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날의 열기가 식기 전에

“다함께 부라보” 2016년도 예술제 개최

 

지난 21일(수)부터 23일(금)까지 우리학교 석관동캠퍼스 예술극장 일대와 기타 전시공간에서 2016년도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제가 개최됐다. 이번 축제의 슬로건은 “부라보”다. 총학생회는 지난 11일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축제 사전 홍보영상을 먼저 공개했다. 이 영상은 1978년 당시 “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으로 시작되어, 당대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해태제과의 부라보콘 CM송을 패러디하여 이번 축제가 복고 컨셉으로 진행될 것임을 보여줬다. 이후 총학생회는 9월 12일과 9월 13일 양일에 걸쳐 서초동캠퍼스와 석관동캠퍼스에서 12시에 학생들에게 부라보콘 아이스크림과 달고나를 나눠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본격적으로 축제가 시작된 이후에도 석관동 곳곳에서는 추억의 문방구 앞 게임기와 트램펄린 등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들을 찾아볼 수 있어 복고풍의 분위기가 충분히 느껴졌다. 이번 축제는 총 3일에 나눠 각 날짜마다 체육대회, 야외공연, 클럽파티를 중심으로 진행되었으며, 주막을 비롯한 여타 부대 행사는 축제 기간 전체동안 저녁 시간대에 운영되었다.

 

예술극장 앞에서 문방구 게임기를 즐기는 학생들
예술극장 앞에서 문방구 게임기를 즐기는 학생들

 

첫째 날, 다같이 체육대회

본격적인 축제 일정은 21일 오전 9시 반부터 시작됐다. 예술극장 앞과 석관동 캠퍼스 본관 앞을 오가며 진행된 개회식과 격려금 전달, 새천년 체조 행사는 이른 시간인 만큼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다.

 

이후 오전 10시부터는 각 원에서 준비한 체육대회가 진행되었다. 영상원에서는 단체 줄넘기를 준비했고, 무용원에서는 족구 대회를 준비했다. 음악원은 탁구 대회를 진행했고 연극원은 2인 1조로 진행되는 ‘짝 피구’를 준비했으며, 미술원에서는 ‘철인사종(철야의 예종인을 위한 사종 달리기)’를 예술극장 일대에서 진행했다. 체육대회는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예선전을 거친 뒤, 오후 1시 반까지 점심시간을 갖고 이후에 결선전을 치르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이후 오후 3시 반부터 오후 5시까지는 줄다리기, 자취생 달리기, 미션 달리기를 비롯한 단체 체육 행사가 이어졌다. 모든 체육대회 행사가 종료된 이후에는 시상식이 열렸으며, 이후 오후 6시에 잔디광장에서 열린 ‘4분(人工呼吸)’공연을 끝으로 예술제의 첫날 프로그램은 종료되었다.

 

둘째날, 축제의 열기는 최고조로

이튿날인 22일에는 예술극장 앞 메인무대를 중심으로 주요 공연 행사가 진행되었다. 오후 4시부터 학생식당 앞과 갤러리 등에서는 <그래야만 한다>, <끼리끼리>등의 공연이 있었다. 이후 잠시 시간을 가진 뒤 오후 6시 10분경부터는 예술극장 앞 메인무대에서 10년만에 학교를 찾았다는 연희집단 ‘더 광대’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더 광대’는 풍물 공연과 사자탈춤, 버나돌리기 등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갔다. 공연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를 방문한 지역 주민과 학생들로 객석이 채워졌으며, ‘더 광대’는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에 객석까지 내려와 관객들이 직접 사자탈을 써보고, 버나돌리기를 해보게 하며 축제 분위기를 물씬 자아냈다.

 

‘더 광대’의 공연이 끝난 이후에는 우리학교 음악원 성악과 재학생들과 졸업생들로 구성된 아마데우스 중창단의 성악 공연이 이어졌다. 아마데우스 중창단은 오페라 <사랑의 묘약>의 ‘남 몰래 흘리는 눈물(Una Furtiva Lagrima)’를 시작으로 레하르의 오페라 <미소의 나라> 중 ‘그대는 나의 모든 것(Dein ist mein ganzes herz)’, 스페인 남단에 위치한 섬 그라나다를 배경으로 한 가곡 ‘그라나다Granada’ 등 총 5개의 클래식 성악곡을 먼저 선보였다. 이후 밤늦게 교정 전체에 울려퍼진 성악 소리에 객석이 지역 주민들로 가득 채워질 때쯤 아마데우스 중창단은 성악 4중창으로 대중가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비롯하여 4월과 5월의 ‘장미’,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 등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곡이었다. 이후 아마데우스 중창단은 모든 단원이 무대에 올라 ‘푸니쿨리 푸니쿨라(Funiculi Funicula)’와 ‘오 솔레미오(‘O Sole Mio)’로 관객들의 열띤 박수를 이끌어내며 공연의 끝을 맺었다.

 

이후에는 축제의 메인 행사중 하나인 부라보 가요제가 이어졌다. 가요제에는 연극원, 영상원, 미술원 등 다양한 원 소속의 참가자가 등장해 끼가 넘치는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김재우(영상원 영화과 16)씨와 Limbani Muntali(음악원 기악과)씨와 함께한 무대는 열띤 분위기 속에서 관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었다. 이날 가요제 1등상인 ‘오르페우스 상’에는 뛰어난 가창력과 개성있는 음색으로 KBS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의 OST ‘안갯길’을 부른 김희원(미술원 디자인과)씨가 선정됐다.

 

이날의 마지막 프로그램인 밴드 공연은 10시 경 시작되었다. 앵콜곡까지 선보이며 이날 축제의 대미를 장식한 밴드의 보컬 박지헌(연세대 성악과 12)씨는 지난 2012년 우리 학교 예술제에서 술을 함께 마셨던 사람들과 인연이 닿아 밴드를 결성하게 되었다고 밝히며, “올해가 밴드 첫 공연인데 관객 반응이 정말 뜨거워서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대로 예술제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축제 이튿날, 주점과 미술원 헤나샵에 학생들이 모여있다
축제 이튿날, 주점과 미술원 헤나샵에 학생들이 모여있다

 

셋째날, 다음에 또 만나요

마지막 날에는 예술극장 위 잔디극장에서 ‘4분(人工呼吸)’이 재연되었다. 이후 메인무대에서는 무용원과 음악원이 축제 마지막 공연을 각각 선보였으며 이날에도 많은 학생들이 예술극장 앞 객석에 모여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 행사가 전부 끝난 늦은 저녁에는 갤러리에서 클럽이 열려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날 총학생회는 주점을 전날보다 2시간 더 연장한 새벽 2시까지 운영하도록 해, 주말 직전 많은 학생들이 밤늦까지 축제의 여운을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마지막날까지 여러 부대 행사 부스를 찾는 지역주민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기자의 변

무더웠던 8월이 지나고 9월이 찾아왔다. 교정은 조금 선선해졌지만 축제 현장에서는 아직 지난 여름날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듯 학생들의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 모두가 즐겨야 할 축제다. 하지만 주막에 나란히 앉은 학생들의 웃음 사이에서 모종의 우울을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을까.

 

바야흐로 만성적인 우울의 시대다. 우리 학교의 학생들은 오늘도 수많은 ‘당장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에 직면한다. 그것은 인간관계 속에서의 어려움이기도 하고, 때로는 개인이나 집단의 부조리에 관한 것이기도 하며, 자신의 성취와 능력에 대한 좌절이기도, 가끔은 학교가 안고 있는 여러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스스로의 눈앞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좌절감에 많은 학생들이 오늘날에도 우울증을 호소하며 학교 인근의 정신과를 찾고 있다. 축제가 끝나면 학생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고, 그곳에는 당장의 현실적인 문제들이 다시 학생들을 기다린다.

 

축제기간동안 ‘4분(人工呼吸)’을 공연한 박지현(무용원 창작과 15)씨는 작품에 대한 설명에서 “인공호흡에서 4분이 가장 중요한 시간이라고 한다. 이 공연에서는 안무가 4분단위로 바뀌는데, 이를 통해 우리가 혼자 숨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같이 숨쉬면서 살게 되는 과정을 담고 싶었다”라며 운을 뗐다. 이후 “학교가 경쟁을 너무 추구하다 보니까”라며 잠시 말끝을 흐리던 박 씨는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너와 내가 함께 살게 되는 공존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분명 오늘날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다. 개중에는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계속될 문제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학생들이 다음 축제까지 이 험한 세상에서 ‘공존’ 할수만 있다면, 다시 내년, 혹은 그 다음해에  지난날들을 그리며 축제 주막에서 서로에게 ‘부라보’를 외치며 한 잔 기울일 수 있지 않을까. 이제는 학교를 졸업한 아마데우스 중창단의 김진우씨는 “서초동 캠퍼스에 있을 때는 석관동 캠퍼스에 자주 오지 못했다”면서 “6개원이 하나되는 축제 자리여서 좋았다”고 말했다. 김 씨의 말처럼 이번 축제가 화합의 장으로서 학생 모두에게 잠시나마 위안을 주는 자리였다면 좋겠다.

 

지나간 70, 80년대가 다시 돌아오지는 않지만 적어도 우리는 그 시절을 이렇게 기리고 추억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는 있다. 언젠가 이 모든 과정을 무사히 이겨내고 사회에 나가, 저마다의 자리에 선 우리가 다시금 한 자리에 모여 지난날의 학교생활을 추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끝으로 지난 22일 저녁, 입학 후 첫 축제에서 가요제를 마치고 싸이의 ‘챔피언’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들던 김재우(영상원 영화과 16)씨가 남긴 한 마디를 전한다. “저는 그 누구보다 멋진 사람이 될 겁니다”.

 

 

 

 

 

서동완 기자

official050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