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로 살아남기: 이성래 ㈜21grams 대표

이 기사는 2015 청년예술가 일자리 프로젝트(후원 문화체육관광부) 예술분야 취·창업 교육 및 컨설팅(미니job;說) 프로그램과 연계된 인터뷰입니다. 미니잡썰은 예술전공생에게 예술분야별 진로에 대한 정보와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오는 12월 2일(수) 저녁 7시에 열리는 강연에서는 이성래 (주)21grams 대표를 직접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이성래 (주)21grams 대표

이성래 (주)21grams 대표

예술가도 생존이라는 숙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생존할 수 없다면, 그들도 벙어리가 된다. 예술교육큐레이션기업 (주)21grams의 대표인 이성래는 밥을 먹는 것에 대한 준엄함에 대해서 말했다. 법학 전공과 영화 전공, 교수와 기업대표. 언뜻 보면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는 길을 서슴없이 넘나든 그는 “놀라울 정도로 고민이 없었다”고 말하며 호사가 기질을 보였다. (주)21grams는 2012년에 창업한 젊은 기업이다. 예술 창작의 과정을 사람들에게 직접 체험하도록 하는, 어떤 의미에서 대중과 가장 밀착하여 전달자 역할을 수행하는 그에게 묻는다.

 

 

현재 대표로 있는 (주)21grams는 어떤 기업인가.

큐레이션에 맞춰 예술교육이 필요한 곳에 적절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그들이 속한 삶이 조금 더 고양될 수 있도록 쉽게 접근을 하고 있다. 지금 한국의 예술은 엘리트 예술과 아무 예술도 아닌 것으로 양극화 되어 있다. 우리는 엘리트 예술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고, 예술이 필요한 곳에 아주 쉽게 예술을 체험할 수 있게 하고 느낄 수 있게 해주면서 [그들의] 삶의 의미나 활력을 되찾게 해보고 싶어서 만든 기업이다. 영혼의 무게를 21g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그걸 잃어버리고 사는 게 아닐까. 이런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어진 이름이다. 또한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면 예술을 전공한 사람들이 좋은 컨텐츠를 갖고 있다면 그들을 적절한 곳에 컨설팅을 해주는 역할을 되었으면 한다. 본인이 갖고 있는 기술이나 좋은 능력을 다른 사람과 교감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제가 꿈꾸고 있는 모델 중 하나이다.

 

 

영화를 전공했는데, 졸업 이후 기업인이 되기까지 과정이 궁금하다.

학교 다닐 때 제작비를 벌기 위해 휴학을 했었다. 한국예술원이라는 곳에 조교로 들어가서 6개월만 일하고 복학하여 영화를 찍을 계획이었지만,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는 게 너무 재밌어서 3년 동안이나 휴학을 해버렸다. 졸업을 하고 다시 거기에 들어가 일하면서 교학처장으로까지 지내기도 했다. 퇴사를 하고나서도 학생들과 영화를 찍으면서 느꼈던 만족감이 계속 남아있었고 ‘이걸 꼭 학생들과만 해야할까, 누구나 누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회사를 차리게 됐다. 학교에서 일하는 동안 강사를 섭외하거나, 강의를 하거나, 프로그램을 짜고 교육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데에는 노하우가 생겼다. 5, 6년 동안 거기서 만든 과목이 120가지나 된다. 그것을 바탕으로 대중을 위한 컨텐츠 사업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겁없이 뛰어들게 됐다.

 

 

예술을 전공한 입장에서 사회로 녹아드는 과정이 힘들지 않았나.

힘든 점이 많았다. 기업인들을 만나보면 대단히 냉정하다. 그래야만 회사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도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지금도 어색하다. 예술을 통해 사회에 좀 더 좋은 영향을 주고 싶은 의도로 회사를 만들었는데 막상 사회라는 정글에 나와보니, 예술이라는 논리와는 전혀 다르게 굴러갔다. 예술에서는 비교적 개인성이 중요하다. 나의 것, 나의 생각, 나의 견해, 이런 것들이 큰 의미를 갖는데, 조직에 몸을 담은 분들은 나보다는 조직, 집단 등을 조금 더 우선순위에 놓는다.

 

 

한국에서 예술을 전공으로 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는가.

한국이라는 사회는 모두가 느끼시겠지만 점점 더 냉혹한 자본주의로 가고 있다. 모든 예술이 다 돈으로 환산이 될 수밖에 없는 독한 상황이다. 영화도 돈이 되는 영화와 돈이 안 되는 영화로 나뉜다. 관객들도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고 몇 명이 봤는지를 소재로 삼는다. “내일이면 700만이 넘는대”라는 대화가 이미 어색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예술을 전공한다는 것은 끝없이 냉혹함 속에서 살아야 하는 일인 것 같다. 무서운 일이다. 동기들 중에서도 시나리오를 들고 제작사와 함께 얘기를 하면 상처 받는 사람이 있다. 떠나는 사람들도 많고. 이런 것들이 슬픈 일이다. 꿈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려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의기소침하고 초라하게 만드는 구조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예술을 통해 돈을 벌려고 하면 손가락질 받게 된다.

 

 

청년예술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학교를 나오면 대단히 춥고 냉혹하다. 자신의 예술을 끝까지 파고들어서 대가가 되겠다는 생각도 중요할 테지만, 그것을 위한 여건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술가로서 내가 연마하던 것과 좀 벗어난 생존적인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 너무 마음을 다치지 않았으면 한다. 예술에 우선하는 것이 생존이며 예술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넘어야 할 산인 것 같다. 그리고 만약 창업을 원한다면 반드시 동업을 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예술가적인 마인드를 고스란히 갖고 영업을 한다면 굉장히 어렵다. 좋은 컨텐츠만으로는 오래 갈 수 없다. 시장에서 아이템은 금방 배낄 수 있다. 예술가들이 모여서 창업을 많이 하지만 오래 못 간다. 컨텐츠를 만드는 것과 판매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이다. 예술가들은 만들기는 잘 만들지만 팔지는 못 한다. 사업가 기질이 출중한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

 

서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