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허무는 시도

방송영상과X영상이론과 졸업영화제 교류

심광현 교수 “이제는 교수들 간의 논의를 재개하여 체계적인 교류로 발전시켜야-”

전규찬 교수 “이 공동작업은 이제 체계적으로 제도화 될 필요”

 

졸업영화제를 통한 방송영상과[이하 ‘방영과’]와 영상이론과[이하 ‘이론과’]의 교류가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이했다. 작년부터 시작된 이 교류는 방영과의 졸업작품을 이론과 학생들이 도맡아 비평문을 작성하고 상영 이후 감독과 함께 GV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지난 2월 12일부터 14일까지 방영과는 제12회 졸업영화제를 진행하며 다시 한 번 이론과와의 협동을 이어갔다. 한성수 영상원장은 “이제 단순히 작품을 틀고 끄는 것을 넘어, 이를 공론화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져 졸업상영회가 한층 더 발전되었다”며 “이론과와의 교류는 상영회 자체를 훨씬 더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드는 최고의 시도가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제12회 방송영상과 졸업영화제 GV
제12회 방송영상과 졸업영화제 GV

 

교류의 시작

교류의 시발점은 전규찬 교수가 방영과의 학과장으로 부임하면서부터였다. 전 교수는 “학과장이 되면서 학기 말에 ‘기말상영회’를 통해 작업을 공개하고, 상호평가하는 그런 기회를 갖자고 강조했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본인의 작업에만 매몰되어 있었고, 동료들과 그것을 공유하려는 문화가 없었으며, 있더라도 수업 내에서만 소화되었다”는 것이다. 이어서 “우리 내부에서도 토론이 필요하겠지만 그런 비평의 언어를 가장 잘 제시할 수 있는 외부로부터의 공급도 필요했다”며 “그 역할을 가장 잘 해줄 수 있는 이가 이론과 학생들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교류에 대한 갈증은 이론과 내부에도 존재했었다. 상영기획팀의 일원이었던 임종우(영상원 영상이론과) 씨는 “내부적인 필요성은 있었지만 공론화되지는 못했었다”고 전했다. “그러던 중 2014년 기획전공을 개편하기 위한 회의를 진행하던 시기에 영상원 타과와 어떻게 교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며 “바로 그 시기에 전 학회장 문종현(영상원 방송영상과) 씨와 연락이 닿으며 2015년 제11회 방송영상과 졸업상영회 때 처음으로 진행을 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방영과와 이론과는 학내 활동이나 개인적 친교로 그 관계가 유지되었지만 작업을 통한 실질적인 교류는 없는 상태였다. 이러한 교류는 방영과 내부의 작품에 대한 폐쇄적인 소유의식을 타파하는 동시에, 이론과 역시 이론 자체에만 매몰되는 현상을 깨낼 수 있는 실질적인 체험의 장으로 역할했다.

 

이제 ‘상영회’에서 ‘영화제’로

두 번째 시도로서 이번의 교류는 지난 시도에 비해 한 단계 더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임 씨는 “작년 이론과 상영기획팀의 참여는 비공식에 가까웠었다”며 “프로그램 노트도 행사 리플렛과 별개로 나왔고 GV에도 진행자가 아닌 패널로 참여했었다”고 전했다. 반면 “올해는 이론과 상영기획팀이 본 행사 준비위원회의 기획팀에 소속되어 영화제 프로그램 노트를 전담 집필하였고 대담 및 GV도 주도적으로 진행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기존 방영과 졸업상영회가 올해부터 졸업영화제로 전환되면서 본 행사가 영화제로서의 구색을 갖추는 데에 조언을 했다”며 발전된 사항을 설명했다.

 

특히나 프로그램 노트는 다양한 면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임 씨는 “작년 프로그램 노트와 같은 작품 소개나 추천사에 그치지 않고, 작품에 대한 보다 심도있는 비평을 작성하였다”며 “비평과 별개로 상영기획팀원 모두가 모여 상영작의 경향과 비판적 지점들을 진단하는 대담을 진행해 프로그램 북에 대담기록을 넣고, 이를 바탕으로 GV와 폐막식 포럼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전 교수는 “첫 실험 때는 상호 간에 소극적인 모습이 있었다”며 “방영과 사람들도 갑작스럽게 타과 학생들에게 본인의 작품이 노출되는 불편이나 의문이 있었는데, 그 장벽은 대단히 크게 허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이론과의 표현이나 담론적 간섭의 강도도 강해졌다”며 “이론과 내부에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비평을 소화해내려는 태도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서 “사실 이러한 교류는 자칫 서로 간 불편한 존재로 인식되어 버리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두 과의 학생들이 서로 신뢰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충돌을 빚거나 불화로 귀결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의 말처럼 이는 “창작자와 비평가가 공개된 자리에서 순환의 고리를 경험하도록 하는, 협동 모델의 구체적 사례”인 셈이다.

 

개선의 필요성

수많은 개선점에도 불구하고 두 과 간의 교류는 아직까지 완전한 구색을 갖추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선적으로 이론과의 상영기획팀은 여전히 졸업영화제를 운영하는 기획자의 위치라기보다 단순한 객원 위치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이론과 심광현 교수는 “이제는 교수들 간의 논의를 재개하여 학과 사이의 교류를 체계적인 형태로 발전시킬 차례”라고 전했다. 이어서 “교류는 두 가지 수준에서 확대할 수 있는데, 첫째로는 우리 과에 있는 <독립 프로젝트> 과목을 통해 학생들 간의 교류를 학점 인정하는 방식으로 활성화하는 것이고, 둘째로는 기획전공 차원에서 수업을 개설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며 “후자의 방식은 이번 상반기에 논의될 교과과정 개편 작업에 반영될 수 있다”고 전했다.

 

형식상의 개편에 관해서는 전규찬 교수와 한성수 영상원장도 마찬가지로 생각을 공유했다. 전 교수는 “안정적으로 유지가 되기 위해서 공동작업은 제도화될 필요는 있다”며 “제도는 체계적인 교과과정으로 안착이 되어 이제는 단순한 객원을 넘어 평등한 동료적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원장은 “현재 3학점 과목의 경우, 주당 3시간을 배치하여 15주차(45시간)로 진행된다”며 “이론과 상영기획팀에서 실질적으로 45시간 이상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학점으로 인정할 논리적인 근거는 있다”고 말했다. “단순한 자본 혹은 봉사의 개념을 넘어서 수업이라는 배움의 과정에 포함되는 것이 상호 간에도 더 좋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보다 더 적극적인 참여의 방법론 역시 요구되었다. 임 씨는 “제대로 된 협업이 되려면 창작과 비평을 공유하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현재는 영화가 다 만들어진 후에 완성된 결과물만을 기획팀 사람들이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어서 “실제로 연출자로부터도 작업 중에 비평을 받았다면 좀 더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말도 들은 만큼 공유의 시간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더 나아가 “연극에서는 드라마터그(dramaturg)라는 역할이 있는데, 그것에 좀 더 가까워질 필요가 있다”는 지점도 추가적으로 제시했다. “산업 현장에서는 그 역할을 프로듀서가 맡고 있다”며 “학교 내에는 비평을 공부하는 과와 창작을 하는 과가 동시에 있는데, 현장의 산업적인 제도 없이도 학교에서 충분히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하며 역할의 확장에 대한 당위성 역시 제기했다.

 

교류의 최종적 확장, ‘영상원 영화제’

방영과와 이론과의 교수들은 다시금 한 입을 모았다. 전 교수는 “창작과 비평의 유기적인 협력은 우리 학교가 지향점으로 내세우는 바”라며 “현재로서는 선언된 바와 실체적인 것 사이의 간극이 존재하는데 바로 지금 이 모델을 통해 그 간극을 좁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영과와 이론과 사이에서 시작한 것이지만 영상원 내에서도 제도화 할 필요가 있으며, 그것이 실현된다면 타원에까지도 정말 제안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심 교수도 마찬가지로 “교류는 영상원 전체 차원에서 환영할 일”이라며 “현재 졸업생들의 작품을 배급하는 시스템도 애초에 영상이론과에서 추진하여 제도화한 것인 만큼 영상이론과 교수들은 영상원 전체 교류에 적극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이 교류가 하나의 선례가 되어서 그 방식의 타당성과 가능성에 대한 인식 공유가 형성되면 영상원 전체 교류로 확대하는 일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이것이 단순한 희망사항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이미 교류의 확장에 대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제244호에서 방영과와 이론과의 첫 교류에 관한 기사가 나간 후 애니메이션과(이하 ‘애니과’)는 협업에 관심을 보이며 이론과와 연락을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 씨에 따르면 “보도가 나간 후 한 차례 애니메이션과 측에서 교류에 관한 문의가 왔었지만 추진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애니메이션과 내부에서] 이론과가 과연 실사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 비평을 하고, 그 연출자와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며 “이는 이론과가 스스로 우려하던 바와 같았다”는 것이다. 임 씨는 “기회가 된다면 애니메이션의 장르적 특성과 그것이 상영될 수 있는 이상적인 플랫폼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싶지만 아직 특별한 계획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론과의 영화 중심적인 경향은 방영과에서도 마찬가지로 지적되었다. 전 교수는 “현재 영화에만 집중되어 있는 이론과의 역량은 개선이 필요하다”며 “접속이 잘 되지 않을 수 있는 다큐멘터리나 애니메이션도 끌어안을 수 있도록, 현재의 시네마 센트릭한 특성은 좀 더 보편화되고 공통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상원 영화제를 추진하기 위해서 이론과는 영상원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구심점의 역할이 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사실상 현재의 커리큘럼은 시네마에 한정되어 있는 실정이다.

 

제12회 방송영상과 졸업영화제 GV
제12회 방송영상과 졸업영화제 GV

 

그럼에도 방영과와 이론과 간에 이루어지는 교류는 다양한 소통의 논의를 끌어낸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한 원장은 “영상원이 20년 동안 이뤄내지 못했던 협력의 관계가 작년과 올해를 통해 처음으로 시도된 것”이라며 “기대했던 것보다도 훨씬 좋은 결과물을 보았다”고 전했다. 이어서 “모든 것의 주인은 학생”이라며 “소위 말하는 학풍, 전통, 분위기 등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우리 학생들이 이끌어 간다면 그에 대해 돕는 것이 바로 선생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임 씨는 “이번 기회를 통해 창작과 비평은 서로 멀리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회적 맥락에서 어쩌면 같다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단순히 어느 한쪽이 예속되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언어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각자의 언어로 상대방을 견제하고, 결국 그러다보면 좀 더 좋은 예술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고 “이런 생각은 같이 협업해보지 않으면 경험할 수 없다”며 덧붙였다.

 

서안 기자

obrigado10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