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 간의 투쟁으로 지켜낸 동국대 민주주의

종단의 선거 개입 논란, 총장 논문 표절 의혹, 이사장 문화재 절도 혐의에 학생들 반발

 

지난 3일 오전 9시경, 김건중 동국대 부총학생회장이 50일 간의 단식 투쟁 끝에 실신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는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인 보광 스님(총장)과 일면 스님(이사장)의 퇴진을 위해 10월 15일부터 무기한 단식에 나섰다. 물과 소금으로 연명했던 그는 말도 못할 뿐 아니라 장기가 훼손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었다. 김 부회장의 실신과 더불어 최창훈 동국대 대학원 총학회장의 투신 선언이 연이어져, 결국 이날 저녁 이사장 포함 이사회 전원이 사퇴를 발표했다.

 

이번 동국대 내홍은 지난해 12월, 총장 선출 과정에 종단 개입 의혹이 불거지면서 시작됐다. 총장 선거에서 유력 후보들이 줄줄이 사퇴했고, 당시 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던 보광 스님이 총장 후보에 올랐다. 이에 최 회장은 15M 높이의 조명 기구에 올라 고공 농성을 벌였다. 그러나 선거는 진행됐고 보광 스님이 총장 자리에 올랐다. 게다가 올해 7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면 스님의 문화재 절도 논란이 확산되면서 학생들은 전면적으로 움직여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9월 열렸던 학생 총회에서 학생 2000여 명이 총장・이사장 퇴진 요구에 찬성 표를 던졌고, 10월에 이르러 김 부회장이 무기한 단식 투쟁을 시작했다. 이에 교수 2명, 교직원 1명, 스님 3명도 동참했다. 또한 11월 30일, 최 회장은 “[12월] 3일까지 이사회에서 답이 나오지 않을 경우 투신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일이 되어 최 회장은 연락이 두절됐고, 김 부회장은 이른 오전에 쓰러져 학생의 신변에 위기가 커졌다. 결국 이사회는 경기도 고양시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브리핑을 열어 6시간의 긴 회의 끝에 전원 사퇴를 밝혔다.

 

이날 열렸던 브리핑에서 이사회 측은 “현 이사장(일면 스님)을 포함한 모든 임원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며 전원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어 농성 및 시위를 중단하라고 요청했고, “만약 그러하지 않을 경우 전원 사퇴는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이사 전원 사퇴로 인해 이사회 운영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사립학교법과 정관규정에 따라 새로운 임원을 선임해 이사회를 새로 구성하고 사퇴한다”고 갈무리했다. 이사회 측은 퇴진을 발표했지만, 총장인 보광 스님의 거취는 아직 밝혀지지 않아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사퇴 발표 이후 김 부회장은 단식을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푹 쉰 뒤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가겠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최 회장도 다행히 교수와 연락이 닿아 안부를 전했고 많은 이들이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네티즌들은 “한 학생의 생명이 더 중하다”며 학생들의 극단적인 선택에 우려를 표했고, 일부는 사태가 커져야 움직이는 학교 측의 처우를 꼬집었다. 더불어 이번 사태로 종단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동국대학교는 이전부터 학교와 학생의 불협화음으로 홍역을 치러왔다. 학과 구조조정, 캠퍼스 이전 등 학교의 독단적인 결정에 학생들은 힘없이 휘둘려 왔다. 동국대 총장 선출은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한다. 이사회의 구성은 2인의 감사를 제외해, 이사장 1명과 이사 11명이다. 이중 재직 승려가 7명이다. 총장 선출 방식 및 환경이 민주적으로 조성되어 있는지 의문이고, 이러한 점이 학생을 위한 학교가 될 수 없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대학의 민주화는 진정한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의 보루이다.” 지난 8월 17일 고 고현철 부산대학교 교수는 이와 같은 말을 남긴 채 투신 자살했다. 부산대의 총장 직선제를 지키기 위한, 대학의 자율성을 지키기 위한 투쟁의 결과였다. 대학 내 비리가 빈번한 가운데 이번 동국대 사태는 학생들 스스로 학내 민주주의 구현에 힘쓰고, 결과를 거머쥐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학생들의 헌신으로 얻어낸 이사회 사퇴 결정은 값진 승리가 아닐 수 없다. 다만 너무나 당연한 승리도 이 땅에선 ‘값진 승리’로 얻어내야 한다.

 

금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