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지지와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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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총학생회장은 지난 2012년 말에 치러지는 총학생회 선거에 나갔지만 투표율 미달로 선거 자체가 무산되었다. 2013년 1학기 초 치러진 재선거에서 ‘체험되고 공유되는 학교’를 모토로 재출마해 당선됐다. 당시 김경민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의 독립적 자치 기획단 구성 △청소노동자 연대 사업 △총학생회 상시 질의응답 시스템 확립 △예술제 개최를 통한 학생 창작 지원 △생활협동조합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2013년 1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용원 정선혜 전 교수의 성희롱 사태가 터졌다. 정 씨가 학생들을 상대로 성희롱적 폭언을 일삼았다는 것이었다. 학생회는 정 씨의 해임을 요구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이들의 노력은 정 씨의 해임과 재임용 거부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실패한 부분도 있다. 총학생회는 제16대 총학의 사업을 이어받아 교내에 생협 설치를 추진했지만 예술극장 카페를 생협에서 운영하는 것 정도의 성과를 제외한다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학생회관 영감다방과 태평양홀 등의 공간은 여전히 방치된 채 남아 있다. 김 회장은 “생협 가입비를 임기가 끝나는 대로 환불하기로 결정한 상태”라고 말했다. 2013년 말 졸업앨범 사진 촬영과 관련해서도 학생들의 불만 사항이 속출했다.

 

지난 2013년, 한국예술종합학교는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무용원 교수 성추행 사건, 그리고 식당노동자 파업 등과 같은 사건들은 많은 학생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고, 학교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덕분에 김경민 총학생회장(영상원 영상이론과 10)은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제18대 학생회 선거를 앞둔 지금, 제17대 학생회의 성과와 문제점 그리고 등을 들어보기 위해 김경민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굵직한 일들을 치러냈던 학생회장답지 않게 김 회장은 다소 수줍어하며 인터뷰에 응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제17대 총학생회의 성과와 문제점 등을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고, 제18대 총학생회를 향한 진심 어린 조언과, 총학생회장으로서 학생회를 이끌며 느꼈던 고민들도 함께 들어볼 수 있었다.

 

이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었는데요, 퇴임을 앞둔 소감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13년도 총학생회 선거 때도 본 선거가 무산되고 재선거를 했잖아요. 일 년을 채울 거라는 생각은 했었지만, 본 선거가 무산되고 재선거로 넘어왔다는 게 조금 씁쓸하더라고요. 이번 제18대 선거에도 후보들이 나오려 하지 않아서 개운하지 않은 것 같아요.”

 

낮은 투표율과 선본 부재 문제는 총학은 물론이고 원학생회 선거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이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래서 저희가 지난 12월 선거를 할 때는 총력전이라고 생각하면서, 여러 대책을 마련했었어요. 기존에 있었던 디자인과 선거구를 없애고 학식선거구로 공통 선거구를 마련해서 4개원 모두 (같은 장소에서) 투표할 수 있게 했고, 투표 일정도 열흘 앞당겼어요.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는데, 후보가 없는 상황에 부딪혔어요. 투표기간을 앞당기면 기말고사 기간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교에 많이 있어서 투표율은 문제가 없는데, (투표기간을 앞당기면) 후보자가 없고. 원래대로 진행했다면 투표율이 미달되었을 것 같고. 그래서 선관위들이 걱정을 많이 했어요. 저희는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한 거였는데, 이런 식으로 실패 아닌 실패를 했죠.”

 

관심 있는 일부 학생을 제외하면 학생회에 무관심한 학생들이 많아 학생회와 학생들간의 소통이 미진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요?
“이건 저희뿐만 아니라 모든 학교 학생회가 고민하는 문제인 것 같아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선거 때마다 총학뿐 아니라 원학에서도 소통에 관한 공약이 있었던 것 같거든요. 소통에 관한 공약은 늘 있는데,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거죠. 이전 학생회와 이번 학생회가 (소통 문제에 있어서는) 별다른 차이점은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작년 연말 (학교신문에 1년 동안의 활동을 정리하는) 칼럼을 쓰면서 나름대로 생각해본 것은, 우리 학교 학생회의 역사가 다른 대학에 비해 굉장히 짧다는 거였어요. 저희는 이제 제18대 학생회가 출범을 앞두고 있잖아요.
다른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누적된 경험이나 역사가 부족하다 보니 임기가 시작되면 일 처리에만 바쁜 것 같아요. 일 년간의 비전을 세우고, 학생회를 제외한 다른 구성원들과 어떻게 소통할지 고민하기보다도, 그 동안 쌓인 경험이 없으니 일 처리에만 정신이 없는 거에요. 그래서 경험이나 역사가 쌓여 갈수록 (학생들과 소통하는 부분에 있어서) 긍정적인 측면으로 학생회를 운영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벤트나 행사(채육대회, 예술제 등)가 열리는 경우에도 참여하는 학생들만 참여하는 것 같은데, 이것도 앞에서 말한 소통 방식의 노하우에 문제가 있는 건가요?
“작년 5월에 했던 채육대회 같은 경우, 질문하셨던 문제점이 가장 덜 드러났던 행사였어요. 석관동에 행사가 있을 때, 서초동 학생이 참여하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그때는 석관동 캠퍼스를 배회하는 학생들 중 절반이 거의 서초동 학생이었거든요. 행사나 이벤트에 학생들이 참여하지 않는 문제는 학생회가 노력만 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 것 같아요. 물론 그 문제를 저희 17대 학생회에서 완벽하게 해결했다는 것은 아니에요. 개인적인 일과 때문에 (행사나 이벤트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을 데려오긴 힘들잖아요. 그래서 행사나 이벤트를 열 때는 분위기 조성이 중요해요. 조금 전에 말씀하셨던 학생과 학생회간의 소통 문제나, 선거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 같은 경우 당장 학생회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데 이 문제 같은 경우 학생회의 역량이 달린 문제라고 생각해요.”

 

학생회장 후보로 나오셔서 학우들에게 총 6가지 공약(모두의 학생회, 모두의 학교, 모두 the 끝판왕, 모두가 아티스틱/판타스틱, 모두의 캠퍼스, 모두 가게)을 제시했는데요, 그 중 잘 지켜진 공약은 무엇이고 상대적으로 잘 지켜지지 않은 공약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총 여섯 가지 공약이 있었죠. 그 중에서 ‘모두 가게’, 그러니까 생활협동조합 관련 공약은 전혀 지키지 못한 공약이에요. 2012년 2학기에 받은 생협 가입비를 제 임기가 끝났을 때 환불해드리기로 결정한 상태니까요. 학교 구조상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생협은 식당, 자판기, 매점을 포괄하는 건데, 작년에 식당노동자분들이 기성회 직원으로 고용되면서 생협이 그분들까지 관리하게 되면 또 다른 변화가 생기게 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어요. 우리가 그분들을 흡수했을 때 기성회직과 비교해서 나아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적자로 운영되고 있는 식당을 생협에서 관리하게 되면 적자를 메우면서 선순환 구조가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어요. 생협 문제는 학생회장이 된 다음 실제 상황을 마주하고 들었던 생각이 후보시절 했던 생각과 달라진 부분이 많았어요. 잘 지켜진 공약 같은 경우는 예술제인 것 같아요. 물론 일처리와 뒷정리가 힘들기도 했지만, 성공적으로 치러졌다고 생각해요.”

 

이벤트나 행사 같은 경우에는 성황리에 진행 되었던 것 같은데요, 학생들의 생활환경 개선문제(냉난방, 기자재 문제)같은 경우에는 행사에 그것에 비해 아쉬운 점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생활환경 개선 문제 같은 경우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어려운 점이 있나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학생회가 노력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특히나 시설이나 난방 같은 경우 학교와 끊임없이 이야기를 해도 돌아오는 대답이 매번 같아요. 늘 학교에서는 ‘우리 학교가 국공립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정한 기준에 맞춰야 한다’고 대답하죠. 학생회는 ‘국공립 기관이기 이전에 학생들이 생활하는 학교이니만큼 학생들 편의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면, 학교에서는 원칙이라 안 된다고 말해요. 늘 이런 말들의 연속인 거예요. 학교와 학생회가 만나는 자리가 교학협의회잖아요. 학생회는 거기서 끊임없이 (요구사항을) 이야기하는데, 기자재나 장비문제 같은 경우도 학교에서 결정권을 다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저희가 요청한 것에 대해 (학교 쪽의 입장을) 통보받는 입장이에요. 그래서 거기 다녀오면 다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학생회장으로서 일을 하면서 가장 중점에 두었다거나 신경을 쓴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학생회는 6개원 학생회와 총 학생회가 함께 운영을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최대한 모두의 의견을 다 들어보고, 절차 때문에 작은 의견이 묻히는 일이 없도록 운영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정책적인 부분이나 운영을 제외한 부분에서는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경민 씨가 학생회장으로 있었던 시절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일을 하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이나 보람있었던 일은 무엇이었는지 말씀해주세요. (2013년 무용원에서는 한 교수가 성희롱 문제로 해임되었고 연말에는 식당노동자의 간접고용 문제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불거졌다.)
“가장 힘들었던 일은 무용원 사건이었어요. 그 사건이 가장 힘들었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그게 임기가 시작되고 터진 첫 사건이라 무용원 학생회장이랑 저랑 굉장히 힘들어 했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 사건을 해결할 때 해당 교수가 학생회를 상대로 고소를 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친한 선배들을 통해 (법률상담이 필요할까봐) 법조계 연락처를 받기도 했고요.
학교와도 트러블이 많았어요. 학생회 대자보를 두 차례 정도 붙였는데, 대자보 철거 문제로 학생과랑 많이 싸웠어요. 아마 일년 치 싸울 걸 그 한 달 동안 다 싸운 것 같아요. 가장 보람 있었던 사건도 그 사건이에요. 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무용원 학생들을 많이 만났는데, 일이 잘 정리되고 나서 그때 만났던 학생들을 학교에서 다시 만나면 고맙다고 인사를 하더라구요. 고맙다는 문자가 오기도 하고요. 그래서 학생회장으로 일했던 일 년 중에 그 일을 마무리 했을 때가 일 년 중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었어요.”

 

학생회장이 되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영상원 부회장 경험이 있었던 상태에서, 한번 총학생회장 선거에 나가보라는 제의를 받았어요. 고민을 참 많이 했죠. 고민 끝에 제가 총학생회장 선거에 입후보하게 된 이유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 경험이 어떤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기 때문일거에요.”

 

다음 학생회장이 될 학우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들이 있나요?
“학생회장으로 일을 하다보니까 제가 스스로 권위적인 사람이 되는 것 같다고 느끼는 때가 있었는데, 그걸 가장 경계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만 되지 않는다면 정말 일 년은 문제가 없을 것 같거든요.”

 

학우들이 본인을 어떤 학생회장으로 기억할 것 같나요?
“제가 일을 하면서 학생들의 목소리와 학교 안에서 소수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가려지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했거든요. 그래서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제17대 학생회에서는 학생들과 학교 내 소수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하려 했던, ‘노력했던’도 아니고, ‘노력하려 했던’ 학생회와 학생회장이었다고 기억해 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전체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앞으로 제18대 학생회가 나오고 19대, 20대가 쭉쭉 나올 텐데요. 학생회에게는 학생들의 반응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좋은 반응이어도 좋고 나쁜 반응이어도 좋아요.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보다 나쁜 반응이라도 있는 것이 좋더라고요. (학우들이) 학생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지지와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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