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는 언어가 없다

여성활동연구소에서 주최한 <남자가 묻고 여자가 답하다>

 

지난 1일 우리 학교 석관동캠퍼스 예술정보관 5층 극장에서는 <남자가 묻고 여자가 답하다: 2015년 페미니즘 이슈와 논쟁>이라는 행사가 열렸다. 우리 학교 여성활동연구소(소장 남수영)에서 준비한 이 행사는 여성학자 정희진 작가가 강연한 뒤 김종갑 건국대 교수, 학생패널 등과 함께 토크콘서트를 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강연에 앞서 남수영 여성활동연구소장은 “‘남자가 묻고 여자가 답하다’라는 제목은 올해 화제가 됐던 ‘맨스플레인’이라는 단어를 의식하고 만든 제목”이라며 “묻고 대답하는 관계가 문제 되는 것은 권력 때문이고, 대부분의 관계가 그런 권력을 재생산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단지 자리만 바꿔서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희진 작가는 이날 강연에서 여성혐오에 대한 해석과 가시화의 문제에 대해 주로 논했다. “한국에서 혐오 문화가 조직되기 시작한 곳은 일간베스트(일베)인 것으로 보여요. 일베 사용자들은 전라도 사람들, 이주 노동자, ‘맘충’, 동성애자, 장애인 등 발언권이 없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혐오 발언을 쏟아내죠. 이 대상에 여성은 당연히 들어갑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로 여성은 숫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반이 여성이죠. 둘째로 기존의 모든 혐오 메타포가 젠더화되어 있기 때문이예요.” 그는 기존의 욕설들이 가령 이미 젠더화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가령, ‘여자만도 못한 놈’ 같은 식이다.

 

“부시의 미국을 원하는 사람들과 오바마의 미국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죠. 어떤 식의 강대국, 정상 국가를 원하는 우익 세력이 있고, 소위 말하는 민주화 세력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인권가 민주주의가 보장되는, 흑인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그런 나라를 꿈꾸는 사람들이죠.” 정 작가는 “결국 어떤 국가를 꿈꾸는가에 대한 방법론의 차이인 것이며, 이 논쟁에서 동성애 이슈나 여성 이슈는 다 사소한 것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이슈들이] 국가 건설 이후의 문제로 여겨지기 때문에 우리는 식민 상황이 지났음에도 그것이 지속되고 있는 포스트-식민 상황에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 작가는 “일베의 목적은 여성혐오가 아니었다”고 분석했다. “이 사람들은 어떤 식의 부국강병을 위해 국민과 대중의 균질성을 깨뜨리고, 새로운 타자를 만들어 내서 비국민화시키려고 합니다. 이들로부터 공격 받는 사회적 약자들 중에 여성도 끼어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그나마 가장 조직화될 수 있고 온라인에서 발언권이 있으며, 가장 숫자가 많은 집단이 여성이예요.” 다시 말해, 일베 등에서 나타나는 혐오 정서는 여성만을 타겟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회적 약자를 향해 폭넓게 적용되는 것인데, 이중 여성들만 거기에 문제제기 하고 대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것이 여성혐오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마치 모든 국가에 인종차별이 있는데,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 있어야만 인종차별이 있는 나라가 되는 것.” 즉, 이것은 가시화의 문제라는 것이다. 정 작가는 “사실 저는 여성혐오에 주력해서 페미니즘을 강조하는 입장보다는 페미니스트와 다른 사회적 약자들과의 관계, 이들과의 연대를 위해 페미니스트가 취해야 할 입장에 대해 생각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물론 어느 쪽이 더 문제인가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다른 사회적 약자들의 문제도 여성혐오 문제만큼이나 심각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뒤이어 진행된 토크콘서트에는 정희진 작가와 김종갑 건국대 몸문화연구소장, 우리 학교 학생 패널단이 참가했다. 원래 토크콘서트에서는 △변화하는 남성성과 여성성 △예술작품 속의 여성혐오적 표현 △주장하는 약자에 대한 거부감 △주입식 남녀차이 이론 △사랑은 종말을 고하고 있는가와 같은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었으나 일부 패널이 여성혐오 개념에 대해 문제제기하며 이어진 의견 충돌로 인해 위의 주제들이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고 끝을 맺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학생은 “지금까지는 위계를 세우는 교수들에 관해 아무리 말해도 고쳐지지 않았다. 이젠 이런 자리를 통해서라도 이야기가 강하게 나와야 한다”며, “포럼에 참석한 타대학 교수는 위계를 없애고 평등하게 이야기하자고 했지만 정작 학생들의 말을 끊으며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듯한 경향을 보였다”며 아쉬움을 밝혔다.

 

서이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