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쏟는 하늘 아래 선 당신의 아이돌

태연 솔로 데뷰 앨범 I 리뷰

 

태연 《I》 앨범 자켓
태연 《I》 앨범 자켓 © SM Entertainment

 

소녀시대 태연이 드디어 솔로로 데뷔했다. 지난 10월 7일 발매 된 태연의 첫 번째 앨범 I는 발매 직후 국내의 여러 음원 사이트에서 1위에 오르는 동시에 아이튠스 월드와이드 차트에서 동남아권 1위, 미국 5위, 영국 15위, 캐나다 2위 등을 기록했다.

 

앨범에는 총 여섯 곡이 수록되어 있고, 그중 록의 요소를 적극 차용한 미디엄 템포의 팝 곡 ‘I’와 어쿠스틱 피아노를 강조한 발라드곡 ‘U R’이 더블 타이틀로 선정되었다. 있는 그대로의 태연, 아티스트 태연을 보여주겠다는 기획 컨셉에 맞춰 ‘I’ 는 제목 그대로 온전한 자신을 자신감 있게 표출하고자 한 곡으로, 그간 소녀시대가 해냈던 모든 색깔과 다른 노선인 모던록 장르를 선택해 태연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이 곡에만 총 7명의 외국 작곡진 이 작곡과 편곡에 참여해 그 완성도 있고 섬세한 보컬과 특유의 감수성을 온전히 담아내고자 했다. 그와 반대로 ‘U R’에서는 보다 서정적인 표현력을 담아내며, 어쿠스틱 피아노와 화려한 현악기를 사용해 풍부한 음향의 가을 발라드를 선사한다. 제목의 알파벳은 You are을 의미하는 동시에 가사로 나오는 Under the Rainbow의 줄임말이기도 하다. 이는 가사에서 그려낸 비 내리는 풍경 속의 꿈 같은 사랑을 의미한다.

 

태연 《I》 티저 이미지
태연 《I》 티저 이미지 © SM Entertainment

 

몇 년 전부터 음악적 다양성을 위함인지 더 폭넓은 청자를 공략하기 위함인지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아이돌이 힙합 뮤지션과 협업한 트랙을 내놓는 경우가 잦아졌고, 이번 타이틀 곡 역시 버벌진트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팬들에게는 결코 달콤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팬들은 태연의 음악성이 그룹 안에서 킬링파트를 맡거나 드라마 OST를 부르는 것뿐만 아니라, 더 독보적으로 드러나기를 바라왔고 꾸준히 요구했다. 그런데 10년을 기다린 솔로 데뷔에서, 더 많은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도 모를 가능성을 (정말로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일종의 보험처럼 걸어둔 셈이다. ‘유명 뮤지션과의 콜라보’를 홍보 문구로 사용했는데, 과연 도입부에 20초의 랩을 넣기 위해 힙합 뮤지션을 참여하게 하는 것에 협업의 의미를 둘 수 있는 것일까. 태연과 버벌진트가 과연 어울리는 조합이었는지, 정말 옳은 선택이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의견이 분분한 이 타이틀곡에는 태연이 데뷔 후 처음으로 작사에 참여해 그리고 싶었던 자신의 모습을 전달한다.

 

 

I는 대체로 가을에 어울리는 부드러운 느낌의 곡들을 수록했는데, 발라드와 R&B의 연속이 간지러운 분들에게는 4번 트랙 ‘스트레스’(Stress)를 추천한다. 경쾌한 퍼커션 리듬과 섬세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세련된 팝 기반의 곡으로 소개된 이 곡은 “You got me smoking cigarettes, I’m in Stress baby!” 하는 인상적인 가사를 훅으로 태연의 탄탄한 보이스를 강조한다.

 

아이돌은 독보적인 색깔을 가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데뷔부터 해체까지 길을 찾는 여정이 계속된다. 그 과정에서 아이돌은 각자의 가공된 자아를, 어떤 캐릭터를 스스로 부여하고 스펙트럼을 확장하게 된다.

 

8년 전의 소녀시대를 기억해보자. 세상에 갓 뛰어든 소녀를 노래하다가, 어리다고 놀리지 말라고 하다가, 오빠 제발 나 좀 보라고 하다가 그의 핸드폰 속 수 많은 남자가 한 글자만 바꾼 여자라는 걸 알게 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들의 타겟은 명확하게 연상의 남성층으로 보였고, 그렇게 소녀시대는 대상층의 주요한 환상을 직접 입고 부르면서 대중과 서브 컬처 사이를 오가는 방향으로 향하는 듯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젊은 여성층, 학생층을 타겟으로 한 판타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멋진 여자, 동경하고 싶은 여자, 좀 더 다른 차원의 인간성을 무대에서 강조하게 된 것이다. 구성원 개개인이 유명세를 타고 존재감을 확실하게 한 것 이상의 변화였다. 단순히 무대 위에서 옷을 맞춰 입고 같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보다도 4분 남짓한 시간 동안 좀 더 이 세계로의 동경을 확고하게 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런 태도의 변화는, 정확하게 말하면 그 문화를 제공하는 산업의 변화보다도 그들의 아바타를 자의적으로 수용하는 소비자들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대중은 좀 더 구체적인 생명력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종이옷을 입은 향기나는 소녀도 좋지만, 그 소녀가 진짜로 살아있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무대의 뒷면이 필요했다.

 

소녀시대 내에서 태연의 팬덤이 유독 독보적으로 성장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태연이 그룹보다 개인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던 것은 태연이 (타고난 것이든 노린 것이든) 유난히 특출나게 그 생동성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이웃집 여학생 같은 이미지로 친근하게 바싹 다가서면서 노래도 춤도 열정적으로 해낸다. 무대 위에서의 자아와 무대 밑에서의 자아가 확실하게 구분된다.

 

태연이 내놓은 솔로 앨범이 정확하게 노린 지점도 여기였다. 자유로운 소녀가 되고 싶었던 자아를 새로운 캐릭터로 전면에 내세우며 기존의 화려한 자신과 대면하게 한다.

 

태연 'I' 뮤직비디오 스틸컷
태연 ‘I’ 뮤직비디오 스틸컷 © SM Entertainment

 

이렇듯 캐릭터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완성하고자 하는 시도는 화제를 끌었고, 태연의 솔로 데뷔와 함께 기획된 솔로 콘서트는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매진 이후 SM엔터테인먼트는 “태연의 첫 솔로 콘서트가 팬들의 관심과 성원에 힘입어 1회 공연을 추가했다.”고 밝혔고, 추가 공연 역시 매진되었다. 태연의 첫 단독 콘서트 ‘태연의 아주 특별한 하루’ 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SM타운 코엑스 아티움 내 SM타운 씨어터에서 이달 23~25일, 29~내달 1일에 걸쳐 총 7일간 7회 공연한다.

 

전나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