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와 영화계

지난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제1회 규제개혁 장관회의 및 민·관(民·官) 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 일명 규제개혁 끝장토론이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과 부처 관료들이 부문별 기업 대표자들과 대면해 직접 사업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에 대해 털어놓는 자리였다. 최근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사회의 ‘규제’가 경제발전의 걸림돌이라며 ‘암덩어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몇몇 언론이 호응하면서 ‘규제개혁’은 화두가 되었다.
갈비집 사장님, 푸드트럭 사장님 등이 이런저런 규제가 없어져야 사업하기 편하다는 말을 하면 박대통령이 부처 공무원들을 질타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미리 말을 짜맞춘 게 아니라 즉석에서 질문을 던지는지 공무원들은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통해 우선 청와대는 ‘무능하고 정체된 공무원’ 대 ‘유능하고 진취적인 대통령’ 프레임을 짜내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 업계가 겪는 어려움은 전세계적인 불황과 선진국 반열에 접어든 한국의 성장한계 탓이라 보는 게 정확한데, 이를 정부의 규제 탓으로 돌려버리지 않았나.
이 자리에는 약소 기업/산업 대표뿐 아니라 대한민국 중점 육성산업 대표들도 나왔다. 단연 케이 팝(K-POP)이 이슈였고, 영화 역시 빠지지 않았다. JK필름 윤제균 감독이 영화제작 분야를 대표해 참석했다. 주최 쪽은 세계로 도약하는 데 무엇이 걸림돌이 되냐고 다소 빤한 질문을 던졌고, 윤 대표는 다음과 같은 요지의 답변을 했다.
첫째, 현재 영화산업의 수익은 상영(극장)/배급, 유통/제작/투자 네 군데서 나눠 갖는 구조인데 다른 데도 힘들겠지만 제작 입장에서도 힘들다. 150억 원의 이익을 내도 다 떼먹히고 15억 원만 남는다. 게다가 특정 기업(윤 대표가 직접 밝히진 않았지만 누가 봐도 씨제이 얘기인)이 제작을 제외한 나머지 세 분야를 다 독점하는 탓에 불공정 거래가 생길 소지가 다분하다. 즉 영화산업에 수직계열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거다.
둘째, 얼마 전 우리 회사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이 말은 100년 가까운 우리 영화산업 역사에서 그간 한 번도 안 지켜졌단 뜻이다. 장기간 노동, 임금체불이 만연했다.
이쯤까지 이어지자 사회자가 윤 대표에게 축약해서 말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고, 그도 이야기를 마무리지었다. 말하자면 규제를 줄이자는 자리에 윤 대표는 용기 있게 올바른 규제를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는 말을 돌려 한 셈이다.
여기에 대해 박 대통령은 “문화가 대한민국의 미래다(그러니까 대한민국 돈벌이의 미래다)”라는 다소 엉뚱한 말로 대답했고, 이어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영화산업 수직계열화는 정부 규제로 벌어진 문제가 아니라는 반쪽짜리 대답만 내놓았다.
쉬운 자리는 아니었을 텐데 꿋꿋하게 우리 영화 산업의 고질적인 폐해와 정부정책의 부재를 짚어낸 윤대표에게 박수를 보내본다.
한편 영화 ‘산업’이 마주한 문제 뿐 아니라 우리 영화에 닥친 문제 역시 언급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 정부는 영화에 대해 주로 수출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당장 시네마테크 지원은 오히려 줄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할 자리는 못 됐고 관계자가 초대받지도 못했다. 서울특별시는 최근 새로운 시네마테크 건립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많은 영화인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아직 박원순 시장은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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