 관련된 ‘표현의 자유’ 이슈가 주로 성 표현물의 수위, 청소년 연령 제한, 문신 및 대마초 비범죄화 등과 같은 문화적 요소인 반면 현재의 박근혜 정부는 군부독재 시절의 정치 검열과 그 매커니즘이 비슷하다.(예술 검열과 예술지원을 연계해서 압박하고 검열의 주체가 사법기관이 아니라 예술 행정가라는 점에서 이전과 다르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는 취임과 동시에 문화융성을 3대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문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문화융성의 개념을 놓고 여러 학자들의 의견이 분분했는데, 현재 문화예술계의 상황을 조금만 들여다봐도 문화융성이 문화를 위한 국정과제는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4) 제도적으로 정치적인 이유의 검열을 보호할만한 제재가 없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듣고 싶다

 

정확하게 일치하는 법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술인들은 주로 표현의자유 침해를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다. 따라서 검열에 항의하는 예술인들의 적극적인 외침과 연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권라임 기자

kwonlime@kart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