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반에서 드로잉으로… 2막 오른 투쟁

자립, 《테이크아웃드로잉 컴필레이션》 음반 발매… 기념 공연 진행 
황경하 씨 “사건이 가지는 에너지가 음악가들에게 자극이 된다” 

 

테이크아웃드로잉 컴필레이션 앨범 자켓 ©자립음악생산조합
테이크아웃드로잉 컴필레이션 앨범 자켓 ©자립음악생산조합

 

‘두리반 철거 반대 농성’(이하 ‘두리반’)을 계기로 자립음악생산조합(이하 ‘자립’)이 결성된 지 5년이 지났다. 500여 일 간의 투쟁 끝에 두리반은 계속해서 가게를 꾸려나갈 수 있었지만, 임대료가 오른 곳은 두리반만이 아니었다. 여러 클럽들이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았고, 뮤지션들이 공연할 곳은 남아있지 않았다. 이후 자립은 홍대앞을 떠나 새로운 인디 씬을 조성하려 했지만 어디에도 성공적으로 정착하지는 못했다.

 

한편 2015년 초, 서울 한남동의 카페 ‘테이크아웃드로잉’은 건물주 박재상(가수 싸이) 씨로부터 퇴거를 요구받았다. 테이크아웃드로잉은 카페 수익으로 예술가들에게 작업 공간을 제공하는 레지던시 카페다. 박 씨와의 법적 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테이크아웃드로잉은 총 네 차례의 강제집행을 겪었다. (관련 기사 우리 신문 제248호 ‘문화와 자본 사이의 “전초전”’) 지역에 투기자본이 유입되면서 정작 상권을 형성해온 이들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서울 곳곳에 일어나고 있고, 한남동과 테이크아웃드로잉도 그 중 한 사례다. 지난 2월 22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6년 표준지 공시지가’에 따르면 올해 한남동 인근 상권 형성 지역의 지가 상승률은 7.55%로, 서울 지역 평균(4.09%)보다 약 두 배 높다.

 

테이크아웃드로잉 컴필레이션 발매 기념 공연에서 공연 중인 텡거 ©안신호
테이크아웃드로잉 컴필레이션 발매 기념 공연에서 공연 중인 텡거 ©안신호

 

지난 2월 말, 자립은 테이크아웃드로잉 컴필레이션이라는 음반을 제작했다. 이 음반은 테이크아웃드로잉을 스튜디오 삼아 녹음됐다. △신제현 △키라라 △야마가타트윅스터 △이권형 등 총 12팀이 이 음반에 참여했다. 이어 3월 5일, 12일에는 테이크아웃드로잉 2층에서 해당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이 열렸다. 12일 공연에는 게스트로 나선 시와를 비롯해 앨범에 참여한 △키라라 △TENGGER △유기농맥주 △야마가타트윅스터 △김오키 스피릿선발대가 참여했다. 오후 여섯 시에 시작해 열띤 분위기에서 진행된 이날 공연은 아홉 시 반쯤 야마가타트윅스터가 돈만 아는 저질을 40여 명의 관객들과 열창하며 한남동 거리를 행진하는 것으로 끝났다.

 

테이크아웃드로잉 컴필레이션 발매 기념 공연에서 공연 중인 유기농맥주 ©안신호
테이크아웃드로잉 컴필레이션 발매 기념 공연에서 공연 중인 유기농맥주 ©안신호

 

테이크아웃드로잉 컴필레이션 발매 기념 공연에서 공연 중인 야마가타 트윅스터 ©안신호
테이크아웃드로잉 컴필레이션 발매 기념 공연에서 공연 중인 야마가타 트윅스터 ©안신호

 

앨범에 톰슨가젤이란 곡으로 참여해 이날 무대에 오른 밴드 유기농맥주는 “음악이 사회로 퍼질 때 생기는 이야기들이 음악과는 별개로 언론을 통할 때에야 비로소 내러티브가 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내러티브와 미디어를 우리가 모두 생산했다는 점이 이전과는 큰 차이라고 본다”고 음반의 의의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들은 “우리 같은 신생 밴드가 기회를 얻게 된 점도 의미있다”며 “이전에는 음악가가 음악으로 연대를 하는 데에 회의적이었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하고 덧붙였다. 유기농밴드는 그간 우리 학교 학생회관 대공분실에서 연습을 해온 신생 밴드다. 여기에 야마가타트윅스터는 “예술가들이 힘을 모아 위기에 처한 공간이 계속해서 살아가게끔 하는 기록에 함께해 뿌듯하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발전된 투쟁의 모습이 아닌가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연이 끝난 뒤 자립음악생산조합의 운영위원이자 공연·음반기획자 및 뮤지션인 황경하 씨와 대화를 나눴다. 황 씨는 테이크아웃드로잉 컴필레이션의 대부분의 트랙들을 레코딩, 믹싱했고 전다인 씨와 함께 6번 트랙 알 수 없는 게 있어요를 만들었다. 다음은 황 씨와의 인터뷰:

 

자립음악생산조합 기획자 황경하 씨 ©이상연
자립음악생산조합 기획자 황경하 씨 ©이상연

 

지금의 자립은 활동의 양상과 방향성이 설립 초기와는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어디까지나 예전에 했어야 했던 일인데 당시에는 경험도 없었고 잘 몰랐던 것들을 이제 와서 좀 깨달은 것 같다. 항상 방향은 같았다. 과거에 미처 몰랐던 걸 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작년의 자립심 페스티벌이나 대망명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나.
처음에는 다들 어렸고 경험이 없어서 사건들이 왜 일어나는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잘 몰랐다. 두리반이라는 사건이 터지면서 홍대에서 밀려나고 있던 많은 음악가들이 자립음악생산조합으로 만난 건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필요한 일들이었다. 이제 우리 나름대로 노하우와 분석도 생기고 정리가 되어가는 중이라, 자립심 페스티벌도 (관련 기사 우리 신문 제252호 ‘일어서기, 끌어주기, 밀어주기, 믿어주기’) 대망명도 다 같은 방향 안에 있다. 오히려 지금이 자립의 2막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때의 경험들을 다음 세대 음악가들을 포함한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어서 좋다.

 

 

이번 음반의 프로듀싱 중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
일단은 이 공간 특유의 소리를 담고 싶었다. 건물이 가지는 잔향이 상당히 좋아서 방문하는 뮤지션들마다 사운드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음향에 대해서만 생각했는데, 녹음하고 난 뒤에야 만약 여기가 없어지거나 기록으로만 남게 되었을 때 이게 상당히 중요한 기록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사실 지금 다음 음반을 준비 중인데,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음악가 그룹 중 스무 팀의 뮤지션과 사라질 위기거나 싸우고 있는 공간에서 레코딩한 곡들을 모을 계획이다. 레코딩은 옥바라지골목, 요기가갤러리를 비롯해 약 여덟 개 공간에서 진행된다.

 

 

자립의 음악가들이 임차인들 혹은 상인들과 ‘밀려나는 것’에 대한 일종의 멘털리티가 닮아 있거나 일치하기 때문에 이러한 ‘투쟁’을 계속해나가는 건 아닌가 한다.
우리가 돕는다는 건 별로 책임지지 못할 이야기 아닐까. 요새는 악어와 악어새 같은 공생 관계라고 생각을 한다. 음악가들은 공간이 없고, 이곳은 공간을 지켜줄 사람이 필요하고. 테이크아웃드로잉에 처음 왔을 때도 “저희는 도우러 온 게 아니고 스쿼팅(점거)하러 온 거다, 같이 머물면서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할테니, 그 대신 우리가 여기를 지키겠다, 악어와 악어새 같은 관계가 될 거다”라고 설명했다. 두리반도 음악의 힘으로 지켰다기보다는 단지 그곳에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중에 음악가들이 있었고, 그들이 사건에 영향을 받아 어떤 흐름이 만들어졌다, 정도가 아닐까 싶다.

 

밀려나는 데 대한 위기감과 문제의식을 가지고 오는 분들도 있지만, 막 시작하는 음악가들의 경우 시작할 곳이 없다. 유기농맥주도 오 년 전에 활동했더라면 정말 달랐을 거다. 재밌게 음악하고 있을 친구들인데. DIY를 강제하는 시스템 아닌가? 새로운 음악가들이 음악을 시작하기 굉장히 힘들어졌고, 지금도 보면 씬 안에서 음악의 종다양성이 상당히 옅다. [함께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두 그룹인 것 같다.

 

 

‘투쟁’의 방식으로 공연과 연대를 하는 게 일정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지루한 방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즈음 테이크아웃드로잉 컴필레이션이 나왔다. 아직 평가는 이르지만 어떻게 생각하나.
테이크아웃드로잉의 경우 이곳이 음악을 통해 해결될 거라고 믿어서가 아니라, 밤에 같이 여길 지킬 사람이 없다는 게 컸다. 돕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거다. 당장 강제집행하러 오면 끝장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가들이랑 들어가서 공연을 크게 벌인 건, 두리반 때의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그런 사건을 일으키면 여기에 인연을 맺고 함께할 사람들이 생겨날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을 촉발시키고 싶었다.

 

또 이런 공간을 통해 시작하는 음악가들이 음악을 해볼 수 있는 기점이 됐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다. 많은 음반을 만들었지만, 손꼽을 만큼 잘 되는 음반도 일년에 천장 팔기가 힘들다. 그런데 이번 컴필레이션 음반을 정식 판매 전에 테이크아웃드로잉에 쌓아두었는데, 이걸 연대하러 온 사람들이 다 사가서 오백 장 중에 백 장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이 공간의 사건과 맞물려서 음악가가 본인의 음악을 하는 데 결합하는 무언가가 있더라. 일반 공연장에서였더라면 오늘 공연의 분위기도 절대 안 나왔을 거다. 왜 어떻게 그렇게 되는지는 모르겠고, 그저 경험적으로만 알고 있을 뿐이긴 한데. 그런데 그게 이 공간이 버티는 데 도움이 되고, 그런 부분이 음악가들과 그 다음 세대의 음악가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아까 관객도 음악가가 많았다. 아예 여기서 작업하며 먹고 자는 친구들도 있는데, 원래 알던 분들이 아니라 대망명 끝난 뒤 조직하는 단계에서 알게 됐다. 이번 사건이 아니었으면 만나기 힘들지 않았을까. 또 그들이 다른 뮤지션들을 데리고 온다. 지금 저기 앉아계신 분들은 다 뮤지션들인데, 저랑은 안면이 없다. 이제 저는 손 떼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웃음)

 

 

올해 자립의 목표와 추후 활동 계획을 듣고 싶다.
요즘에야 정리된 생각이지만, 처음 두리반에서 51+를 한 다음 해에 무얼 해야 할지를 고민했었다. 당시 홍대에서 우리가 버티는 게 힘들어지니까, ‘서울 안에 홍대를 여러 개 만들어놓자, 새로운 로컬 씬을 구축하자’라고 했었다. 이를테면 저희는 한예종 대공분실에 갔고. 각자 여러 곳에서 몇년간 뭔가 했는데 대부분 망했다.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은, ‘로컬 씬을 만들어봐야 뭐하지?’ 한남동의 5년 전 모습을 저는 알고 있으니까, 여기도 이렇게 됐는데 그럼 어떡할까 생각을 하다 아예 밀려나는 공간들에 장비 다 갖다 놓고 버티면서 거기서 뭔가 해보자 싶었다. 지금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하는 것처럼.

 

어디 한군데 뿌리내리려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또다른 밀려나려는 공간에 가서 음악가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피드백을 주고받고, 이런 걸 해봐야 하지 않을까. 사건이 가지는 에너지와, 어떤 공간이 자기 음악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 음악가들에게 자극이 되더라. 정착에 대한 열망이 컸는데 포기했고. 지금의 방향은 그렇다.

 

 

테이크아웃드로잉 컴필레이션은 현재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다.

 

안신호·서이다 기자
mat3chon@gmail.com
sssssoy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