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신임교원인터뷰1 – 조충연 교수(멀티미디어영상과)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 이런 당위를 말하며 감동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말로 그러한가. 학생이 학교의 주인이 되는 것은 교육 시스템에서 중요한 지향점이 될 수는 있겠지만, 현상을 똑바로 바라보면 학교를 이끌어가는 주체는 언제나 학생이 아니었다. 학생은 4년이 지나면 학교를 떠나지만 교원들은 은퇴 전까지 10년, 20년 이상 학교에 남는다. 어쩌면 학교를 이끌어 가는 데에 학생보다 더 중요한 책임이 부여되는 쪽은 교원이기도 하다. 지난 학기, 우리학교는 8명의 교원(△김현미(음악원 기악과) △채재일(음악원 기악과) △故김동현(연극원 연출과) △조충연(영상원 멀티미디어영상과) △하승우(영상원 영상이론과) △조현(미술원 디자인과) △유경화(전통예술원 음악과) △채수정(전통예술원 음악과))을 새롭게 임용했다. 이들의 생각과 계획, 의지를 통해 학교의 환경은 상당히 변할 수도 혹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신문은 ‘신임교원인터뷰’를 기획하면서 그들과 직접 만나, 특별히 학내의 교육 시스템에 대한 생각을 중점적으로 들어보기로 했다. 그들이 그리는 청사진에 주목해보면, 우리학교의 미래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신임교원인터뷰 기획은 멀티미디어영상과의 조충연 교수를 통해서 첫 발을 떼었다. 영상원 1기 졸업생인 조 교수는 유학을 마치고 다시 돌아와 이제는 교단에 서서 학생들과 만난다. 우리학교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학생과 선생의 역할을 모두 경험해나가고 있는 조 교수는 어떤 청사진을 그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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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원 1기 졸업생이신데, 당시의 학교는 지금과 어떤 차이가 있었나?

문화적인 차이를 많이 느낀다. 당시에는 학생과 선생의 관계는 지금보다 밀착되어 있었다. 아직 학교가 아직 완전한 구색을 갖추기 전이었고 특별한 제도나 기자재실도 없었기 때문에, 학생들과 선생들이 서로 믿고 의지하면서 나아가야만 했던 시기였다. 강의실에는 모니터, 책상, 의자밖에 없었고, 소통은 보다 더 직접적으로 이루어졌다. 학부를 졸업하고 온 사람들이 대다수였고, 수업을 듣다보면 대학이라기보다 안상수 선생님의 ‘파티(독립 디자인 학교)’처럼 일종의 창작집단으로 느껴졌다. 지금은 좀 더 학교라는 느낌이 강하다. 예술대학으로서의 시스템도 갖추었고, 학생들은 각자 개별화 되어 요소별로 필요한 기능들을 채우는 편이다. 나는 오래 전에 학교를 다닌 사람이라서 그런지 학생들이 그 이상을 필요로 하지 않을 때면 무언가를 좀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지금 ‘영상디자인’이라는 용어를 듣는 것과, 20년 전에 듣는 것은 차이가 많을 것 같다. 그 당시 영상디자인과(현 멀티미디어영상과)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원래 전공은 독어독문학이었다. 문학을 공부하다가 연극에 관심이 생겨서 사실은 연극원의 무대미술쪽으로 지원할 생각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조선일보>에 실린 ‘영상원 신입생 모집’에 관한 최민 선생님의 기고문을 읽었는데, 자동적으로 영상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기고문의 내용이나 왜 그렇게 결정을 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는다. 다만 영상이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던 것이 그 기고문을 읽고는 변했던 것 같다. 스스로를 디즈니키즈(Disney-Kids)라고 생각할 만큼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가졌던 영화에 대한 판타지나 꿈이 있었는데 그 기고문을 읽으면서 그것들이 불현듯 다시 분출된 것이다. 그렇지만 영화 자체보다는 영상디자인과가 나에게는 좀 더 다가가기가 쉬웠다. 막상 영상디자인도 공부해보니 폭이 굉장히 넓었다. 배우면서 영화 이상의 다양한 고민을 하게 됐었다. 또 당시는 인터넷 디지털 문화가 빠르게 태동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사화 및 디지털 문화의 변화와 맞물리면서 대단히 정신없게 지나갔던 것 같다.

 

버너스 리가 월드와이드 웹을 개발한 것도 90년대 초인데, 디지털이 막 태동하는 시기의 영상디자인과 분위기도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 같다.

당시에는 멀티미디어(Multi-Media), 뉴미디어(New-Media), 사이버펑크(Cyberpunk) 등 잡지 <와이어드(Wired)>를 비롯해 힙한 용어들만 있었지, 이에 대한 인프라가 전혀 없었다. 디지털이 태동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모든 것은 다 어둠 속에서 더듬더듬 하듯이 나아갔다. 우리가 멀티미디어영상이라고 하니 디지털 문화의 선봉에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사실 무엇이 어떻게 되어가는 건지 아무도 몰랐다. 다행히 선생들은 우리를 일정한 틀에 놓고 가르치지 않았다. 통찰이 있으셨던 것 같다. 오히려 당시에 고전적인 매체라든지 미디어 전반을 다뤘던 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 디지털이 태동하던 시기는 맞지만 그렇다고 지금처럼 뉴미디어가 끌고가던 시기는 아니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전망해야만 했다. 교육 자체에도 비용이 많이 들었을 텐데, 다행히 학교가 많은 예산을 통해서 공부할 수 있는 기반을 다른 어떤 학교보다도 빠르고 좋게 만들어주었다.

 

초기 졸업생들은 굉장히 폭이 넓게 진로 선택을 했는데, 대표적으로는 ‘미디어아트’, ‘특수효과(특수영상)’, ‘멀티미디어’, ‘UX UI’ 등으로 접근을 했다. 지금은 미술원도 생기고 하면서, 진로를 좀 더 명확하게 가져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느낀다. 그렇게 되는 과정까지 진통도 있었겠지만, 그 속에서 학과가 나름 발전한 게 아닐까. 지금 상황에서는 초기와 같이 다양하고 폭넓은 미디어 교육 방향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가 다시 학교로 오게 된 이유가 그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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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산업은 어떤 식으로 변해왔는가? 그것이 학교에 끼치고 있는 영향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예전처럼 산업의 성격들이 제한적이지 않고 굉장히 폭넓어졌다. 우선 디지털미디어라는 환경 안에서 다양한 비주얼 분야들이 생겨났고, 특히 영상 관련한 기술들도 발전되었다. 매체 자체의 변화도 이루어졌으며 그러한 변화에 맞게 산업도 재편되었기 때문에, 학교가 이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 영상 매체의 가능성을 더 탐구하고 그 개념을 확장 및 개척할 수 있는 사람들을 길러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멀티미디어영상과의 중요한 역할이기도 하다. 이제는 단순히 영화의 하위 분야로서 닫힌 매체 안에 있는 게 아니라, VR이나 모바일 환경 등 다양하게 네트워크된 뉴미디어에 대응할 수 있는 상상력을 길러내야 한다. 지금은 되려 산업이 크리에이티브를 추동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학내 시스템은] 부족한 점이 많다. 학교가 노력을 해야하고 새로운 뉴미디어를 위한 분야를 좀 더 개척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다른 학교들에서는 좀 더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영상원 내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라는 것은 대단히 뿌리가 깊고 오래된 매체이며 담론도 많다. 하지만 그런 점 때문에 영화라는 무게에 지나치게 눌려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과 학생들은 본인이 하는 것을 굉장히 진지한 영역이라는 생각을 못 하고, 보조적인 비주얼 영역으로만 간주하는 면이 있다. 그래서 진로선택이나 미래를 생각할 때도 지나치게 작가주의에 기반하고 있을 때가 많다. 이러한 경향이 다른 영상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상상력을 가로막는다. 충분히 확대될 수 있고 치고나갈 수 있지만, 학교가 제대로 소개해주지 못 하고 다루지 않다 보니, 너무나 자연스럽게 기존의 거대담론으로 흡수되는 것이다. 하지만 영상원은 영화원이 아니다. 멀영과는 멀영과만의 중요한 역할이 있다는 것을 우리과 구성원들에게 확신시켜주면서, 뉴미디어 시대의 역할이나 위치를 찾게 해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산업이 무조건적으로 좋은 방향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학생들이 비주얼 영역을 단순 보조적인 수단으로 여기는 데에 과연 산업의 영향이 없을까.

하지만 우리는 산업의 환경들이 바뀌고 있다는 데에 눈을 똑바로 떠야한다. 변화하는 산업의 다양한 측면들을 제시하고 보여주는 곳이 학교가 아니면 어디로 가야하는가. 실제로 외부를 바라보면 작품에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들이 있고, 그 안에 고민을 담아낼 수 있는 데에도 현재 학교에서는 딱 정해진 프로덕션으로 교육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스타트업[신생기업]을 포함하여 다양한 산업의 영역이 있다는 걸 학교가 소개해준다면 어떨까. 지금 같은 시대에는 제작사나 프로덕션과 같은 무거운 짐이 없더라도, 미디어 환경 자체가 독립을 허락해주니, 학생 개개인이 접근할 수 있는 부분들도 많다는 거다. 결정하는 것은 학생이지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은 학교다. 지금은 가능성에 대해서도 소개가 되지 못 하고 있다. 단순히 우리과의 문제가 아니라 영상원 전체, 나아가 학교 전체에 대한 부분일 수도 있다. 특히 영상원 같은 경우에는 좀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

 

예술사를 졸업하고 곧바로 유학을 가게 되었나? 유학을 가게 되었던 배경과 더불어 그곳에서의 교육환경도 소개해달라.

당시 한예종 영상원 영상디자인과는 관련 부분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학교였다. 예술사를 졸업하고나서 더 공부하고 싶어도 무언가를 제공해줄 수 있는 곳은 외국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진지하게 유학을 고민했던 것은 아니지만, 선생들이 새로운 분야에 대한 자각을 하도록 도움을 주었다. 결정적으로는 카네기멜론대학교[이하 ‘CMU’]가 장학금을 줬기 때문에 그곳으로 간 것이 크지만 (웃음) CMU는 아트앤테크놀로지(Art & Technology)에 대한 지향이 있었다. 공대로 유명한 곳이었지만 기술에 대해서 리버럴했던 것이다. 꽤나 개념적이기도 했고 편견도 없었다. 기술에 대해 두려움이 없고, 바로 옆에서 최첨단의 기술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기술과 예술이 상호 영향을 미치는 관계를 모색하는 집단이라는 점이 좋았다. 기술과 예술이 조화롭게 서로를 실험하는 부분이 강하다보니 융합도 많이 이루어졌다. 그 안에서 융합의 중요성도 제대로 체험해볼 수 있었다. 당시에 내가 만들던 작품들은 클라이언트를 상정하고 그에 맞게 만드는 커머셜(commercial)보다는, 셀프 프로모션이나 (지금 용어로는) 미디어아트에 가까웠다. CMU에서는 그게 받아들여졌다.

 

공대 내에서 이루어지는 융합적인 예술 작업은 우리학교에서 경험하기 힘든 것이기도 하다.

인터뷰 제의를 받았을 때 사실 사적인 이야기보다는, 이러한 작업 프로세스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얘기하고 싶었다. 최근에 ‘스탠포드 디-스쿨(Stanford D-School)’이나 ‘카네기멜론 스튜디오 포 크리에이티브 인큐리(Carnegie Mellon Studio for Creative Enquiry)’에서의 융합연구를 바탕으로 디자인과의 조현 선생님과 함께 진지하게 학내의 융합적인 예술창작 과정 등 우리학교만이 가질 수 있는 예술창작 프로세스, 말하자면 ‘K-Arts Process’가 무엇일지 많이 고민하곤 한다.

 

우리학교에서 융합을 얘기할 때 자주 듣는 것은, 가령 무용원과 영상원이 결합 같은 부분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형태는 앞으로 지향해야 하는 융합이 아니다. 원래부터 그런 협업은 개별적으로 항상 해왔다. 이것을 새로운 융합이라고 할 수는 없다. 외부의 로보틱이나 인문학, 의학, 생물학 등과 연결되는 것이 나에게는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할 융합이라고 느낀다. 이번 학기에 진행하고 있는 <융합창의창작워크숍> 강의에서도 그런 얘기를 많이 한다. 다양한 층위에서 그런 프로세스들을 견고하게 하는 현장을 미국에서 많이 경험했다.

 

더 나아가서 흔히 생태계라고 일컬어지는 오픈 프로세스와 관련된 것 역시 필요하다. 실제로 해외에는 학내에 오픈소스들이 존재한다. CMU에서 들었던 융합 수업만 하더라도 다양한 디지털 결과물들을 공유하고 있다. 해당 지역에 있는 중고등학교의 교육과정에까지 레퍼런스로 아카이브 저장이 되어, 초등학교 저학년의 컴퓨터 교육에서도 공유된다. 최근에서야 논의되는 오픈소스나 오픈프로세스와 같은 환경을 이미 10년 전에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 안에서는 그런 것이 창작의 순환고리로 작동하고 있었다. 나는 우리학교 내에서도 창의적인 오픈소스, 오픈프로세스들이 작동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융합의 기본적인 조건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러한 환경을 새로운 예술 창작의 조건으로 수용해야 하지 않을까. 아직도 우리는 대단히 전형적인 방식들을 갖고 있다. 억압적이고 도제적인 시스템을 관성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그것을 굉장히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하지만 학생들을 만나보면 그러한 닫힌 시스템 안에서 굉장히 방황하고 소외되는 것을 많이 본다. 이제는 새롭고 창의적인 제작과정을 학생들 역시 필요로 하는 시점이라 생각한다. 쉽게 얘기하면, ‘기획-제작-발표’ 이런 식의 쥐어짜는 방식을 지양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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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프로세스’라는 것이 흥미로운데 조금 더 부연설명을 부탁드린다.

오픈프로세스는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굉장히 많은 프로토타입을 만들고는, 그것들을 서로 연결하는 것이다. 저작권으로만 보자면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창작의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이라는 건 실패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한다. 관념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 융합을 말하는 외부 기관들은 이미 이러한 방식을 통해서 새로운 지점을 찾아가고 있다.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낸 새로운 방식인 셈이다.

 

영상원을 넘어서 한예종 자체가 실패를 지나치게 두려워한다. 무언가를 할 수 있을 때쯤 사라지고 휴학하고. 창작에 즐거움이 없으며 부담만을 느낀다. 영상원 1기 중에는 아직도 감독 데뷔를 하지 못한 이도 있다. 이것이 개인만의 문제인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다. 영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영상계에 있지 못 하고, 결국은 재능의 문제로만 치환해서 생각하게 되는데, 이제는 소모적이기만 한 프로세스 안에서 계속 학생들을 방치하지 않았으면 한다. 다양한 분야를 동시에 보여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학생들이 스스로가 찾아야만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매체 환경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에, 학교가 이에 좀 더 관심을 갖고, 학생보다 앞서 나가서 미리 길을 열어주고, 제도적으로 또 프로그램적으로 뒷받침해줄 필요가 있다. 많이 논의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본격화 되지는 못 했다.

 

프로토타이핑이 제대로 실현된 구체적인 사례가 있는가.

CMU를 얘기할 때, 사람들은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 센터(Entertainment Technology Center)’를 많이들 말한다. 하지만 그 학교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그러한 제작 방식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다. 단순히 유명한 사람들이 있다거나 예산이 많은 등의 껍데기를 얘기하는데, 가령 수업 하나만 예를 들더라도 100명 가까이 되는 학생들이 2주에 하나씩 작품을 만든다. 대학원생도 학부생과 함께 공동수업을 듣는데, 그 수업을 서포트 하는 그룹도 따로 있다. 학생 작품에서 완성도는 의미가 없다. 그렇게 2주마다의 프로토타입들이 계속해서 생산된다. 비록 아이디어만 있는 것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괜찮다. 툴도 굉장히 저렴한 툴들을 써가면서 작업한다. <Building Virtual World>라는 수업이었는데, 디즈니, 픽사, 헐리웃 등의 많은 전문가들이 와서 작품을 보기도 했다. 어수룩하고 조악한 캐릭터일 수도 있지만, 창의적인 요소들만 갖고 평가를 진행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학생들이 진출하기도 하는데, 내 생각에 완성도는 바로 그 이후의 문제다. 더 중요한 것은 일률적이지 않고 다양한 결과물들이 공유되고 쌓인다는 것이다. 그럼 다음에 그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아카이브에 들어가서 이전의 작업들을 참고하고, 수정하면서 자기 작업에 반영한다. 선순환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는데, 수업 시작 전에 계약서를 하나 쓴다. 자기가 만든 수업의 결과물에 대해서 교육적인 목적에 한해서는, 저작권을 주장하지 않는다는 계약이다.

 

우리 환경에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겠지만, 지금 상황은 작품을 만들고 제출하고 끝나는 게 현실이다. 그것들을 공유하고 협업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하다.

 

현실적으로 보면 학내의 협업도 온전한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전히 그것은 학교가 내세우는 지향점이다.

학교 안에서만의 융합이라는 건 새로운 점이 없고 이미 오랫동안 해왔다. 물론 캠퍼스가 분리되어 있기에 겪는 어려움은 안다. 하지만 융합이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하는 점은, 외부의 산업 자체가 그런 식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학내의 협업에 만족하지 말고, 인문학이나 공학 등과 같은 다른 레이어와 엮어야 한다. 물론 나의 주장일 뿐이며 동의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최근에 조현 선생님과 함께 그러한 교육환경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사실 영상원 1기로 재학할 때는 융합이라고 하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다. 딱 고정된 전공분야 자체를 논하는 것이 어려웠던 환경 때문이기도 하다. 외부적인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CMU에 갔던 중요한 이유도, 학교 안에서 그러한 융합의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융합 분야에 더 진출하고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수행하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 만약 CMU에 그런 지점이 없었다면 그냥 뉴욕의 예술 대학원에 가지 않았을까. 하지만 당시 우리학교의 수준을 생각해보건대, 굳이 그런 대학원에 갈 필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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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오랫동안 학교에 남아있을 거라 믿는다. 앞으로의 다짐을 간단하게 듣고 싶다.

이 학교에 교원으로 다시 들어올 때, 환영회 자리에서 “사랑받은 만큼 사랑하리라”고 말했었다. 영상원의 1기가 할 수 있는 가장 맞는 말인 것 같다. 우리는 정말 받은 게 많았다.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정말 행복했었고, 많은 선생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었다. 아까운 것이 정말 없다. 진심이다. 받았던 사랑, 격려, 용기 등이 많기 때문에 나 또한 학생들에게 주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당황스럽게도 학생들은 그런 걸 별로 원하진 않는 듯하다. 살갑게 지낼 수 있는 그런 결이 아닌가보다. 사실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고 학생들도 너무 바쁘다. 언제부터 그렇게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모두 다 지쳐있는지도 모르겠다. 선생들까지도. 학생들이 원하지 않음에도 강제적으로 잘 해주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선을 다 하고 싶다. 특히 학생들은 진로 문제에 대해서 또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 힘든 부분이 분명히 있다. 졸업작품 앞에서 우는 것을 종종 본다. 그건 건강하지 않은 환경 때문이다. 억압적인 방식의 문제인 것이다. 가능하다면, 일률적인 제작방식을 넘어서서 다양한 방식들이나 창의적인 과정에 대한 또 다른 길도 학생들에게 제시해주고 싶다. 학생들이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즐거운 일이며, 실수해도 너무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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