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로 살아남기—조준용 씨네에그 운영자

조준용 씨는 씨네에그라는 공동체 상영 회사의 운영자이다. 그는 자신을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아니지만 영화를 영화로 넓혀가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영화가 영화이기 위해서는 관객이 필요하다. 그는 넓게는 성북구, 좁게는 ‘마을’에서 영화를 틀며 사람들이 영화를 마주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조준용 씨네에그 운영자 (사진: 문지우 기자)
조준용 씨네에그 운영자 (사진: 문지우 기자)

 

영화 배급, 공동체 상영, 영화 제작 등 많을 일을 하시는 것으로 아는데 이런 일이 이루어지는 씨네에그라는 모임 혹은 회사에 대해서 소개해주셨으면 좋겠다.

별 건 없는데(웃음) 저희 회사는 대안 영화 발굴과 공동체 상영을 통해서 다양성 영화를 배급하고, 성북구에 기반해서 다양한 문화 나눔을 실천하려고 하고 있다. 성북구 내에 있는 공간 다섯 곳을 돌아다니며 한달에 7,8번 정도 상영을 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대안 영화 발굴’은 기존에 있던 숨은 영화들을 찾아내어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일반 극장 대여는 힘들지만, 작은 장소에서라도 영화를 상영하면 그곳이 대안 극장이 된다. 상영회를 통해서 다양한 영화가 있다는 것을 알리며 관객들과 나누는 것은 문화 나눔이 된다. 지역에서 상영을 했을 때 오는 사람과 시내에서 상영을 할 때 오는 사람이 다르다. 우리는 굳이 영화를 영화관으로 보러가지 않아도 영화를 마주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현재 이런방식으로 배급하는 영화 세 편이 있다. 황대권의 <Life is peace>, 가와구치 요시카즈 <자연농> 등이다. 이런 영화들은 어떻게 보면 영화를 공부하는분들이 보면 이것은 영화가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적 작품성보다 관객들과 무엇을 소통할지, 관객들이 어떻게 소통할지를 생각해 상영한다. 요즘에 많이 상영하는 것은 환경영화제에 출품된 영화들이다. 이 영화들은 비영리로 제공한다. 우리 회사는 기존에는 무료 상영을 하다가 지금은 5000원을 받고 있다. 그 중 2000원은 창작자에게 가고, 2000원은 기부하는 형식으로, 그리고 1000원은 우리가 가져간다. 이렇게 하면 의지만 있으면 계속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처음 시네에그를 만든 것은 영화 활동을 하면서 먹고 살아보자는 그런 것도 있었지만, 좀 더 멀리 본다면 기존의 영화 제작 시스템이 아니라 독립 영화보다도 더 작은 영화 제작 시스템을 만들어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영화가 산업이나 하나의 예술보다도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 여기는 것으로 느껴졌다. 영화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 나가는 일을 하고 계신 것 같은데 어떻게 영화를 선택하게 되셨는지 궁금하다.

내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좋은 영화가 많고, 많이 만들고 있지만 이 영화들을 상영하는 곳이 많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다. 2,3년간 만든 영화도 상영할 곳이 없으면 그것으로 끝이 나버린다. 이런 영화들을 상영할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쉽게 말하면 처음에는 이 영화를 봐라 왜 이렇게 좋은 영화가 있는데 보지 않을까가 처음의 마인드였다면, 이제는 영화를 매게체로 해서 이 영화를 보고 더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거나 네트워크를 형성하자는 컨셉을 전달하고 있다. 이 방식은 영화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요즘 이러한 시도들이 많이 생겨났는데, 성북구에 기반해서 환경이나 인권에 관련된 영화들을 많이 상영했다. 실제로 모임이나 커뮤니티가 어느정도는 이루어진 것 같다.

 

 

예컨대 씨네코드 선재도 다음달 문을 닫는다. 이 상황에서 자립할 수 있는 비전은 어떤 것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선재라든가 시네마테크에 가서 좋은 영화를 보곤 했다. 과거 종로에는 오래된 극장들이 있었지만 이젠 다 없어지고 있다. 제도적으로 국가가 문화적 지원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현 정부가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과거 우리 선배들의 노력으로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이 있듯이 우리는 계속 요구를 해야한다.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저항이다. 큰 극장에서 트는 영화뿐만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영화를 관객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지원을 안한다고 해서 영화 제작자들이 영화를 안만드는 것이 아니듯이 계속 저항하고 요구해야한다. 대중들이 독립영화나 예술영화에 대한 가치를 알아야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졸업 이후 지금까지 사회인으로 버텨온 여정이 듣고 싶다.

영화 전공을 한 것은 아니다. 졸업을 하고 일반 회사를 다니다가 영화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독립영화협회에서 영화를 배우던 와중에 다시 다른 회사에 취직을 해서 일을 했다. 그러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취미가 되었든 어떻든 영화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찾아다니면서 영화를 배웠다.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이랑 영화도 만들고, 그 친구들보다 내가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따라다녔다. 그렇게 한 삼년을 잘 놀다가(웃음) 창업한 결과가 지금이 되었다. 이 일이 힘들거나 심각하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내가 원래 낙관적인 스타일이라서 그렇기도 하다. 사람들은 기존에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모험이라고 생각하는 데 그렇지 않다. 내가 하고 싶으면 빨리 해야한다. 경제적인 문제는 돈을 안쓰면 된다(웃음). 그리고 돈이 필요할 때는 일을 하고 잘 안쓴다. 물론 기존에 있는 자원들을 갈아먹는 형식이지만 하고 싶으면 하면 된다. 다른 것은 핑계가 될 수도 있다. 사실 회사 나오는 것이 되게 재밌었다.(웃음) 또 창업을 하고 나서 원래 회사를 다닐 때랑 창업해서 일할 때랑 차이를 못 느낄 때가 많다. 영화 일로 서류작업을 하고 있으면 원점으로 돌아온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한국에서 예술을 직업으로 택하는 것이 어떤 의미, 파장, 결과가 있다고 생각하나.

저도 정확하게 예술이 무엇인지 모른다. 예술에 대한 여러가지 정의들이 있지만 어쨌든 예술은 개인의 창작활동, 영감, 자존심이라고 생각을 한다. 대놓고 잘난체 할 수 있는 것이 예술이다. 그러나 전제에는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외로움이 있을 것이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고 해도, 고독한 예술가를 생각할 필요는 없다. 예술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범주는 굉장히 넓어질 수 있다. 미술이면 미술이고 영화면 영화고 다만 예술을 만들어가는 데에서 예술을 확장시키는 직업군 또한 있다.

 

 

청년예술가들에게 선배예술가로서의 조언 한마디 부탁드린다.

저는 작년에 떨어져 나갔어야 했는데 계속해 버렸다. 그렇게 2년 쯤 되니까 여기저기서 연락이 온다. 예전 창업동기들이 요즘 잘나가냐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2년 사이에 창업을 같이 했던 친구들이 다 떨어져 나간 것이다. 이 정도 되면 남은 기업 수가 몇 개 되지 않는 것이다. 시대가 달라졌다. 그래서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하고 말할 수가 없다. 나는 여러분의 시대를 모르지만, 전체가 제도권에 틀 안에 있기 때문에 생기는 걱정이 있고 불안이 있다. 그 제도권의 틀은 정부나 자본의 시스템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틀에서 나오면 다른 세상이 있다. 자기 만의 틀을 만들면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무책임한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은 최대한 젊은 시절에 가장 힘이 넘칠 때 해보셨으면 좋겠다. 그러다 혹시 안되면. 요즘에 워낙 도시 생활의 유지 비용이 너무나 많이 들기 때문에 속편하게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만약에 혹시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면 옛날의 나처럼 다른 길을 가도 후회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창업은 정말 쉽지 않다. 창업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제대로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때 압박감이 생기지만,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견딜 수가 있다. 사업을 운영하다 보면 생각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젊은 분들이 많은 것을 개척해주었으면 좋겠다. 요즘에 너무 많은 것들이 똑같다. 오히려 이 시절에 문화 예술 사업에 전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계속 하는 사람에게는 길이 열리는 것은 당연하다. 몇 년을 해야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말이 우습다고 생각했는데 이 말만큼 맞는 말이 없다.

 

 

이 기사는 <2015 청년예술가 일자리 프로젝트>(후원 문화체육관광부) 예술분야 취·창업 교육 및 컨설팅 프로그램(‘Mini Job;說[미니잡썰]’)과 연계된 프로젝트 인터뷰다. 잡썰은 예술전공생에게 예술분야별 진로에 대한 정보와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12월 2일 (수) 7시 우리 학교 석관동캠퍼스 강의동 L114에서 열리는 본 강연에서는 강연자로 선정된 이성래, 이해성 씨 를직접만나볼수있다.

 

이상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