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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예술과 예술전문사 졸업전시 해빙기 열려 

 

≪해빙기≫ 전시전경 ©한혜란
해빙기 전시전경 ©한혜란

 

우리 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전문사의 졸업전시 해빙기가 2월 16일부터 3월 12일까지 약 4주간 갤러리 175에서 열렸다. 전시에 참여한 노은주, 박종일, 손현선, 한성우, 박테오 등 졸업생 20명은 4~5명씩 총 4팀으로 나뉘어 4주간 1팀당 약 일주일씩 작품을 전시했다.

 

미술원 부원장 조형예술과 김지원 교수는 KTX 대신 무궁화호에 탑승해 차창 밖 풍경을 찬찬히 바라보았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아무리 잘 만들고 잘 그린다고 한들 잘 보지 못한다면 좋은 미술가는 아닙니다. 여러분! 우리는 “잘 보는 미술가”들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간혹 천천히 가는 기차를 타지 않겠습니까?”라며 학생들의 졸업을 축하했다.

 

≪해빙기≫ 전시전경 ©한혜란
해빙기 전시전경 ©한혜란

 

전시장에는 회화, 설치, 사진, 도자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표현된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졸업생들의 작품은 각자의 개성을 가지면서도 전반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담백한 인상을 풍겼다. 작품에 대한 설명에 난해한 철학적 개념의 인용은 자제되어 있었고, 일상의 경험에서 예술적 행위의 동기를 바라보고 분석하는 데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경험은 특정 주변 환경 에 관한 관심을 설정하게 한다. 이렇게 대상과 그것에 대한 반응이 작업의 주제가 되어 그만의 독특한 시각언어로 구현된다.

 

첫째 주 전시를 관람한 미술원의 한 학생은 “노은주 작가는 작가 특유 시선으로 풍경을 해체하고 재-구축하는데, 특히 대상을 최소한으로 제거해 구조만 남긴 것이 인상적이었다. 또 손현선 작가의 작품이 기억에 남는데 움직이는 사물에 대한 약간의 집착이 느껴져서 흥미로웠다. 유동하는 사물에서 발견할 수 있는 ‘리듬’을 잘 포착해 낸 것 같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졸업생 박테오 씨는 “사실 독감으로 전시 설치 후에는 공간에 가볼 수 없었다. 학교에서 작업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한여름에도 서늘한 연수동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며 전시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박 씨는 현재 서울시립미술관(관장 김홍희)의 2016년 첫 기획전 서울 바벨에 참여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서울 바벨에 참여하게 된 소감에 대해 “청량엑스포에서 직접 서울 바벨에서 선보일 전시를 골랐다. 그동안 진행했던 프로그램 중 LGBT 친화적인 공간 성격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던 전시가 적합하다고 생각했을 거다. 처음부터 넓은 전시공간을 고려했던 작업이어서 연락을 받았을 때 ‘아, 올 것이 왔구나!’ 하고 내심 기뻤지만 아닌 척했다. 그동안 해당 작업을 전시했던 공간들이 비교적 협소해 이번에 보다 많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곳에서 작업을 선보일 수 있어서 만족한다. 좋은 기 받고 나간다. 젊은 창작자 분들, 우리 꼭 끝까지 살아남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전시에서 소개된 〈티티나를 찾으러 왔어요〉 ©박테오
전시에서 소개된 티티나를 찾으러 왔어요 ©박테오

 

전시에서 소개된 〈티티나를 찾으러 왔어요〉 ©박테오
전시에서 소개된 티티나를 찾으러 왔어요 ©박테오

 

박테오 씨의 작품 티티나를 찾으러 왔어요는 남성 동성애자들이 섹스파트너를 찾기 위해 이용하는 데이팅사이트에서 크롤링한 데이터(키, 몸무게, 나이)를 시각화한다. 데이터가 업데이트 되면세븐 세그먼트(다양한 숫자모양을 표현하도록 LED를 배열하고 원하는 LED만을 점등하여 특정숫자를 표현하게끔 만든 장치)에 빛이 들어오며 숫자가 표시된다. 이후 이와 연결된 장치에서 내뱉어지는 젤리빈을 거쳐 트위터로 향한다. 데이팅사이트 게시글에 포함된 정보는 상대를 탐색하기 위한 하나의 ‘기호’로 작용한다. 이 기호는 누군가를 지시하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그 자체로 욕망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박 씨는 작년 가을 열렸던 조형예술과 예술전문사 졸업심사에서 완성도를 갖춘 작업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전시에서 소개된 〈풍경#7〉 ©한성우
전시에서 소개된 풍경#7 ©한성우

 

한성우 씨의 회화는 비논리적이고 우연적인 것을 그림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제작과정에서의 행위와 그것의 흔적을 통해 드러낸다. 처음에는 목공실 풍경에서 보이는 사람이나 시간이 부재한흔적을 그림에서 구체화 했다. 이후의 작업은 기억이나 체험이 그림이 될 때, 한 번에 명확히 포착되지 않는 느낌을 그림 안에서 찾는 과정에 집중한다. 그는 추상적인 선이나 면을 칠하는 것으로 그림을 시작하며 재료가 만들어내는 우연적 요소들을 화면에 개입시킨다. 그런 흔적들이 서로가 서로의 원인이 되며 그림을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끌고 가기 때문이다. 대상들의 형태는 갈수록 모호해지고 다른 방향을 서로에게 지시한다. 이와 동시에 전체의 구체적인 형상을 찾아내는 과정을 반복한다.

 

전시에서 소개된 〈발굴〉 ©남지연
전시에서 소개된 발굴 ©남지연

 

남지연 씨는 가벼움을 유발하는 것들에 대한 끌림과 동시에 그에 대한 냉소적 태도를 바탕으로 드로잉과 회화작업을 한다. 그에게 ‘가벼움’이란 부정적인 의미로서, 진지함의 과잉, 부조리, 얄팍하고 조악한 것과 상응한다. 그럼에도 이 가벼움에 끌림을 느끼는 모순되는 감정이 회화에 종합되어 있다. 자칫 너무 무겁게만 흐를 수 있는 화면 분위기를 전환시키기 위해 화면에 약간의 유머코드를 심어 놓아 실소를 유도하고 있다.

 

전시를 관람한 뒤 미술원의 한 학생은 “최희정 씨의 대형 뜨개질 작업이 신선했다. 일상의 오브제가 물성과 크기가 바뀌면서 작품으로 전시되니 참신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남지연씨 회화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는 민중 미술이 떠오른다. ”고 전시 관람 소감을 밝혔다.
20여명의 졸업생들이 품은 예술적 열병의 열기가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앞으로의 해빙기를 기대한다.

 

 

한혜란 기자
arthr8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