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회색지대, 협동과정

우리 학교는 현재 음악원·연극원·영상원·무용원·미술원·전통예술원 6개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정확히는 하나가 더 있었다. 바로 ‘협동과정’이다. 협동 과정(ISD)은 ‘Inter-School Division’의 약자로 “둘 이상의 학과 또는 전공을 연계하여 운영하는 융합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2007년 3월 개설 당시 연극원 극작과에 속해 있던 서사창작전공이 협동과정 서사창작과로 바뀌게 되었고 다음 해인 2008년도에는 무용원 이론과와 연극원 연극학과에 각각 속해 있던 예술경영전공 역시 협동과정 예술경영과로 바뀌었다. 그러나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서 학교 측에 △이론학과 축소 등 이론 교육 시스템에 대한 개선 방안 강구 △서사창작과 폐지 △고등교육법령에 부합한 협동과정 해체 등 총 12개 조항을 내세워 요구하면서, 협동과정에 속해 있던 두 학과는 2010년 폐지되어 각각 연극원 극작과 및 연극원 연극학과와 무용원 무용이론과 세부 전공으로 되돌아갔다. 당시 문체부에서는 “협동과정 설치 취지는 2개 이상의 학과에서 연계하여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학과를 설치할 수 없”으며 “이는 예술 학교 설치령 제16조의 2의 규정에 어긋난다”고 협동과정 해체를 요청했다. (일명 ‘한예종 사태’)

 

우리 학교 홈페이지 교과과정에 따르면 협동과정은 △서사창작· 예술경영, 음악극창작협동과정 등과 같이 학제 간 융합교육이 수월하고 필요성이 상당한 학과와 전공을 설치 운영 △교양예술, 미학, 문화연구 등 학제간 협력이 필요하며 예술 교육의 근간이 될 교과목을 설치 운영 △장르간 활발한 교류를 통해 새로운 예술장르를 개척하고 극대화하는 실험적 프로그램 마련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서사창작은 문학 장르이고 예술경영은 예술 전체의 경영을 아우르는 장르이다. 당시 문체부는 황 전 총장과 심광현 교수(영상이론과)를 주축으로 진행되던 통섭 프로젝트 <U-AT Lap>을 “연구가 부실하다”는 명목으로 1년 만에 중단시키기도 했다. <U-AT Lap>는 ‘유비쿼터스 앤드 아트테크놀로지’의 약자로 “6개원 사이의 융합 교육을 위해 2008년부터 시작된 4년짜리 연구·개발 사업”이다. 당시 정부는 이 프로젝트 역시 문제 삼으며 예산을 전액 삭감, 중지시켰다. 2009년 3월 문체부는 황 전 총장에게 퇴진 압력을 주었고 결국 그 해 5월 19일 황 전 총장은 총장직을 사퇴했다. 문체부는 “임기가 끝나기 전 사퇴했음”을 빌미로 황 전 총장의 교수직마저 박탈했다. 이에 분노한 재학생들은 협동과정 해체 반대와 황지우 전 총장의 교수직 복귀 촉구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마련했으며 대자보를 내걸고 시위를 펼쳤다. 또한 서사창작과 재학생들은 성명서를 통해 “대학의 자율성은 정권의 취향보다 우선한다”며 “대학의 교육 과정을 실용주의에 물든 관료와 이해관계에 얽힌 외부인들이 휘두르도록 놔둘 수 없”고  “그들이 학교의 존폐까지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에 “교육 주체인 학생의 권리와 예술적 자유를 지키기 위해 학우들과 연대해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2012년이 돼서야 황 전 총장의 교수직 복귀가 이뤄졌고 ‘한예종 사태’ 이후 현재 협동과정에는 전문사 음악극창작과만 남아 있다.

 

특히 서사창작전공의 경우에는 소속 논의가 종종 이뤄져 왔다. 해당 전공 학생들은 1학년 때 <극장실습>이나 <연극사>를 제외한 연극원 공통 필수 과목(<연극하기>, <감상과 실제>)을 수강하도록 되어 있다. 서사창작전공인 한 학생은 “극작을 배우는 것이 글을 쓰는 데에 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문학이라는 장르가 극작과의 세부 전공으로 존재하며 연극원 공통 과목을 필수로 이수해야 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전했다. 예술경영을 전공하는 한 학생은 “전공 과정 중 <공연기획과정>이 있어 해당 분야에 관심이 많은 연극원·무용원과의 교류가 활발해져 좋”지만 “아무래도 예술경영이 다루는 범위에 있어 연극원·무용원이라는 사고의 틀을 넘는 것”이 “교육과정 상 다소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협동과정의 서사창작과와 예술경영과가 각각 폐지되고 소속 전공으로 바뀐 것에 대해 교무과 측에서는 “담당 직원이 바뀌어서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으나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협동과정은 대학원에만 둘 수 있”기에 “해당 학과들은 예술사 과정이기 때문에 문체부 감사 때 지적을 받은 것”이라고 전했다. 해당 전공들의 전문사 과정까지 함께 옮긴 것에 대해서도 “전문사 과정 역시 예술사와 동일한 단일학과이기 때문에 협동과정 운영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이달 11월 15일 정의진(연극원 극작과 서사창작전공) 씨는 문체부 홈페이지에 해당 내용에 관한 글을 게재했다. 정 씨는 “극작이 서사창작보다 더 작은 범주”가 아닌지 “문학을 예술로 인정하지 않는 것”인지 “학부 개설 및 학과 개편을 위해 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문체부 장관에게 질문했다. 이어 “문학원 개설”과 “서사창작전공을 극작과 소속 전공이 아닌 하나의 개별적인 과로 인정해달라”고 건의했다.

 

정 씨의 의견대로 서사창작은 엄밀히 따지면 극작의 상위 범주이다. 예술경영전공 역시 전 예술 장르를 통섭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무용과 연극에만 국한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올해 11월 5일 김봉렬 총장은 융합예술센터를 신설했다. 대외협력과 측의 설명에 따르면 이 기관은 “내용적으로는 예술-인문사회-과학기술의 융합을 촉진”하고 “방법적으로는 창작-교육-연구를 병행”하게 된다. 협동과정 창설과 <U-AT Lap> 이후 야심차게 시도한 융합예술프로그램이 원활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문체부와 학교 측에서 전 예술 장르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각 학과의 소속 적합성 여부를 검토하는 등의 노력 역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백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