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가 알아야 할 진정한 문제들

졸업준비위원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하며

 

나는 2014년도에 한시적으로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적이 있었다. 사실 직함이라고도 부르기 민망한 임시직이자, 학생회칙에서 아무런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이상한 직책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비대위가 만들어지기 이전까지 본교에서는 공식적으로 학생 사회에서 공식적인 절차로 승인된 졸준위가 존재한 적은 2015년 이전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동안 졸준위는 총학생회장이나 그 측근이 임의로 지목하여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던 것이 암묵적인 관례였다.

 

그렇기에 그 이전까지의 회계자료를 비롯한 활동내역은 지금도 알 길이 없다. 심지어 어떤 해는 총액이 마이너스로 정산이 된 채로 다음 연도 회계로 이월된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2013학년도 졸업준비위원장 김찬혁(미술원 건축과 12) 씨는 2014학년도 학기 초에 6개원 각 과의 졸업준비자 대표를 선임해서 내부 회칙과 졸업준비자격을 갖춘 학우들 중에서 그 대표자 및 위원회를 구성하고자 노력해보았지만, 저마다의 사정과 여러 학우들의 무관심으로 인해서 이 회의는 ‘졸업준비위원회 구성을 위한 결의안’만을 남겼고, 비대위는 해체되었다.

 

그로부터 1년 뒤, 2015학년도 졸준위원장으로 선임된 이수민 전 졸업준비위원장(미술원 미술이론과 12)은 총학생회와 더불어 2015학년도 2학기 전학대회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준비위원회 회칙』을 안건으로 발의하여 통과시켰고, 개교 이래 처음으로 2016학년도 1학기 전학대회에서 졸준위 회계 자료 및 그간의 활동내역을 심사 받은 바 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이에 대해 학내에는 몇 가지 논란이 있었고, 졸준위 자체에 대한 여러 의구심과 비판이 생겨났다. 이 비판은 일정 부분 합당한 부분도 있지만, 일부는 특정 개인에 대한 지나친 비난이나 표면적으로 사실을 판명하기 어려운 금전적인 문제에 주로 치중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면 정말로 본교 졸준위를 향해야 할 비판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그동안 본교 졸업준비사업은 대체로 졸업앨범제작이나, 이에 대한 대행 사업에 주로 치중되어 있었다. 2013학년도 호박벌연합(학내 협동조합)이 출범하면서 직접 제작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졸준위는 수의계약을 통해서 앨범 제작을 추진했었다. 이는 1부당 10만원 내외의 가격으로 미리 전체 부수를 정해서 외부 업체와 계약하는 방식을 지칭한다. 변화는 2013학년도에 호박벌연합(학내 협동조합)이 앨범 사업을 맡으면서 학내 제작이 이뤄지며 일어났다. 그 이후 2015학년도까지 꾸준히 학내에서 앨범 제작이 이뤄져 왔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제작방식은 앨범의 품질에 대한 문제와 더불어 배송 지연, 임금 문제 등과 같이, 지금껏 여러 논란을 낳곤 하였다.

 

이는 첫번째로 졸준위 회계의 결산되지 못 한 ‘미환불 졸업준비금’ 문제에서부터 발생한다. 이전 2015학년도 졸준위는 그동안 개교 이래 여태 환불해주지 못한 미환불금이 수천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었다. 해마다 간간히 몇 명씩 환불해주거나, 자신이 귀책사유가 없음을 입증하며 전년도나 그 이전에 결산되지 못한 환불금이 환불된 경우가 있지만, 사실 2015년에 발의된 회칙에 따르면 이는 더 이상 불가능해야 한다. 「졸업준비위원회 회칙」 제26조 4항에서는 “해당 학기에 납부하지 않았고, 이월신청을 하지 않은 사람은 환불 대상자가 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규정이 신설되기 전까지는 이월 신청을 한 경우가 존재하지 않으니, 2015년 이후로 당해에 환불이 이뤄지지 않은 금액은 다음 해의 회계로 이월됨이 옳다. 만약에 졸준위가 구성되지 않는다면, 그 금액은 학교발전기금이나 여타 장학금 등으로 공탁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여태 졸준위는 대체로 입금사실 입증되면 기간에 상관없이 환불을 진행해왔지만, 이 비용은 당해의 졸업준비금을 낸 학생의 돈으로 엉뚱한 연도에 졸업준비금을 낸 학우의 줄준금을 환불하는 합리적이지 못한 방식이다. 이러한 ‘미환불 이월 졸준금’은 졸준위가 투명하게 운영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이다. 이러한 악성회계자산은 차년도 사업까지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며, 제대로 된 예산 산정이 어려워 임금부터 시작해서 앨범 제작에 매진해야 할 예산까지 그때그때 새로 편성해야 하는 악순환을 낳게 된다.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는 깔끔하고 투명한 예산 집행은 어렵다. 그리고 투명한 예산 집행이 어려워진다면 학생 사회에서 근본적인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두번째로 학생 사회의 비협조적이고 무관심한 분위기이다. 2014년도 자생적인 졸준위 구성이 무산된 것과 더불어 2015년도 음악원이 졸준위에 참여하지 않은 것을 통해 ‘총학생회 운영위원회’와 각 학과 임원들과 같은 학생 대표자들도 이에 대한 일치된 의견을 내지 못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학교본부조차도 졸준위 명의로 개설된 계좌로 돈만 입금할 뿐 이후의 사후처리나 졸준위 활동에 관한 어떠한 절차에도 관여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번 전학대회에서 논란이 된 졸준위 임원의 임금 역시도, 다른 학생자치기구처럼 총무과나 본부를 통해서 고지서상 장학금이나 학칙에 규정된 금액으로 지출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예산과 절차의 문제로 무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조금 돌려서 생각해보면 2015학년도 졸준위원회 임원들을 제외하면 그동안의 졸준위원회 구성원들은 어떤 기준으로 임금을 책정하고 얼마를 받아갔는지 누구도 묻지 않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뿐만이 아니라 졸업준비 사업이 어떤 지향성 없이 앨범 제작사업만 치중하게 되는 것 역시도 학생 사회에서 아무런 요구나 의구심을 품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 자치에 대해 수동적인 학내 문화는 사실상 이와 같은 전횡과 무법지대를 방관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위의 문제가 논의되지 않고서 임시방편으로 누군가 이 난국을 수습하거나, 어떻게 졸업앨범을 제작한다고 한들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불건전한 회계 문제와 졸업대상자들과 본부의 무관심과 무책임한 태도가 계속된다면 어떤 방편을 내놓거나 회칙 수정을 가한다 한들 졸준위는 모두가 꺼려하는 악성민원의 창구만 될 뿐이다.

 

이런 난맥상에서 우리가 묻고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그동안의 무관심했던 학생 자치에 대한 자성과 더불어 앞으로 개정해야 할 회칙, 그리고 졸업준비자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졸업준비 활동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는 졸업준비 사업이 단순히 앨범을 제작하고 대행해주는 업체가 아니라, 졸업준비자가 원하는 유학이나 취업 등의 진로를 탐색을 돕고, 졸업생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 타대학에서는 이와 같은 방식의 졸업준비위원회가 총학생회와는 별개로 선본으로 꾸려져 운영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사실 이러한 자생적이고 주체적인 학생 자치는 진정 졸준위가 존재해야 할 이유와도 같다.

 

이러한 비판과 자성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총학생회나 다른 주체가 임시방편적으로 사업을 맡아 앨범 사업을 진행한다 한들, 학생 사회가 맞이할 것은 지금과 같은 교착상태이자, 학생 사회의 무기력과 무능력을 확인하는 비극적인 파국의 순간뿐일 것이다.  

 

한대호

영상원 영상이론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