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먹고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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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교에서 주관한 취업진로사업이 사실상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끝났다. 학생지원센터가 기획한 이번 <진로찾기&진로잡기> 프로그램은 애당초 다양한 취업진로사업을 지원하겠다는 목적으로 석관캠퍼스에서 3월 18일과 19일, 서초캠퍼스에서 27일과 28일에 열렸다. 그러나 석관캠퍼스는 참석율이 저조했고, 서초캠퍼스는 행사가 취소됐다.

 

이번 프로그램은 신입생·재학생 신청자에 한해 사전에 STRONG검사를 진행한 후, 양일에 걸쳐 직업흥미검사 해석교육과 1:1진로컨설팅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석관캠퍼스에서 개최된 해석교육 프로그램에는 단 4명만이 참가했고, 서초캠퍼스에서 계획됐던 해석교육 및 컨설팅은 신청자 미달로 진행되지 못했다. 석관캠퍼스에서 진행된 프로그램의 경우, 10여명의 학생들이 사전검사를 실시했지만 다수의 학생들이 해석교육에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 23일 오후, 본교 인근에 위치한 서일대학교 학생들은 마스크를 쓴 채 마로니에공원에 모였다. 서일대 연극과 학생 80여명은 연극과 폐지에 반대하는 뜻으로 관을 보며 절을 하는 묵언퍼포먼스를 벌였다. 서일대 관계자는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 탓에 2016년까지 학생 수를 줄여야 하고 2018년까지 70% 취업률을 달성해야 전문대로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이번 폐과는 예견된 수순이라고 밝혔다.

 

‘일정한 직업을 가지고 직장에 나감’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취업’은 언제부터인가 대학교의 경쟁력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되었다. 상대적으로 개인 작업이나 자영업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은 예술계열 학과의 취업률은 30%를 넘기지 않는다.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알리미의 대학공시정보에 따르면, 2013년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취업률은 19.6%로 전국 4년제 총 199개 대학 중 191위를 기록했다. 2012년엔 18.2%로 비슷한 순위였다. 하위 7개 대학교는 특수성으로 인해 취업률이 0%으로, 실질적으로 본교는 취업률 최하위에 위치한다. 하위 10개 대학교에는 본교를 포함하여 5개의 예술대학이 포함되어 있다.

 

취업률이 대학교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는지 따위의 이미 명백한 답이 있는 거시적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본교 학생들이 졸업 후 당장 마주하게 될 예술학도로서 직업을 가지는 일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6개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본교 학생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밥벌이 전선에 뛰어들게 된다. 졸업 후 전공과 일치하는 직업으로 생계를 온전하게 책임질 수 있는 졸업생은 소수에 불과하다. ‘최고은 사건’을 통하여 정부는 예술인들의 생계해결을 위한 예술인 복지 법을 제정했지만, 비정규직소득이나 부양가족의 월급을 포함한 60만원 미만의 소득자에게만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실질적인 법수혜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학교에서 주도한 ‘취업진로사업’은 시스템적 미비함과 모순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취업전선에 뛰어들거나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방황하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젝트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참여한 학생들의 만족도나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는지를 살펴보았을 때 효율성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석관동캠퍼스의 모든 인터뷰이들은 실명기재를 원하지 않았다.

 

익명(미술원 4학년)의 학생은 “하고 싶은 일이 확실히 있지만, 테스트를 통해서 개인이 생각했던 성향을 확인하고 싶어서 검사에 참여했다”며 ‘이번 테스트는 단순직업나열을 통한 선택이었기 때문에 환경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아쉬운 점을 밝혔다. 또한 ‘4학년 동기들과 이야기해보면 시스템 안에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지만, 학부동안 취업준비를 하지 않았기에 실제로 취업이 불가능하여 다른 길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의구심이 드는 것은 무조건적인 스펙 쌓기를 통한 취업보다, 개인작가로 일하는 현장의 목소리나 자영업을 꿈꾸는 학생들이 더 많은데 굳이 이런 보편적 직업검사를 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또 다른 익명 (전통예술원 신입생)의 학생은 “악기를 전공하는데, 이 길은 연주자가 아니고서는 취업의 길을 찾기가 어렵다. 관련되어 갈 수 있는 직업을 알아보고 싶어 참여하게 되었다”며 본 프로그램의 참가동기를 밝혔다. 또한 ‘크게 도움이 되었고, 생각했던 저와 실제 결과와 잘 맞는 것 같다.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우물안개구리처럼 국악만 해왔기 때문에 다른 직업에 대해서 너무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는 이러한 기회가 많았으며 좋겠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익명을 요청한 이유에 대해 ‘검사를 하는 것 자체가 전공을 기피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다. 단지 다른 길이 존재하는 것도 알고 더 많이 알고 자신을 알아보고 싶은 것뿐이다.’ 또한 ‘취업준비를 한다는 것이 금기시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개인작업이나 공방을 왜 하지 않느냐는 친구들이 많다.’며 학내의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취업진로사업팀의 일원으로 본 프로그램에 참여한 직원은 ‘학생들이 원하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에 대한 건의가 있었으면 좋겠다. 저조한 참여율보다도 더욱 필요한건 학교에서 이런 사업을 진행 할 때 당사자인 학생들이 본인의 미래에 대해 필요한 것들에 대해 주도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게 필요한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소설가 김훈은 ‘밥벌이의 지겨움’을 쓰고 나서 인터뷰를 통해 “나는 밥벌이야말로 인간이 자기의 도덕과 인격을 완성해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젊은 세대의 취업난에 대해 “‘88만원 세대’라는 말도 있지만, 이것은 기성세대가 젊은이들한테 가하는 죄악이다.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없게 만들고, 가혹한 저임금에다 방치해놓고, 그것이 시장적인 질서라고 말하는 것은 참으로 야만적인 짓이다”라고 덧붙였다. 밥벌이의 지겨움을 논하기 위해서는 우선 밥벌이를 시작해야 한다. 시스템적 모순이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기에 졸업까지의 4년은 짧다.

 

지난 3월 마무리된 취업진로사업은 학생들의 의견을 다시 취합한 후 다음 학기부터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기획하여 사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이에 김유라(서사창작전공 전문사 1년)씨는 “학교가 예술학도이 원하는 진로를 파악하여 적절한 취업지원프로그램을 준비해주었으면 좋겠다.”며 “사회에 만연한 무분별한 스펙쌓기를 강요하는 프로그램들보다, 우리학교에 특화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진정 취업진로사업이 필요한 이유 아닐까?”라는 의견을 밝혔다. 모래위에 서있는 숲을 단단히 고정시키기 위해 나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다. 지금 당장 뿌리내리고 있는 땅을 다지고 끌어올 수 있는 물을 모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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