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들어왔다 나간

복도갤러리 전시를 기획하고 나서

 

이번 학기에 미술이론과 복도갤러리에서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다. 평소에 관심 있던 시각적 인지와 관련된 주제로 기획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를 알게 된 동기가 복도 갤러리 조교가 되면서 전시기획을 권유했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시각적 인지의 과정에 관여하는 빛이라는 요소에 주목하여 기획하고자 했다. ‘관여’라기 보다 ‘가능하게 하는’이라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머릿속 한구석에 아직도 정리가 되지 않은 채 쌓여있는 기획과 관련된 여러 가지 생각들과 전시를 준비하며 생긴 이야기들을 이곳에 옮기고자 한다.

 

《Input&Output》 전시 포스터
《Input&Output》 전시 포스터

 

전시제목인 《Input&Output》은 시각적 인지의 과정인 “Input”과 그에 대한 예술적 표현과 탐구로써 “Output”을 의미한다. 오랜 옛날이나 지금이나 빛에 의한 시⋅지각 행위의 과정인 Input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시대와 지역에 따라 이를 재현하는 매체가 달라지고 기술의 발전에 따라 Output이 변화한다는 생각이 기획의 기본적인 토대가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기본적 인지의 과정인 Input을 거친 Output의 과정에 주류적 흐름이 형성되어 있다고 봤다. 물감(안료)과 붓, 캔버스를 매체로 재현하는 회화에서부터 전류를 통해 작동하는 디지털 매체들을 사용한 것들이 그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주류적 재현구조를 벗어난 주변부의 것들이면서 빛과 매체의 상관관계에 있어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업을 조명하고자 했다.

 

잠깐 빛에 대해 더 말하자면 사물에 반사된 ‘빛’이 망막에 맺히는 과정을 통해 세상을 본다는 것은 상당 부분 안다는 것과 맞닿아 있다. 계몽을 뜻하는 Enlightment라는 단어의 어원을 살펴봐도 알 수 있는데 빛을 밝힌다는 시각적 인지의 과정으로 볼 수 있게 되고 봄으로써 앎에 이르는 계몽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Input&Output》 전시 ©윤호진
《Input&Output》 전시 ©윤호진

 

두 명의 작가와 이번 전시에 함께 하게 되었다. 김정욱 작가의 홀로그램 작업은 Input에 관여하는 빛도 자연광이 아닌 레이저 빛이면서 Output의 방식또한 회화와 다르다. 회화처럼 원근법을 사용하여 평면에 입체적 착시를 표현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두개의 레이저 빛이 서로 만나 일으키는 전방위적 간섭현상이 특수한 필름지에 3차원의 입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작가는 어려서부터 오른눈의 시력이 아주 약해서 물체의 상이 여러 개로 보이는 허상을 일상적으로 경험했다. 그래서 항상 보는 것의 문제와 실재와 허상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그의 작업에서 정물로 나타나는 음식들은 물질에 대한 욕망과 집착이면서 홀로그램을 통한 3차원 허상은 물질의 허무함을 경험하게 한다. 작가 훈의 작품은 물감이 아닌 매체로 빛을 해석하여 캔버스 위에 표현한다. 작가는 평소 인상파의 그림에 관심이 많았다. 백색의 자연광을 일곱색으로 분산시켜주는 미술에서는 다소 생소한 프리즘이라는 매체를 통해 Input의 빛을 캔버스 위에 Output한다.

 

 

《Input&Output》 전시 ©윤호진
《Input&Output》 전시 ©윤호진

 

전시공간 연출

최종적으로 결정지어진 전시구성에 만족하고 있지만 계획했던 아이디어들을 모두 완벽히 구현하진 못했다. 처음 계획은 미술원 중앙계단을 올라오면 시작되는 2층 복도 쪽에 창이 나 있기 때문에 자연광을 활용한 훈의 작품을 설치하고, 강의실이 있는 안쪽 복도 공간으로 올수록 어두운 환경을 조성해서 홀로그램 작품을 배치하려고 했다. 그리고 이 두 영역이 자연스레 연결되도록 전시 벽면을 화이트 컬러에서 짙은 그레이 컬러로 그라데이션을 주어 표현하려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자연광 세기가 약하여 훈의 작품을 복도 안쪽에 함께 배치하게 되었다.

또 기획의도를 반영한 연출요소가 전시공간 안에서 작품과 함께 어우러지는 프리젠테이션을 시도해보고자 했다. 그 결과물이 전시 전경 사진에 보이는 바와 같이 흰색의 실과 라인 테이프로 연출 된 빛의 선적 표현이다. 홀로그램은 뛰어난 기술임에도 개발이 정체되면서 약간의 매너리즘을 가지고 있었다. 회화로 치면 그림을 그릴 붓이 몇 종류 없어 표현이 비슷해지는 상황이라고 비유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전시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 기획자인 내가 신기술을 개발할 수는 없고 대신 전시 연출을 동적으로 구성함으로써 작품감상에 흥미를 주고자 했다. 설치하는 과정에 도움을 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Input&Output》 전시 ©윤호진
《Input&Output》 전시 ©윤호진

 

다음 전시를 기획할 기획자분들에게
복도갤러리는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이다. 타 대학의 미술사 전공 사람들에게 복도갤러리를 소개하면 학교가 학생 개인에게 이 정도의 집중도를 가지고 지원을 해주는 사실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보통 수업에서 전시기획을 배우더라도 스케치 업과 같은 컴퓨터 툴로 배치를 해보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덧붙여 융합예술센터 한국예술연구소 공동주최 세미나에서 나온 이야기로 외국에서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특히 예술학교에서 가장 실험적이고 아직 시도되지 않았던 것들을 더욱 활발히 창작하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 ‘기존에 있는 포맷을 어떻게 하면 좋은 퀄리티로 표현할까’하는 기존의 시스템을 답습하는 형태인 것이 아쉽다는 지적이었다. 학기중에 전시를 한다는 것이 많이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기획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작가와 소통하는 경험부터 전시 연출을 위해 페인트칠을 직접 해보고 못을 박아보고 공간에 작품을 배치해보는 모든 것들이 정말 의미 있는 경험이다.

 

 

복도갤러리는?

복도갤러리는 일정 수준의 예산과 공간을 지원함으로써 학생들의 큐레이팅을 실현해 주는 한편, 젊은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공간입니다.
기본적으로 전시기획에 관심이 있는 미술이론과 예술사, 전문사들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미술이론과 학생 1인을 포함한 프로젝트 팀으로도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1학기는 5월 말, 2학기는 11월 말부터 각각 공모를 받아 내부 심사를 거친 후 한 학기에 최대 6팀까지 전시기획안을 선정하게 됩니다. 전시는 약 2주간 이루어지며, 예산의 경우 전시기획안에 따라 차등 지원됩니다.

 
한혜란 기자
arthr8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