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비평
2016년 6월 26일

모두의 추억을 담아

짐 샤먼의 <록키 호러 픽쳐 쇼> 블루레이

 

<록키 호러 픽쳐 쇼(The Rocky Horror Picture Show)>, 1975

감독: 짐 샤먼

제작: 이십세기 폭스 홈 엔터테인먼트, 2010

러닝타임: 99분

청구기호: BD 688.2 101

 

팀 커리가 연기한 <록키 호러 픽쳐 쇼>의 프랭크 박사

팀 커리가 연기한 <록키 호러 픽쳐 쇼>의 프랭크 박사

 

친구들의 결혼식에 가고 난 뒤 약혼한 커플 브래드와 재닛은 폭풍우가 몰아친 밤, 타고 있던 자동차에 이상이 생겨 잠시 길에서 멈춘다. 전화기를 쓰기 위해 찾아간 한 저택에서 그들은 망사 스타킹을 신고 가터벨트를 한 괴상한 과학자 프랭크 박사를 만난다. ‘트랜실베이니아’ 우주의 ‘트랜스섹슈얼’ 행성에서 온 복장 도착자 프랭크 박사는 록키라는 괴물을 만드는데, 근육질의 몸매를 가진 금발 청년의 모습을 한 록키는 프랭크가 자신을 위해 만든 생명체다. 이런 프랭크의 공간에 들어와 어안이 벙벙한 브래드와 재닛은 어느새 속옷만 남긴 채 옷이 다 벗겨져 있다. 그리고 그들은, 이전에는 체험하지 못했던 모험을 하기 시작한다. 이것은 <록키 호러 픽쳐 쇼>의 대략적인 줄거리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플롯이 아니다. 이야기 자체보다 중요한 건 트랜실베이니아라는 기이한 세계이자 그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인물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음악이다.

전 세계적인 팬덤을 유발한 컬트 무비의 대명사 <록키 호러 픽쳐 쇼>의 35주년 기념판 블루레이가 지난 2010년 발매됐다. 35주년 기념판인만큼, 이 블루레이가 담고 있는 서플먼트 및 PIP(Picture in Picture : 본 영상 안에 부수적으로 작게 들어가는 영상)는 꽤 알차다. 이런 다양한 옵션과 스페셜 피쳐는 이 블루레이가 <록키 호러 픽쳐 쇼>를 처음 접하는 사람보다는, 이 영화를 오랫동안 사랑해 온 팬들에게 바치는 ‘인사이드 조크’ 같은 선물 패키지임을 드러낸다.

본편 영상 재생 시엔 결말이 다른 미국판과 영국판 중 하나를 선택해서 볼 수 있으며, 새롭게 추가된 ‘대안적인’ 흑백 오프닝 옵션을 선택하거나 해제할 수도 있다. 흑백 오프닝 옵션 선택 시, 영화가 시작하고 나서 나오는 20분가량의 오프닝 시퀀스는 흑백 처리된 영상으로 재생된다.

하인 리프래프 역을 연기한 리차드 오브라이언과 마젠타 역을 맡았던 패트리샤 퀸의 코멘터리 오디오는 <록키 호러 픽쳐 쇼>가 발표된 지 25년 만에 함께 영화를 보며 풀어내는, 이 영화에 대한 두 사람의 상당히 개인적인 소회로 꾸며져 있다. 패트리샤 퀸은 오프닝 시퀀스에 나오는 상징적인 붉은 입술이 자신의 입술이었다는 걸 밝힌다. 그녀는 검은 바탕에 새빨간 입술만 나오게 해야 했으므로, 입술만 빼놓고 몸 전체를 검은색으로 칠해야 했다는 일화까지 풀어 놓는다.

또한, 촬영 당시 스틸 사진 작가였던 믹 록의 인터뷰 영상도 있다. 믹 록은 영화 제작 당시를 회고하며 “(이 일을 통해) 돈을 벌 수 있을지 없을지는 상관하지 않았다. 그냥 거기(촬영장)에 있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가 찍은 사진은 ‘믹 록의 픽쳐쇼’란 메뉴에서 슬라이드 쇼로 볼 수 있다.

‘심야상영 체험’ 옵션은 ‘소품 상자’와 ‘심야 동시상영’ 두 가지 메뉴로 구성되어 있다. 조야하지만 귀여운 ‘소품 상자’ 메뉴는 이 영화에 나오는 주요 소품을 아이콘으로 만들어 화면 속 ‘상자’에 담은 기능이다. 이 메뉴를 선택하면 리모컨의 좌우 방향키로 화면에 소품을 던지는 애니메이션을 작동시킬 수 있다. ‘소품 상자’엔 고무장갑, 라이터 등이 담겨 있는데, 이는 영화를 보면서 스크린에 이것저것을 던지는 <록키 호러 픽쳐 쇼> 팬들의 일종의 ‘전통’을 고려한 기능이다. PIP 영상으로 구현되는 ‘심야 동시상영’은 오랫동안 스크린 아래 무대에서 화면 속 배우들의 움직임을 그대로 재현하는 ‘섀도 캐스트’와 함께 상영된 <록키 호러 픽쳐 쇼> 매니아들의 문화를 블루레이 안으로 가져온 메뉴다. 지난 2009년 가을, 블루레이 제작을 위한 재연 공연을 위해 열린 오디션 과정을 담은 영상도 포함되어 있다. 각지에서 모인 배우들은 이 블루레이에 담기기 위해 경쟁을 펼친다.

노래를 따라부를 수 있게 하는 싱어롱 옵션 ‘록키-오케(Rocky-oke: Sing It!)’ 같은 경우엔 가라오케 스타일로 화면에 가사가 띄워지고, 노래 부르는 목소리가 없이 반주만 나오게 설정할 수 있다. 그 외에, 여러 버전의 포스터를 열람할 수 있는 ‘포스터 갤러리’가 있으며, 삭제된 뮤지컬 씬을 모음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이렇게 한 번에 다 볼 수 없을 정도로 두둑한 부록 영상과 갖가지 옵션, 다채로운 메뉴를 갖춘 <록키 호러 픽쳐 쇼> 35주년 기념 블루레이는,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과 이 영화를 오래도록 즐겨 온 팬들이 나눈 모든 기억과 추억을 한데 집약해놓은 결과물과도 같다. 폭스 21 텔레비전 스튜디오는 현재 2016년 버전의 <록키 호러 픽쳐 쇼> 텔레비전 영화를 촬영 중이다. 이 리메이크 작품에선 새로운 캐스트와 함께, 원작 영화에서 프랭크 역을 맡았던 팀 커리가 범죄학자로 출연한다. 혹시 아직 <록키 호러 픽쳐 쇼>를 보지 않았더라면, 기념판 블루레이를 통해 발표된 지 4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이 영화가 골수 팬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신성현 기자

rubysapphire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