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속의 오페라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블루레이

 

<펠레아스와 멜리장드(Pelléas et Mélisande)>, 2013

무대감독: 니콜라우스 렌호프

영상감독: 마르쿠스 리차드

제작: Arthaus Musik, 2013

러닝타임: 151분

청구기호: BD 674.2 977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상징주의 희곡 ‘펠레아스와 멜리장드’에 기반해 불어 대본이 완성된 클로드 드뷔시 작곡의 5막 오페라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는 1902년 4월 30일 파리의 오페라 코미크 극장에서 초연됐다. 이후 이 작품은 현대까지 상연되고 있으며, 독일의 Arthaus Musik에서 발매한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블루레이는 작년 8월 타계한 오페라 연출가 니콜라우스 렌호프가 지난 2012년 독일 에센 알토 음악극장에서 스테판 솔테츠의 지휘와 함께 연출한 공연 실황 영상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알르몽드의 통치자인 아르켈 왕의 손자 골로는 사냥하다 숲 속에서 길을 잃는다. 그는 아무도 없는 우물가에서 울고 있는 한 여인을 발견하는데, 그녀는 그에게 자신의 이름이 멜리장드이고, 큰 불행으로부터 달아났다는 말을 한다. 골로는 그녀와 결혼하는데, 결혼한 사실을 자신의 이복 남동생 펠레아스에게 편지로 알린다. 하지만 그녀는 펠레아스와 사랑에 빠진다. 펠레아스와 장난을 치다 결혼반지를 잃어버린 멜리장드는 바다 근처 동굴에서 아들에게 줄 조개를 줍다가 반지를 잃어버렸다고 거짓말한다. 화가 난 골로는 멜리장드에게 반지를 잃어버린 곳으로 가서 다시 찾아오라고 하고, 늦은 밤에 혼자 나갈 수 없다는 멜리장드를 펠리아스가 대동하도록 한다. 하지만 골로는 점점 수상해 보이는 멜리장드와 펠레아스의 관계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결국, 멜리장드와 펠레아스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 통속적인 멜로드라마 스토리라인이다. 그런데 이 단순한 이야기는 극을 2시간 30분이 넘게 이끌어간다.

이 공연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미니멀리스틱한 무대 장치다. 1막부터 5막까지 진행되는 극에서 시간과 공간의 변화는 여러 번 생기지만, 무대의 큰 틀은 바뀌지 않는다. 1막의 첫 씬부터 배치된 커다란 마름모꼴의 천장과 바닥의 ‘V’자형 구조물은 우물이 되기도 하며, 성의 뜰이 되기도 한다. 다른 복잡한 무대 장치가 따로 더해지는 대신, 조명이 전체적인 분위기와 장면에 특색을 더한다. 출연자들의 노래와 연기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훌륭하다.

그런데 실제로 상연된 공연을 담은 영상을 볼 때 생각할 지점들이 여러 가지 있다. 이것은 영화를 영화관의 스크린이 아닌 텔레비전이나 컴퓨터의 모니터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다. 영화는 애초에 영상매체고, 오페라나 연극은 무대에서 이뤄지는 공연이다. 공연 영상을 볼 때, 공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현장성은 배제되며, 보는 사람에게도 기대의 대상이 아니다. 공연 DVD 혹은 블루레이의 관객은 이미 지나가서 보지 못한 공연, 그리고 경제적, 시간적 혹은 지리적 한계 탓에 볼 수 없는 공연을 영상으로나마 대강 어떤 구색을 갖춘 무대였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공연을 사각 프레임 속의 영상으로 볼 때, 영상을 보는 사람은 극장에서처럼 무대의 어떤 부분에 집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 객석에 앉은 관객은 공연이 시작되면, 어떤 장면에서 특정 배우의 얼굴을 볼지, 무대의 왼편이나 오른편을 볼지 등 매 순간 어디에 있는 무엇을 바라봐야 하는가를 공연이 끝날 때까지 스스로 선택한다. 하지만 영상을 볼 때는 촬영자가 찍고 편집자가 편집해서 만들어진 샷을 볼 수밖에 없다. 카메라 렌즈로 한 번 걸러진 무대 위의 피사체를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연 영상에선 실제로 객석에서는 잘 볼 수 없는 클로즈업이 된 배우의 얼굴이라든지, 너무 앞쪽에 앉으면 보기 어려운 무대의 전체적인 모습 등을 보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관람자의 선택이 아닌 영상감독의 선택으로 레디-메이드된 샷들은 때때로 집중에 방해된다.

특히 이 블루레이에서 마르쿠스 리차드는 풀샷과 클로즈업 샷을 잇는 방편으로 한 샷이 사라지면서 다른 화면을 동시에 나타나게 하는 디졸브(dissolve) 기법을 빈번하게 사용한다. 이렇게 잦은 디졸브 사용은 시각적으로 난잡하며, 보는 이의 집중력을 저하한다. 멜리장드가 밤에 탑 위에 있는 자신의 방에서 머리를 빗고, 펠레아스가 창밖에서 그녀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화면은 무대 한가운데 선 펠레아스와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잡힌 멜리장드의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겹쳐서 보여준다. 영상감독 리차드는 감정에 도취된 펠레아스를 표현하고자 이런 기법을 택했을지도 모르지만, 이 장면은 상당히 정돈되지 못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런 한계점이 있다 하더라도 공연 영상이 갖는 의미는 유효하다. ‘계급적’인 좌석 배치와 티켓 가격을 전제로 하는 오페라 공연이 블루레이 디스크를 통해 보일 때, 관람자들의 위치가 평등해지는 것은 흥미롭다. 또한, 무대를 보는 것과 경험적인 폭의 차이는 당연히 존재하지만, 이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블루레이로 보는 이야기와 인물들의 감정은 음악과 함께 충분히 전달된다.

 

 

, 2013
<펠레아스와 멜리장드(Pelléas et Mélisande)>, 2013

 

 

신성현 기자

rubysapphire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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