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1970년대였으니까 가능했겠지……..

 

발명가, 엔지니어, 디자이너, 사업가, 괴짜, 히피 그리고 예술가. 벌써 조금씩 희미해져가고 있는 애플의 전 CEO 스티브 잡스의 이름을 흔히 수식하는 단어들이다. 다른 것은 그렇다 치고 ‘예술가’라는 단어를 그의 이름 앞에 과연 놓을 수 있는가? 예술학교에서 예술을 공부하고, 그 어떤 전공보다 맥북과 친하게 지내는 우리들은 이 문제를 한번쯤은 따져봐야 한다. 지난해 겨울 《The New Yorker》에 실린 <WAS STEVE JOBS AN ARTIST? (스티브 잡스는 예술가였나?)>라는 에세이를 번역하고 분량에 맞게 다듬었다. 잡스에 대한 과도한 상찬이 좀 거슬리지만, 자신이 하고 있는 작업과 잡스가 했었던 작업을 비교하며 비판적으로 읽어보자.

 

2015년 영화 '스티브 잡스'의 스틸
2015년 영화 ‘스티브 잡스’의 스틸

 

스티브 잡스는 예술가였나?

최근 만들어진 영화 <스티브 잡스Steve Jobs (2015)>의 한 장면. 애플의 공동 설립자인 스티브 잡스(Steve Jobs)와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이 차고에서 애플2(Apple II) 의 디자인을 놓고 말다툼을 하고 있다. 잡스는 컴퓨터를 봉인해 구매자가 개조하지 못하게 만들어야한다고 강하게 밀어붙이지만 워즈니악은 구매자가 컴퓨터를 열고 이것저것 업그레이드 할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며 잡스의 생각에 동의해주지 않는다. 잡스는 이어서 컴퓨터도 예술작품처럼 완벽해야한다고 말한다. 워즈니악 어이없어하며 잡스의 말을 끊는다. 잡스는 그런 워즈니악에게 한 마디 한다. “앞으로 네가 ‘컴퓨터는 그림이 아니야’라고 말할 때 마다 바로 말해줄게 ‘엿 먹어’라고.” 이 논쟁을 뒤로하고 영화는 1988년의 샌프란시스코로 간다. 잡스가 만든 새 회사 NeXT 에서 만든 첫 컴퓨터를 공개하는 행사 무대 뒤에서, 워즈니악은 잡스가 만든 컴퓨터의 정사각 큐브 형태는 아름답지만, 그건 실용적이지도 않고 비싸기만 한 완전 재앙 수준의 물건이라 혹평한다. 워즈니악은 말한다. “컴퓨터는 그림이 아니야” 잡스는 대답한다. “엿 먹어!”

이 논쟁은 영화가 만든 픽션이다. 하지만 이 픽션은 우리가 잡스에 대해 매력적인 질문을 던지게끔 만든다. 스티브 잡스의 무엇이, 어느 정도까지 그를 예술가로 만들었는가? 그의 회사는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나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안셀 아담스(Ansel Adams) 그리고 마일드 데이비스(Miles Davis)같은 예술가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아름답게 만들어진 컴퓨터와 기기들을 팔았다. 정말 위대한 예술가들의 작품과 애플의 컴퓨터를 동일선상에 놓는 것이 가능 한가? 또는 잡스도 그가 그렇게 동경하던 예술가가 되었다고 말 할 수 있을까?

“예술”은 너무 불분명한 용어이다. 우리는 보통 예술가를 홀로 고독하게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예술가가 더 돈이 많이 들고, 더 탈신체화된(disembodied) 방식으로 작업한다. 우리는 모두 영화감독을 예술가라고 생각하지만, 영화감독이 만드는 결과물은 종종 스태프들이나 회사 규모에 따른 예산과 같은 경영적인 측면과 결부되어 있다. 또 다른 예로, 현대미술가 제프 쿤스(Jeff Koons)는 150명의 직원을 고용해 예술작품을 만든다. 그는 직원들에게 명령만 내릴  뿐 직접 작품을 만들지 않지만,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은 수천만 달러에 팔려나간다. 제프 쿤스의 스튜디오와 글로벌 하이테크 기기 제작공정 사이에는 명백히 거대한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 이 차이는 규모의 차이이지, 생산물 종류의 차이는 아니다. 만약 수많은 직원을 고용해 조각상을 만드는 것이 예술이 될 수 있다면, 대량생산되는 컴퓨터도 예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건 컴퓨터와 조각 작품 간의 깊은 간극을 언급하지 않았을 때 이야기이다. 명백히 조각은 ‘심사숙고와 해석’의 대상인데 반해 컴퓨터는 ‘사용되는’ 대상이다. 컴퓨터는 도구이며 더 나아가 컴퓨터는 “설계, 또는 디자인”의 산물이지 “예술”의 산물이 아니다. 물론 잘 디자인된 컴퓨터는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풍부하게 만든다. 잡스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는 “컴퓨터는 마음의 자전거이다”라는 말도 했다. 하지만 컴퓨터는 그 자체로 예술작품이 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컴퓨터 안에는 메시지와 관점이 없기 때문이다. 컴퓨터는 음악보다는 악기에 가깝다.

컴퓨터가 음악보다는 악기에 가깝다는 생각은 합리적이다. 하지만 잡스는 단 한 번도 이 명제를 믿지 않았던 것 같다. 그는 컴퓨터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을 완전히 다른 곳으로 인도하길 바랐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과 컴퓨터가 매개되는 순간에만 인지되며, 가끔은 예술의 경지까지 도달하기까지 하는, ‘기술적 아름다움(technological beauty)’이라는 아주 특별한 형태의 아름다움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당연히 그는 이런 예술적인 성공을 열망했다. 1984년 그는 마치 예술가들이 작품에 서명을 남기듯이, 맥킨토시의 핵심 엔지니어 네 명의 서명을 기계 안쪽에 새겨 넣었다. 198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NeXTcube를 소개하면서 잡스는 새 제품의 회로기판을 들어 올리며 대중들에게 말했다. “제가 살면서 본 것 중에 가장 아름답게 프린트 된 회로기판입니다.” 그는 이렇게 ‘디자인’을 사랑했다. 하지만 더 거대하고 감정적인 것을 갈망했다.

『비커밍 스티브 잡스Becoming Steve Jobs (2015)』를 쓴 브렌트 슈렌더(Brent Schlender)와 릭 텟젤리(Rick Tetzeli)는 책에서 <토이 스토리Toy Story (1995)>를 만들던 시절 잡스의 모습을 언급한다. 잡스는 “느리지만 참을성을 가지고 높은 완성도를 추구하며 개발한 제품은 그것의 제작자보다 오래 살아남는다”라는 말에 대해 일종의 경외심까지 가지고 있었다. <토이 스토리>를 연출한 존 라세터(John Lasseter)는 잡스가 그에게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다. “그거 알아요? 우리가 애플에서 컴퓨터를 처음 만들었을 때 예상 수명이 얼마였을 것 같아요? 3년? 사실 5년이면 한계가 와요. 하지만 우리가 일을 제대로 했다면, 우리가 만든건 영원히 살아있을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로 다시 왔을 때 아마 이런 것을 실현해보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돌아왔을 것이라고 슈렌더와 텟젤리는 이야기한다. 잡스는 물론 경쟁자들을 모두 패배시키고, 애플을 다시 최고로 만들고 싶어 했다. 하지만 단지 그 뿐만 아니라, 잡스는 그가 가진 예민한 감각으로 주변 사람들을 거칠게 밀어붙이면서까지 추구했던 아름다움이 구현된 제품을 만들고 싶어 했다.

사실 예술가는 각자 분리되어있었던 요소들을 다양한 예술적 형태로 통합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는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부분을 단순하게 합친 것 보다 항상 크다. 잡스는 위와 비슷한 프로세스가 컴퓨터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것 같다. 1970년대에 컴퓨터는 그냥 커다란 묶음이었다. 당신은 조립 키트나 설계도면 같은 것을 사서 직접 조립해야했다. 이런 과정은 잡스를 미치게 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방식의 예술이 가능하다는 것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가 생각한 새로운 예술은 전자칩과 코드를, 음악의 가사와 멜로디처럼,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결합하여 흘러가게 만드는 복합적인 과정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술적 장치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에 영감의 원천을 가지고 있는 존재였다. 잡스는 완벽한 기술적 장치를 만들어 종국엔 초월적(transcendent) 차원까지 넘어갈 수 있길 소망했다.

어느 예술가나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에는 어려움이 함께 따라온다. 더 나아가 잡스가 추구했던 완벽한 기술적 결합은 특별히 더 어려웠다. 완벽한 기술적 결합을 하려 하려 해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라는 용어들이 그것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이 결합을 위해서는 하드웨어가 생산되는 물리세계와 소프트웨어의 디지털 세계를 이어줄 다리가 필요하다. 둘을 하나로 연동시킬만한 언어가 반드시 발명되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전통적인 예술가와는 다르게, 컴퓨터 예술가는 반드시 미래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미래는 지금과 기술적으로 많이 다를 것이고, 각각의 요소들은 추후에 성숙되는 정도가 다를 것이며, 이 모든 것들이 접합되는 미래의 한 지점을 고용과 의제 설정, 인수합병과 인사 따위를 결정하는 기업적인 환경과 결부시켜 생각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컴퓨터 예술가는 이런 미학적 성취를 적대적으로 여기는 필드 한 복판에서 일 하게 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예술적 성취를 이룬 물건이 나온다? 상상해보면 좀 미친 짓이다. 그러나 잡스는 종종 그것을 해내보이며, 심지어 그것을 즐기기까지 했다. 잡스는 그의 변덕스럽고 까다로운 성격을 종종 스스로 예술가가 된 것처럼 표출하며, 자신과 그의 직원들을 “예술적 엔지니어”라고 불렀다. 이런 것들이 그냥 다 마케팅이었을까? 잡스가 회로기판을 “아름답다”라고 이야기 했을 때, 그냥 컴퓨터를 팔기 위해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척 한 것일까? 개인적으로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가 맞았는지 틀렸는지는 우리 각자가 판단하기로 하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그가 만든 가장 아름다운 예술작품인 아이폰(iPhone)을 사용한다.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한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아이폰이 가지고 있는 이 높은 수준의 기술적 조응이 예술적 성취인지 아닌지. 그는 기술을 선도했던 재능있는 사업가로 오래도록 기억 될 것이다. 하지만 그가 만든게 예술작품일까? 아니면 그냥 도구(gadgets)일까? 그가 남기고 간 유산 위에서 우리가 던져봐야 할 질문이다.

 

 

Apple ll를 만들고 있는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
Apple ll를 만들고 있는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

 

영준 기자

yjune2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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