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모두 잠들 때에도 홀로 눈을 떴구나*

신입생 인터뷰
우리학교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들 외에도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이 새로 입학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이미 대학을 졸업했거나, 이전에 다니던 대학을 그만 두었거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대학에 가지 않았던 등 다양한 사유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우리신문은 소위 ‘나이 많은 신입생’이라고 하는 이들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나보았다. 한국 사회가 주는 압박 속에서도 늦은 나이에 새로 대학을 입학하겠다는 결정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그들이 전해주는 말은 어쩌면 우리 사회가 그어놓은 통념에 거스르는 첫 외침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막 입학하여 축제를 즐기는 그들의 말은 어쩌면 몇 년 전 우리가 했던 말들, 쉽게 잊어버렸던 다짐들이기도 하다.

 

 


Q. 학교 들어오기 전에 했던 고민들과 다시 신입학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박 : 스물 여덟이라는 나이에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다는 건 어느 정도 위험부담이 있다. 하물며 영화 전공이다보니 전문직을 위해 공부하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하지만 하지 않을 때의 후회가 더 클 듯했다. 물론 누구나 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지는 않기 때문에 현실적일 필요도 있겠지만, ‘현실적’이라는 게 한국사회에서 요구하는 현실성이지 절대적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내가 이것을 포기한다면 그건 사회의 압력에 의해 포기하는 것이니 부당하다고 느꼈다.

 

정 : 사실 중학생 때까지는 미술을 정말로 하고 싶었는데, 집안에는 예체능 계열로 간 사람도 없을 뿐더러 반대도 무척 심했다. 예술을 배우도록 허락조차 해주지 않아서 국문학을 전공으로 선택했었다. 좋아서 선택했던 전공도 아니었고 계속 미술을 하고 싶었지만, 이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이미 두 대학교를 거친 상태였다. 다시 신입학을 하는 게 맞는지 고민했었다. 적당하게 편입을 하거나 다니던 학교를 마저 다니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었지만, 한 번 작가로서 예술을 해보고 싶었다. 그러던 와중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서 분위기가 어느 정도 풀리게 되었고, 기회다 싶어서 전 학교의 학점을 F로 깔아버린 후 미술을 하겠다고 선언해버렸다.

 

이 : 한예종에 들어오기 전에는 미국 인디아나 주립대에서 디플로마 과정으로 2년 졸업을 했는데, 군 문제를 포함하여 이런저런 문제로 한국에 돌아오게 되었다. 미국에 있을 때 학사를 하라고 많이들 그랬고, 솔직히 공부를 많이 해서 학사를 할 수도 있었지만 실기에 대한 욕심이 많았기 때문에 디플로마를 했다. 지금 한예종에 들어온 것도 학위보다는 계속해서 좋은 선생님들께 노래 레슨을 받고 싶은 부분이 크다. 레슨을 받은 지 오래 되었기 때문에 발성에 대한 고민은 입학 전부터 지금까지 여전하다.

 

Q. ‘보여줄게 K-Arts’를 보고나서, 전적대 혹은 일반대와 비교할 때 우리학교는 어떤 다른 점이 있는 것 같나?

 

박 : 우선은 그걸 보면서 ‘아 정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결국에는 자신을 표현하고 서로 다른 자아들과 부딪히면서 더 풍성해지는 욕망이 있다고 생각을 한다. 다른 어떤 대학에서도 볼 수 없었던 공연을 보고 또 끼 많은 학우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극이 되고 충만했다. 전학교와는 차이가 크다. 엄청난 에너지와 재능과 끼들이 집합되어 있다. ‘어쩌다 한 명’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점에서 좋은 영향을 받는다. 굉장히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방식도 학우들의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같다.

 

정 : 다른 학교 새터를 가보기도 했지만 이곳은 예술 자체를 하고 싶어서 즐기는 곳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다른 두 학교의 새터는 사람들이 본인이 원해서 들어온 전공이라는 생각이 별로 없고, 보통 성적에 맞춰서 들어가기 때문에 자기가 하는 것에 대해 ‘즐겁고 좋다’는 것이 별로 없었다. 무언가를 즐긴다는 게 그 사이에서 바보가 되어버리는 느낌이었다. 여기는 사람들이 본인 전공에 자부심을 갖고 그런 애정을 표현하는 것에 두려움이나 거리낌이 없으니 멋지고 달라보였던 듯하다.

 

이 : 솔직히 이전에 다녔던 학교는 치열하긴 했지만 학교생활에 대해 속시원하게 알려주는 편은 아니었다. 뒤에서 힘들게 하는 것들이 많았는데, 사실 ’보여줄게 K-Arts’처럼 얘기를 듣고 미리 알고 있었다면 상처도 덜 받고 준비도 더 했을 것이다. “과제가 되게 힘들다”, “[수업을] 세 번 들으니 드디어 C가 나왔다” 차라리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아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런 것처럼 한예종은 학생들 사이사이의 거리감이 크지 않은 것 같다. 이전에 다녔던 학교에서는 공유도 잘 안 하고 (외국인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도움은 커녕 알고 지내는 것조차 꺼리기도 했다. 그랬던 것과 비교해볼 때 지금 입학식에서 만난 분들만 해도 다들 너무 좋은 사람들이다. 있는 그대로 같이 화합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솔직히 한국에서는 ‘성악’이라고 하면 서울대만을 떠올리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은 한예종을 무조건 고를 듯하다.

 

Q. ‘체험 K-Arts’에서 어떤 원에 참여했는지. 그리고 다른 원과 교류하게 된다면?

 

박 : 총극을 구성하는 활동을 했다. 입학해서는 미술원에서 수업을 많이 듣고, 연출이나 다른 부분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정 : 연극원에 참여했다. 개인적으로 나중에 교류를 한다면 영상원과 진짜 해보고 싶다. 이미지를 다룬다는 점에서는 비슷할 수 있으니 영상 수업을 듣게 되면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응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영상으로 설치작업도 해보고 싶다. 회화나 조각 이외에 다른 것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큰데, 언젠가 영화를 꼭 찍어보고 싶다는 동경 같은 것이 있다.

 

이 : 출발하기 전 처음 학교 강당에 모였을 때 ‘체험 K-Arts’에 대한 소개로 전통원에서 공연을 했는데 그때 창을 보고 완전히 매료가 됐고 곧바로 전통원을 골랐다. 공연을 보면서 ‘아예 성악을 그만두고 전통음악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좋았다. 다른 원과 교류한다면 전통원 수업도 듣고, 전통원 분들과도 꼭 친하게 지내고 싶다.

 

Q. 이번 학기에 특별히 기대하고 있는 것이 있는가?

 

박 : 확신을 가지게 되었으면 좋겠다.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이전보다는 점점 더 늘어가고, 학기가 지날수록 더 확신하게 되기를 개인적으로 기대한다.

 

정 : 수업 자체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파운데이션 수업은 워낙 악명이 자자하다보니 궁금한 것도 있다. 빨리 해보고 싶다!

 

이 : 바리톤 발성을 다시 정통으로 배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바리톤 선생님이 와계셨다. 발성을 확 이끌어 주실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물론 모든 것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지만.

 

서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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