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조조정 둘러싸고 끊이지 않는 논란

대학 학과 개편 가이드라인 제시하는 정부

 

각 대학들의 학과 통폐합이 비단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지난 상반기에 학생들과의 충분한 논의 없이 진행되었던 건국대학교와 중앙대학교의 학사구조 개편은 큰 논란을 일으키며 학교와 학생 간의 대립으로 번졌다. 또한 비교적 최근에도 인하대학교 등 몇몇 대학들에서는 학과 통폐합으로 인한 문제는 지속해서 불거져 나왔다. 인하대는 문과대학 철학과와 불문과를 교양학과로 돌려 폐지하고, 영어영문학과와 일본언어문화학과의 정원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마찰에도 불구하고 학과 구조조정은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된다. 기획재정부와 교육부, 고용노동부는 올 하반기부터 교육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경희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등은 정부의 새 방침에 대응하는 학사구조 개편안을 준비 중이다.

 

지난 9월 24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14차 재정전략협의회’에서 대학 구조조정이 “학령인구 감소, 인력수요 변화 등에 대응하고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언급하면서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사업(이하 프라임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교육개혁에 속도감을 내겠다”며 “대학 구조조정에 재정 지원을 중점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프라임사업이란 대학이 산업 수요에 맞게 학과 통폐합과 정원 조정을 했을 경우 발생하는 부족한 재원을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대학 구조조정 프로그램이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내년 예산에 2,012억 원을 배정했으며, 각 대학구조개혁평가의 결과를 바탕으로 선정된 대학 당 최소 50억 원부터 최대 300억 원까지 지원할 방침이다.

 

이번 교육개혁은 정부의 4대(노동·금융·공공·교육) 개혁 중 하나인 노동개혁이 본격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뒤이은 후속 행보로 보이며, 이 둘 사이에는 일종의 관련성도 보인다. 최 부총리는 지난 9월 18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주관으로 열린 출입기자단 세미나에서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노동 공급도 문제가 많다. 공과대학은 사람이 모자라서 난리고, 다른 분야는 남아서 난리”라며 대학 교육과 노동 시장이 보다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부각했다. 덧붙여, “자본과 노동이 경제를 움직이는 양대 축”이라며, “인력 없이 경제가 잘 돌아갈 수 없고 교육개혁도 그런 각도에서 봐야한다”고 교육개혁에 대한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와 같은 발언은 노동시장에 인력을 배출하는 교육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동시에 정부가 방점을 두고 있는 교육의 목적을 환기시킨다.

 

교육개혁의 첫 발걸음으로 고용노동부와 교육부는 지난 10월 21일에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 사업’ 기본계획(시안)을 발표했다. 대학의 학과 개편 및 통폐합, 학과 인원 조정 등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었고, 이에 각 대학들은 교육부에 제출할 자체 구조조정계획을 준비 중이다. 올해 안으로 이 사업에 대한 기본 계획이 확정될 예정이며, 교육부는 2016년 2~3월 중으로 선정 대학을 발표할 계획이다. 프라임사업의 주요 골자가 산업 수요가 활발한 학과로 정원을 최대한 많이 옮기는 데에 있고, 평가요소에서도 학사구조 개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볼 때, 대학들에서 학과 간의 대규모 정원 이동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처럼 대대적으로 학사구조를 개편해야 하는 만큼 교원과 학생의 의견동의가 프라임사업의 관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활한 교육개혁을 위해 교육부는 교무회의 의결 등 학내 의사결정 과정을 마무리한 대학들만 프라임사업에 신청할 수 있도록 정했으며, 각 대학은 축소 또는 폐지되는 학과 학생들에게는 전공 선택을 보장하거나 교육과정을 유지하고, 소속 변경 후에도 교원들의 신분을 보장하는 등 학생과 교원의 사후 보호대책도 마련해야한다. 또한 3년간 사업을 수행하는 동안 입학한 학생들이 졸업 후 얼마나 좋은 직장에 취업할 수 있을지, 실제로 산업 수요의 불균형을 해결하는 데 효과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 사업 종료 후 5년간 꾸준히 모니터링 및 심사 과정도 거치게 된다. 앞으로 정부의 교육개혁이 대학 교육과 노동시장에 긍정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아니면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우려대로 대학이 성과주의에 매몰되어, 획일화된 인력 양성소로 전락할지 추후에 지켜볼 일이다.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