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에 몸살 앓는 교단… 쉬쉬하는 분위기 없어져야

<프로이트 심리학> 이 교수, 다음 학기부터 재임용하지 않기로…

인권 사안에 대한 신고까지 가능한 인권센터 필요

 

지난, 4월 6일 학내포털사이트 누리에는 한 편의 사과문이 게시됐다. 3월 한 달간 논란이 일었던 <프로이트 심리학> 이천영 교수의 사과문이었다. 이 교수는 “학생들과, 학교 당국, 그리고 관계부서 담당자들에게 심려들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라며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상처를 주게 될 것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은 제 불찰입니다”라고 밝혔다.

 

이 교수의 언행이 문제 제기된 것은 지난 3월 11일, 페이스북 <한국예술종합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에 <프로이트 심리학> 수업에 대한 제보가 올라온 시점부터였다. 제보에 따르면, 이 교수는 강의 중 “사람의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아 시절로 돌아가서 어머니와 유대감을 쌓는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아이 생후 3년까지는 엄마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여자들이 일을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최소 2년간은 육아에 전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동성애자들이 점점 많아지는 이유는 자랄 때 부모의 역할이 제대로 배분되지 않아서이다”, “동성애는 일종의 질병”, ”늘씬한 여성이 지나가면 남자들은 머릿속으로 온갖 상상을 하기 마련이다”, “암탉은 집안에서 울지 말아야 한다”, “남편들은 아내가 육아에 전념할 수 있도록 가사 등을 도와줘야 할 더 큰 짐을 지고 있다” 등의 폭언을 쏟아냈다.

 

해당 대나무숲 게시물 캡쳐
해당 대나무숲 게시물 캡쳐

 

그리고 이 교수는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동성애는 질병”이라고 한 데 대해서는 “동성애는 심각한 장애가 아니라, 감기처럼 가벼운 질병”이라며 “혹시라도 동성애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있다면 수치심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하려고 그렇게 설명했다”, “수탉이 알을 낳을 수 없듯이, 암탉이 (수탉처럼) 새벽에 잠을 깨울 수 없다는 의미”라고 변명에 가까운 대답을 반복했다.

 

이에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교내 성소수자 동아리 <프리:즘>은 31일 캠퍼스 일대에 “프로이트의 이름으로도, 세계보건기구의 이름으로도 동성애를 질병이라 말하지 않았”다며 “증오범죄(Hate Crime)가 존재하는 오늘날, 이 발언은 결코 수업 시간에 나와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고 전했다. 또한, 여성 문제에 대해서는 “아이를 반드시 어머니가 돌보아야 한다는 것은 지난 시간의 편견에 불과”하다고 밝히며 “이 발언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프리:즘>뿐만 아니라 석관동 캠퍼스 학생식당 앞에는 많은 대자보들이 붙었다. 이 교수의 언행에 대해 의견을 표하는 대자보들 가운데 김 지그문트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한 학생은 “프로이트가 정말로 그러했던 것과는 별개로, [중략] 특정한 담론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 특정한 담론들이 (재)생산되게끔하는 운동원리에 대해서 선을 긋고 적대를 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주먼지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한 학생은 “페이스북 대나무숲에 글이 올라오고, 언론 보도가 되었는데도 [학교 본부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 역시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대자보
석관동 캠퍼스 학생식당 앞에 부착된 대자보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아일보>, <매일경제> 등 다수의 언론에서 이 사건에 대한 기사화가 이루어졌으나 학교 본부에서는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이에 대해 남수영 예술교양학부 주임교수는 ”교수권이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절차적으로 신고가 있어야 신고위원회가 열릴 수 있다”며 “[학생들이] 징계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교수에게 내릴 수 있는 징계는 파직뿐이며 더군다나 피신고인이 전임교원이냐 그렇지 않냐에 따라 징계가 불가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에 이미 다음 학기에 재임용을 하지 않기로 내부적으로 정해진 상태”라고 전했다.

 

4월 7일, 학내포털사이트 누리에 여성활동연구소 명의의 입장문이 올라왔다. 김미희 여성활동연구소장은 경과를 설명하며 “3월 11일 금요일 저녁 대나무숲(SNS)에 익명으로 게시된 글을 통해 해당 수업에 대한 비판을 접하였고, 곧바로 담당교수에게 연락하여 사실관계 확인 및 주의 조치한 바 있”고 “이미 담당교수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겠다는 의사를 계속하여 표명하고 있고, 예술교양학부에서도 향후 재발방지 등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과 함께 다음 학기부터 해당 교수를 위촉하지 않기로 결정한 점 등을 감안하여 추후 추가 피해 등에 대한 신고가 접수될 경우 조사위원회 구성을 통한 공식 조사를 재검토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아 3월 21일 총장께 보고 드렸”으며 “다시는 학교 구성원의 부주의로 인해 차별과 혐오로 해석되는 발언들이 나오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마무리지었다.

 

이어 8일 학내포털사이트 누리에는 “사과문 쓰는 법을 배웁시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전날 올라온 여성활동연구소의 입장문에 대해 비판하는 글이었다. 글을 쓴 이선화(미술원 조형예술과)씨는 “사과가 아니라 입장이라는 점에서, 학교의 책임에 대한 이해와 후속 조치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며 “특정 교수의 ‘진정성’있는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학내에서 왜 성폭력, 혐오 발언이 계속 일어나는지 구조적으로 고민하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문제”라고 일축했다. 이 씨는 “[학교 본부가] ‘진정성’있는 태도를 보일 것을 요구”하며 끝을 맺었다.

 

막말이 불러온 논란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지만, 교직원들의 언행과 그에 대한 사과가 이 문제가 되었던 것은 비단 이번 사건뿐만이 아니다. 각 원의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도제식 교육을 통하여 직업적 예술가를 양성하는 콘서바토리 형태의 예술 학교“를 지향하고 있는 우리학교에서 교수와 학생 간의 관계는 타교보다 절대적인 경우가 많고 이에 따른 문제가 도처에 곪아있는 실정이다. 교수가 수업시간에 문제가 되는 행동을 해도 소수정예로 이루어지는 수업이 많고, 교수가 학생의 생사여탈권을 갖고 있기에 이를 문제제기하는 것이 어렵다.

 

그리고 처음 문제가 제기되었던 대나무숲 게시글에서도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막막합니다”라고 언급되어 있듯이, 우리학교에는 학생들은 숱하게 마주치는 수업 속의 폭력적 언사들에 대해 공식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인권센터가 없는 우리학교는 양성평등상담실과 장애지원센터를 통해 학내에서 발생하는 인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문제가 되는 발언이 성적인 방식으로 폭력적인 언사라 한다면, 양성평등상담실을 통해 신고할 수 있지만 이것이 개인과 개인과의 문제로 접수되어 제대로된 처리가 불가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여성활동연구소에 신고할 수 없는 종류의 폭력적인 언사가 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학교 사이트의 “총장과의 대화”나 “불편부조리신고”나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을 제기하는 방법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고들이 민원으로 처리되었을 때에 학생의 익명성이 지켜지기 힘들고, 모든 책임을 학생 개인이 부담하게 된다.

 

타대학의 학생들도 수업에서 막말을 접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전문기구가 따로 만들어지지는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러한 논란들은 학내 커뮤니티나 비슷한 성격을 띠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이슈화된다. 그렇지만 서울대학교ㆍ중앙대학교ㆍ충남대학교 KAIST 대학원 등에서는 인권센터를 통해 성희롱ㆍ성폭력 신고뿐 아니라 인권 사안에 대한 신고까지 가능하다. 서울대학교 인권센터에서는 교내 구성원 사이의 성적 폭력뿐만 아니라 장애인 학생 차별 등을 신고할 수 있다. KAIST 대학원에서는 대학원 총학생회 산하기구가 교수가 갑자기 졸업을 유보시키거나 논문 승인을 해주지 않는 경우 등의 부당 사례들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한국대학신문>에 따르면, 서울대 인권센터 최기자 전문위원은 “인권센터가 없는 대학은 인권침해 문제가 발생해도 학생들이 그냥 참고 넘어가거나 상황이 심각해지면 자퇴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이 먼저 인권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학교 인권센터는 △인권상담소 △성희롱·성폭력 상담소 △인권연구부 △인권교육부로 구성되어있다.
서울대학교 인권센터는 △인권상담소 △성희롱·성폭력 상담소 △인권연구부 △인권교육부로 구성되어있다.

 

제19대 총학생회는 학생고충상담센터(가칭)를 신설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지만 임기 내에 실행되지는 못했다. 학생고충상담센터는 “조사위원회나 징계위원회 같은, 학교의 공식적인 문제 해결 기구에 학생들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드러내는 창구”로 구상된 기구로, 학생들이 총학생회를 통해 본부에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당선이 확정된 황예정 제20대 총학생회장은 “[이런 사건에 대해] 총학생회가 나서서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학생들이 받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추가로 전담기구에 대한 질문에 황 회장은 “제19대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학생고충상담센터에 대한 인수인계를 진행한 뒤, 창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끝을 맺었다.

 

이상연 기자

sangyoun011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