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리 Korean Orchestra Festival

<2014 교향악 축제>
2014.4.1(화)-4.18(금) 오후 8시(일요일 오후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입장권 R석 4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B석 1만원
문의 및 예매 sacticet 02-580-1300

 

사월. 어김없이 이맘때가 되면 흐드러지는 벚꽃과 함께 봄내음을 전해줄 음악 축제가 예술의 전당에 찾아온다. 음악분수 앞 잔디밭에서 뛰어 노는 어린 아이들부터, 손을 꼭 맞잡고 흘러나오는 멜로디에 흠뻑 취한 젊은 연인, 밤의 정취에 이끌려 산책 나오신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남녀노소를 하나로 묶어줄 클래식 공연 ‘교향악 축제’가 열린다.
오는 4월 1일부터 18일까지 국내 18개의 교향악단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꾸며지게 될 2014년 교향악 축제는, 이미 음악인들과 클래식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1989년 음악당 개관 1주년 기념으로 시작된 교향악 축제는 올해로 26회차를 맞았다. 해를 거듭하며 서울에서 먼 지방의 다양한 레파토리로 여러 오케스트라 실황을 볼 수 있다는 점, 특히 작년에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연주에, 어렵기로 유명한 브루크너 교향곡 3번 6번 9번을 보여주는 한편, 콘서트홀에서 보기 드문 한국 작곡가의 창작곡들까지 매력있는 프로그램으로 관객 몰이를 하고 있다. 또한 ‘서울과 지방간의 음악의 벽을 허무는 과감한 시도와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예술의 전당 간판 프로그램’이라는 카피를 걸고 진정한 음악 축제로서 거듭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관현악 축제의 프로그램이 발표된 후 상당수의 사람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첫번째 불만은 프로그램의 발표 자체가 너무 늦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로 티켓 오픈 이후로 3월 18일까지 서울시립교향악단은 프로그램도 심지어는 지휘자도 밝히지 않은채 협연자인 클라리넷 주자 채재일 씨만 내걸고 ‘서울시향인데 믿고 봐라’ 라는 식의 행동으로 사람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서울시향이 정명훈 지휘자를 등에 업고 (물론 실력면에서 국내외적으로 인정받은 바 있지만) 지금 막나가고 있는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지만, 예매 현황을 보면 역시 그들의 네이밍만으로도 압도적인 성적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두번째는 독일 고전, 낭만 음악에 편중되어 있는 프로그램 선정에 대한 불만이다. 사실 관객들이 관현악 축제를 기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양성에 있다. 각각의 지휘자와 협연자의 개별적인 특색을 살펴보고 그러한 특색으로 그들의 성향을 엿보고 공연 뒷얘기들을 나누는 것; 이는 관객들에게 주어진 음악회의 숨겨진 가장 큰 재미인데, 열 여덟개나 되는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협연자들이 얼마나 큰 떡밥인지 모른다. 그러나 연주자들 자체의 다양성보다 더 핫하게 다가오는 밥은 바로 ‘다채로움’, 즉 다양한 레퍼토리의 곡들이다. 위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한국 작곡가들의 곡과(특히 국내 초연의 경우는 더욱 인기가 많다) 한국인들이지만 국악곡이 생소한 사람들에게 미적, 청각적인 충격을 주고, 심지어는 스트라빈스키같은 극현대 음악가의 전위적인 음악까지… 그러나 올해 앞두고 있는 공연 프로그램을 보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일단 독일 고전 낭만 음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곡이 넘쳐난다. 물론 베토벤 브람스의 곡들은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곡이 많기 때문에 흥행 효과와 더불어 관객에 대한 배려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페스티벌 차원에서 같은 곡이 겹치거나(특히 메인 프로그램인 브람스 2번과 드보르작 8번 같은 곡을 겹치게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같은 작곡가가 너무 겹치는 것은 심하지 않았나 싶다. 말러도 1번과 5번 위주로 돌아가고, 심지어 이렇게 하려면 말러-베토벤 페스티벌이라고 이름 붙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의 음악 시장에 편중된 음악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가 이미 심각한 수준인데, 우리나라 음악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교향악 축제’가 내년부터는 철저한 준비와 신선한 기획으로 더 좋은 축제로 거듭났으면 한다.
말러와 브람스, 베토벤이 판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몇 개의 눈에 띄는 공연이 있다.
먼저 여류지휘자 여자경씨와 성시연씨가 이끄는 군포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경기 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꼽을 수 있다. 여성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시대이지만, 아직까지 지휘계는 여성지휘자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 이러한 시대에 두 명의 권위 있는 여성 지휘자가 축제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 특히 눈에 뛰는 것은 이 둘의 연주 프로그램인데, 여자경 지휘자는 에네스쿠와 라이네케로 다소 생소한 음악을 들려줄 계획인데, 그녀의 감성적이며 파워풀한 지휘가 이번 연주에서 어떻게 보여질지 굉장히 궁금하다. 반면 성시연 지휘자는 드뷔시 라벨같은 프랑스 인상주의 작곡가들의 곡을 보여주는데 특히 모리스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는 국내에서 자주 연주되지 않는 작품으로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다. 1악장에서 격렬한 리듬과 함께 피아노의 주 멜로디로 다소 동양적인 테마를 들려준다. 2악장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영화 ‘비우티풀’의 배경음악로도 쓰였던 멜로디인데, 목관 화성을 기가막히게 만드는 라벨의 실력이 극을 이룬다.
다음으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 보리스 길트버그(Boris Giltburg)의 연주를 볼 수 있는 기회!
올해 예술의 전당은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와 교류 협정을 맺었다. 올해부터 3년간 이 콩쿠르 우승자는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협연자로 초청되고, 콩쿠르 기간 동안 홍보물에는 교향악축제에 대한 소개 내용이 기재된다. 태승진 예술의전당 예술사업부 본부장은 “교향악축제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의 교류 외에도 향후 아시아권을 시작으로 국내 악단을 국외 축제에 파견하고 외국 악단을 국내로 초청하는 등 오케스트라 교류의 통로가 되겠다는 이상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건반위의 진화론자’라는 음악계의 평가를 받고 국내 최정상의 피아니스트에서 지휘자로 진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김대진 지휘자의 수원시립 오케스트라가 그 주인공이다. 그들이 호흡을 맞출 곡은 그 유명한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 c단조 Op.18이다. 권형진 감독의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서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연주했던 바로 그 곡. 아마 레코딩되어있는 음반이던 실황이건 많이 들어보았던 곡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둘과 수원시립 단원들이 어떤 하모니를 이끌어 내서 감동을 줄지 기대가 되는 공연이다.
그리고 이번 축제는 부천필하모닉을 지휘하는 임헌정 지휘자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그는 작년 부천시의회와의 갈등을 시작으로 25년동안 함께했던 부천필에 이별을 고하게 되었다. 최근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 예술 감독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지만 올 한해 잡혀있는 연주를 모두 마치고 올해 말쯤에 정식 신임 지휘자에게 지휘봉을 넘겨주게 될 예정이다.
이별을 고하는 마지막 대장정은 브람스 심포니 3번. 브람스는 4곡의 교향곡을 작곡했다. 그 중 50세에 완성한 3번은 그의 교향곡 중 가장 힘이 있고 웅장하여 베토벤의 3번 교향곡 ‘영웅’과 곧잘 비교된다. 열정적 기쁨과 동경의 꿈이 가득한 이 작품을 브람스 자신은 이 작품을 ‘작은 교향곡’이라고 말했는데, 그 이유는 다른 교향곡들에 비해 구성과 표현이 간결하고 뚜렷하며 선율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3악장은 프랑스와즈 사강의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영화화한 ‘Goodnye again’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면서, 이후 브람스 작품 가운데 가장 인기있는 곡 중의 하나가 되었다.
임헌정 자신의 고별을 독백하듯 2악장에서는 목가적인 서정미와 고독의 쓸쓸함을 호소하는데, 이는 3악장까지 더욱 어두워 지면서 감미롭고 회상적인 악상이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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