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잘되는 건 아니지만

<사돈의 팔촌> 연출 장현상 감독을 만나다

 

 

<네버다이 버터플라이>를 연출한 영상원 영화과 출신 장현상 감독을 석관동에서 만났다. 장 감독은 5월 12일에 두번째 장편영화 <사돈의 팔촌>을 극장에 걸고 여러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사돈의 팔촌>의 엔딩크레딧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낯익은 이름들이 눈에 띈다. 장 감독은 이곳에서 만난 동료들과 지금까지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그 시간들과 만남에는 어떤 익숙한 이야기가 있었을까?

 

영화과 출신의 장현상 감독은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안신호
영화과 출신의 장현상 감독은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안신호

 

영화 <사돈의 팔촌>에 대해서 소개해달라.

마냥 서로 좋아할 수만은 없는 사촌 사이의 사랑 이야기다. 사랑의 설렘과 불안함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매번 영화에 대해 설명하는데, 매번 달라지고 매번 모르겠고 그렇다. 멜로라고는 하는데, ‘청춘 멜로?’ 딱 이 정도가 좋은 것 같다. 금기보다는 사랑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까를 고민한 그런 영화다.

 

영상원 영화과 출신이다. 영상원을 졸업한 후, 어떻게 지내왔는지 궁금하다.

<네버다이 버터플라이>를 찍고 다시 영화를 찍을 기회를 찾아볼까 했는데 스스로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역량은 없는 것 같기에 이런저런 구상을 하면서 카페를 운영하시는 부모님 사업을 도왔다. 보통 영화과 친구들은 졸업 후, 작품구상을 하면서 기회를 본다. 동기 중에는 투자를 받아서 영화를 찍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불안한 마음에 졸업하기 전에 어떻게 하면 되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한 것들이 <사돈의 팔촌>에도 녹아들어있는 것 같다. 그런데 ‘답정너(답은 정해져있고, 너는 대답만)’ 식의 상담이었던 것 같아서 부끄럽기도 하다. 사실은 다 하고 싶은 것이 있고, 뭘 하면 열심히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있으면서도 안정적인 것이 뭐 있나 들여다 보는 것처럼 되더라. 일단 주어지는 일들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느꼈다. 그렇게 한다고 잘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웃음)

 

영화 <사돈의 팔촌> 포스터 ⓒ피도안마른녀석들
영화 <사돈의 팔촌> 포스터 ⓒ피도안마른녀석들

 

예술사 재학 중에 <네버다이 버터플라이>를 연출했으니 장편으로는 두 번째다. 소감이나, 노고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듣고싶다.

영화를 찍으면서 또 느낀 건,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제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것 같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잘 활용하면 찍는 것까지는 어떻게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디테일한 후반 작업이라든가, 특히 배급은 어느 정도 영화 자체의 힘과 더불어 운과 기회가 잘 맞아 떨어져야 한다. 개봉까지 하게 된 것은 운의 힘이 크다. 특히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처음 보여드릴 수 있었고, 그쪽에서 작게 개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개봉을 하게 되었다.

 

GV가 활발해 관객들의 반응도 많이 들려왔을 것 같다. 특히 인상깊은 반응은 어떤 것이 있었나?

스스로는 영화가 덜 자극적이고 지루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DVD로 영화를 접한 사람들은 지루해서 못 보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의외로 극장에서 본 사람들은 설레하고 불안해하고, 손에 땀을 쥐면서 보더라. 몇몇 관객들은 스릴러 같다라고까지 하더라. 좋은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불안한 공기를 잘 잡아냈다는 거니까.

 

영화 <사돈의 팔촌>의 한 장면 ⓒ피도안마른사람들
영화 <사돈의 팔촌>의 한 장면 ⓒ피도안마른사람들

 

영화를 어떻게 기획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일단 사랑 이야기였고, 집에서 찍을 수 있을만한 이야기여야 하고, 내 나이 또래의 이야기고. 군대 있을 때의 친한 친구가 친척동생을 보고와서 “너무 예뻐졌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촌수를 따져보고 했던 것이 생각이 났다. 사회에 나와서 무엇을 해야하고, 곧 전역할 군인이라서 사회적인 옷을 입고 틀에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용기있게 따라가면서 순수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피도안마른녀석들’은 전작 <네버다이 버터플라이> 때부터 영화 제작을 맡았던, 친구들끼리 모인 창작집단이다. 영화제작과 파티 외에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실제로 7명이고, 내부에는 행사 기획하는 팀이나 DJ 팀, 영상 그래픽하는 친구도 있다. 군대에서 만난 친구와 건국대 영화과 친구들과 같이 만든 집단이다. 나가서 뭔가를 해보자고 먼저 이름을 지었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많고 영화를 하는 구성원은 나 혼자다. 영화를 찍겠다고 했을 때, 도와주겠다고 해서 제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다른 친구들이 실질적으로 스태프로 참여하거나 한 것은 없는데 가끔씩 와서 짐 들어주고, 배급사가 생기기 전에 디자인을 해주기도 했다. 평소에도 서로가 하는 일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으로 도와준다. 뿐만 아니라,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라서 좋은 음악을 공유하고, 디자인을 공유하고 자연스럽게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있다.

 

 

영화 <사돈의 팔촌>의 한 장면 ⓒ피도안마른사람들
영화 <사돈의 팔촌>의 한 장면 ⓒ피도안마른사람들

 

연출을 비롯해, 배우, 편집, 음악 등 주요 스태프가 우리 학교 출신이다. 전작에서 출연했던 배우 강기둥은 캐스팅 디렉터로 이 영화에 참여하기도 했다. 한예종 출신의 구성원들이 함께 영화를 만드는 것에 어떤 시너지가 존재하나?

[장편영화도] 단편영화를 만드는 것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했다. 원래 우리 학교는 품앗이제다. 캐스팅도 요번에는 폐쇄적으로 한 면이 있다. 기둥 배우가 시나리오를 읽고 그 친구한테 추천을 받아서 추천받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 친구들이 마음에 안들었으면 다시 사람을 구했겠지만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빠르게 캐스팅을 할 수 있었다. 나도 학교에 오래 다니니까 어느정도 아는 사람들이 생기고, 일부러라도 다른 과에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을 했다. 그래서 아는 사람이 연극할 때 사진 촬영을 가거나, 영상 촬영을 해주고 연극도 자주 보러 갔다. 영화를 찍으려고 했을 때 그 사람들한테 제일 먼저 연락을 하게 되더라. 영화 자체가 작은 규모이기도 해서 현장을 이해해줄만한 친구를 찾게 된 것도 있는 것 같다. 같은 학교 친구들과 작업해서 얻은 시너지 중에 하나가 그 친구들이 열약한 현장의 불편함을 이해해줄 수 있고, 채워줄 수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편한 분위기로 촬영을 했다. 어느 정도는 친한 배우들이니까 연출자가 없어도 서로 연습하고 교감을 하면서 카메라가 돌아갔을 때 ‘케미’(Chemistry)를 발산하는 부분이 있었다.

 

‘청춘’이라는 것 외에 관심을 갖고 있는 키워드가 있나? 다음 작품은 구상한 게 있는지?

다음에는 여러가지 끌리는 것들이 있는데, 하나는 길거리 레이싱 영화를 찍고 싶다. 위험한데, 달리고 싶고, 어떤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돌진하고 싶은 마음. 또, 패러디물도 다뤄보고 싶다. 커피가 금지되면서 커피를 밀매하고 생두를 가로채고 약탈하는 내용으로. 느와르이긴 느와르라서 심각한 내용이지만 웃을 수밖에 없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 있는 ‘커피공장103’ 3층에 30석 정도의 작은 영화관을 준비중이다. 카페는 어머니가 운영하시는 곳인데, 마찬가지로 영상원 영화과를 졸업한 여동생과 내가 맡아 영화관 운영을 계획 중이다. 카페에서 기대할 수 있는 무료 상영이 아니고, 직접 돈을 받고 상영할 예정이다. 작지만 수익을 낼 수 있는 영화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개념의 영화관으로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관이 되었으면 좋겠다. 예술영화, 독립영화를 중심으로 틀고, KU시네마테크·KU시네마트랩과 긴밀히 연결해서 기획전을 연계할 생각이다. 많은 관심 가져달라. (웃음)

 

 

이상연, 안신호 기자

shang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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