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흡연하는 여성으로 산다는 것

이것은 소심하게 남의 눈치를 보며 살았던 나의 과거에 대한 고백이다. 나는 언제나 늘 튀지 않아야 하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그것은 아마 ‘여자아이는 얌전해야 한다’ 라고 계속 교육 받았던 나의 유년 시절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다. 담배도 그런 것이었다. 스무 살 넘어서 피우면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것이 나의 여성성을 해하는 족쇄처럼 느껴져 왔다.

 

연합 동아리를 하던 도중에 담배를 피우던 도중에 오고 가며 얼굴만 아는 오빠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는 흡연자였고, 나도 흡연자였다. 그는 나에게 여자친구와 헤어진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으니 내 주변에 있는 여자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담배 피우는 여자는 어때요?’

‘글쎄, 좀 별로?’

‘근데 오빠도 담배 피우잖아요?’

‘…….’

 

이 짧은 대화 속에서 그가 무엇을 얼마만큼 느꼈는지 잘 모른다. 우리의 대화는 결국 거기서 끊겼고, 같은 주제에 대해서 그는 더 이상 내게 묻지 않았다.

 

다만 나는 그 이후로 더욱더 남자들이 쉬는 시간마다 우르르 몰려가 담배를 태울 때마다 그들을 따라가는 것을 조심했다. 그들은 나를 포함한 여자들에게 담배를 피우러 가겠냐고 묻지 않았고, 여자들도 같이 가지 않는 것이 어쩌면 당연했다. 모여서 술을 마실 때도 남자들이 술자리 밖에서 피우고 온 담배 연기를 맡으면서 괴로워할지언정 당당하게 담배를 들고 ‘피우겠다’라고 주장할 수 없었다. 나는 여자였고, 또 그 곳에서 소수였기 때문이다.

 

그런 외부의 공간에서 강박적으로 나를 눌렀다. 얌전한 옷을 입은 20대 여자가 담배를 피운다는 것을 대한민국 사회는 쉽게 용인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자조적으로 뜨는 맨션처럼 어느 중년의 남성이 담배를 피우는 20대 여성에게 욕을 했다는 일은 내게 일어나지 않았지만, 내가 담배를 필 때마다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들로부터 흘깃흘깃 쏟아지는 시선은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담배를 피우는 곳은 언제나 자취방 앞에 있는 아주 으슥한 골목이었다. 혹은 자취방의 화장실. 내가 편하게 담배를 꺼낼 수 있는 곳은 조금 어둡거나 나를 드러내지 않는 곳이었다. 주요 담배 구입처는 학교 매점이었고, 혹은 학교 앞 편의점이었다. 조금이라도 그 곳을 벗어난 곳에서 담배를 구입할 때, 몸 속에서 요동치는 불안함을 참기 어려웠다.

 

나는 단지 담배를 피우는 ‘성인 여성’이기 때문에 나를 모르는 누군가에게 ‘쉬워 보인다’라는 말을 들을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고, 같은 흡연자인 남자에게도 ‘별로’라는 말을 들어야했다. 갓 스무 살이 된 사촌 남동생의 담배는 묵인 되었지만 스물다섯 살 먹은 나의 ‘담배질’은 규탄을 받아야했다. 그래서 나는 흡연자가 된 이후, 부모님이 내 파우치에 손만 대도 경기를 일으켰다. 그저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 기호식품이라는 말은 언론이나 학교 강의에서만 있는 이야기였다. 흡연자인 내가 있을 곳은 아주 적었다. 그럼에도 나는 담배를 놓지 못했다. 의지가 박약할 수도, 그저 입만 살았을 수도 있다. 나의 나약함에 대해 변명할 생각은 없다. 내가 이런 문제를 호소할 때마다 몇몇의 사람들은 나의 약한 의지와 담배를 끊지 못하는 게으름을 은근히 탓하곤 했다. 그렇지만 신년마다 담배를 끊지 못해서 한탄하고 새해마다 금연이 목표인 사람이 비단 여성 뿐만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들과 내가 다른 점이라면 그들의 금연 목표는 자의적이라면 나의 금연은 타의적으로 결정된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면 나의 금연 계획 프레임은 내 선택이라기보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측면이 더 컸다. 그것이 흡연보다 더 큰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된 건 최근의 일이다.

 

사실 내가 바란 것은 남자들처럼 모여서 담배를 피워도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 남자친구에게 담배를 들켜도 모욕적인 말을 듣고 헤어지지 않는 것 정도였다. 그러나 길거리에서 ‘길빵’하는 남자들은 보여도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여자들은 적다. 남자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담배를 피우기 위해 들어가려면 얼마나 많은 주저함과 용기가 필요한 지 느끼지 못한 사람은 모를 것이다. 많은 사람이 흡연하는 여성에 대해서 ‘특이함’과 ‘특별함’을 부여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생각해주지 않았고, 그 이유 때문에 나는 고통 받았다.

 

오늘도 나는 담배를 피웠다. 학교 안에서 숨어서 피웠다. 길 위에 ‘길빵’을 하는 남자들의 시선과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자들의 시선을 피해. 나는 내가 늘 당당하다고 얘기하고 다니지만 사실은 그것이 아님을, 담배를 통해 배우고 있다.

 

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