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과 외부 활동 제한—배우 보호와 권리 침해 사이에서

지난 7월 22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연극원 연기과의 내부규율인 외부활동 제한에 대한 권고를 내렸다. 연기과는 ‘교과생활 안내서’를 근거로 1, 2학년 학생들의 외부활동을 제한하고, 이를 어길 시 주요 과목인 <연기실습>, <움직임>, <호흡과 발성> 세 과목이 모두 F학점 처리된다. 특별한 경우에 한해 연기과 교수회의를 통해 승인여부를 결정하기도 하지만, 이에 대해 진정인 이 모(41)씨는 “연기과 1, 2학년 학생들에게 외부의 영화사나 방송사 등이 제작하는 콘텐츠 출연을 내부규정으로 제한하고 허락없이 외부활동을 할 경우, 중요 과목을 F학점으로 처리하는 등 학생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했다”고 인권위에 소원했다. 인권위는 “헌법 제10조에 따라 인정되는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재학생들의 외부활동이 특별히 법률에 의해 제한되지 않는 한 이들의 외부활동은 보장되어야 할 것이며, 그 합리적 이유를 들어 제한을 하더라도 법률에 의하여 제한을 하거나 위임법령에 의하여 최소한 제한에 그쳐야 할 것이다”라고 권고했다. 현재 연기과는 권고문에 따라 공식적인 학칙 개정을 요청한 상태다.

 

<연극원 연기과 교내생활 안내서> 중 외부활동 제한 내용에 따르면 “외부활동의 경우 1, 2학년은 불가능하며 3학년 이상 가능하다(외부활동이란 공연, 영상 등의 교외 활동을 의미한다)”, “모든 외부활동은 지도교수와의 상담 하에 결정되어야 하며 2학년 겨울방학부터 가능하다”, “그 이전의 외부활동 시 <연기실습>, <움직임>, <호흡과 발성> 세 과목 모두 F학점 처리됨을 유의해야 한다”, “단, 특별한 경우에 한해 연기과 교수회의의 승인을 통해 3학년 이전에 외부활동을 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연기과 학생들의 외부활동을 금지하는 방침은 1994년 연극원이 개원될 때 교수회의를 통해 만들어졌다. 당시 방침에 따르면 연기과 학생은 4년 동안 외부활동이 금지되었는데, 이 방침은 2000년 교학간담회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교수회의를 거쳐 그 기한을 2년으로 단축했다.

 

인권위는 “위 방침은 <연극원 연기과 교내생활 안내서>에 기재되어 있으나 학칙 또는 학교규정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인권위의 판단에 따르면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고, 행복추구권은 그의 구체적인 내용으로서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을 포함하고 있다”며 “이와 같이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이 헌법상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적 권리이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해서만 제한할 수 있고, 그 제한의 방법에 있어서도 법률로써만 가능하며, 제한의 정도에 있어서도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고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연기과 학과장 김선애 교수는 “이 방침을 논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나라에서 배우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전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많은 사람들이 알듯 연예계에서는 인권유린이 일어나기도 한다”며 “배우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배우를 하고싶은 사람이 많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인한다”며 “작품 제작의 과정 속에서도 연출과 배우는 대부분 갑과 을의 관계다”라고 말했다. “선생들은 학생들이 최소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상태에서 학교를 내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제 막 학교에 들어온 학생들은 배우로서 지녀야 할 자질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학교에 들어오자마자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이 곧바로 외부로 나갔을 때 당할 피해”를 우려했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외부로 나갈 경우 본인에게 온 기회를 잘 살리지 못 한다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학교에서는 우선 배우로서의 그릇을 만들어놓는 데에 집중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김 교수는 “기획사에 들어가는 것을 막지는 않으며 연기활동을 무조건적으로 제한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배울 수 있다는 점도 공감하지만 최소한 연기자로서의 자질을 가질 필요가 있기 때문에 2년이라는 시간을 통해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리길 원하는 것”이며 “때때로 특별한 기회가 오는 학생들이 있는데 그것이 해당 학생의 배우로서의 길에 도움이 될 거라 판단되면 교수회의를 통해 활동을 허가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김고은 배우 같은 경우가 그랬다”며 “2학년이 끝나기 전 제작사의 제안이 왔기 때문에 회의를 통해 외부활동 제한 기간을 단축해주었고 단축된 기간이 될 때까지는 영화사에서도 양해를 해주었다”고 밝혔다. 반면 “이런 경우도 있지만 또 다른 학생들은 기획사와의 노예계약으로 인해 계약을 끝내야 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며 “이런 상황을 많이 보다보면 학생들에 대한 보호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분명히 든다”는 것이다.

 

연기과 학생들은 대부분 외부활동 제한에 관한 방침을 동의하는 실정이다. 연기과 내에서는 인권위의 권고를 받은 후 총회를 통하여 이 안건을 다함께 논의하기도 했다. 보다 정확한 의견을 알아보기 위해 무기명투표를 진행했는데 두 명의 반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은 해당 안건에 대해 동의했다. 이후의 총회에서도 무기명투표를 진행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또한 항의를 한 이 모(41)씨가 연기과 내의 사람이 아니라는 점은 해당 사항이 연기과 학생들의 인권을 생각하는 진정성 있는 지적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이서준 씨(연극원 연기과)는 “연기과 내에서 나의 인권을 제한당했다 혹은 침해당했다고 한다면 다시 한 번 재고해볼 필요가 있지만, 연기과 내에서는 충분히 합의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바깥의 누군가가 지적을 한다면 그 입장을 들어볼 수는 있더라도 우리가 공유하는 가치관을 바꿀 필요는 느끼지 못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 씨는 “학교에 들어와 외부활동을 한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며 “제한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학교의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에 입학을 한 것일 텐데 굳이 학교에 들어와 외부활동을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물론 반대로 교육현장에서 외부활동을 제한하는 것도 어폐가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인턴쉽>이라는 3, 4학년 수업은 외부활동을 학점으로 인정하기도 한다”며 “1, 2학년 동안은 좀 더 배우로서의 그릇을 키우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지나고보면 2년 동안 더 멀리 보고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연기를 잘게 쪼개어 하나하나의 요소가 되는 것들을 집중적으로 학습할 기회는 학교 밖에서는 할 수 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A 씨(연극원 연기과)는 “우리 학교의 연기과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이 규정을 대부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것으로 인해 입학을 반려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오히려 이와 같은 제한을 두는 점이 더 좋았다”며 “보통 외부활동이 허락되면 1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주는 수업을 제대로 따르지 못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2년 정도는 학교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좋은 것 같다”는 것이다. “학교에 막 입학했을 때 가장 좋았던 것도 학내 분위기였다”며 “소란스럽지 않아 모두가 함께 수업에 충실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점이 좋았다”고 전했다. 또한 “우리과는 1학년 때 교육적인 목표가 나 자신으로 출발하는 것이다”며 “2년 동안은 다른 길에 휘둘리지 않고 학업에 정진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정리했다.

 

하지만 인권위의 권고대로 연기과의 외부활동 제한 방침은 형식상의 오류를 갖는다. 헌법에 의하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법률에 의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법률을 통한 제한이라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헌법이 말하는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 즉 행복추구권을 침해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제한의 범위를 어디까지 둘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남는다. 김 교수는 “현재 학칙 개정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상태이며 개정 자체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일이지만 절차를 밟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 사안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만한 교육 방침이라고 본다”고 말하며 입장을 고수했다. “이 방침을 통해 사실상 학교나 교수에게 도움되는 것은 없다”며 “학교 입장에서는 스타가 여러 명 나온다면 홍보를 포함하여 이득이 되는 점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립으로 운영되는 연극학교로서의 소명의식이 있다면 우리는 스타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연기자를 길어내는 학교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이번 일이 좋은 계기가 되어 외부적인 공청회도 열어 타학교 교수나 기획자 등도 함께 모여 ‘연기교육이라는 것은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서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