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동의하지 않는 총장 간선제는, 왜?

국·공립대 교수 응답자 90.4%가 “가장 바람직한 총장 선출 방식은 직선제”

부산대 박홍철 교수 “교육부 방침은 대학 자율성에 대한 심각한 훼손”

 

“부산대학교 총장이 처음의 약속을 여러 번 번복하더니 최종적으로 총장 직선제 포기를 선언하고 교육부 방침대로 일종의 총장 간선제 수순 밟기에 들어갔다. […] 교육부의 방침대로 총장 후보를 선출해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후보를 임용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대학의 자율성은 전혀 없고 대학에서 총장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부터 오직 교육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심각한 훼손이 아닐 수 없다. […] 대학의 민주화는 진정한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의 보루이다. 그래서 중요하고 그 역할을 부산대학교가 담당해야 하며, 희생이 필요하다면 그걸 감당할 사람이 해야 한다.”

 

지난 8월 17일, 故 고현철 부산대학교 교수는 위와 같은 유서를 남긴 채 투신했다. 부산대학교의 총장 직선제를 지키기 위한 투쟁의 차원이었다.

 

지난 9월 18일 국회 앞에서 열린 전국교수대회 풍경
지난 9월 18일 국회 앞에서 열린 전국교수대회 풍경

 

직선제와 간선제

지난 이명박 정권 때부터 정부는 대학선진화를 명목으로 국·공립대학의 총장 직선제를 간선제로 수정하는 데에 협조를 당부했다. 2010년 9월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육부’)는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을 통해 국립대학 단과대학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총장이 직접 임명하는 임명제로 전환한 것을 요구한 데에 이어, 2011년 8월에는 ‘제2단계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을 통해 총장직선제를 간선제로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그전까지 국·공립대학의 총장선출방식은 직선제에 기반한 것이었다. 전체 전임교수 또는 전체 전임교수와 교직원의 투표를 통해 총장 후보자 2인을 선정하여 교육부에 제청하면, 다시 교육부에서 2인 중 1인을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하여 최종승인을 받아 총장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반면 간선제의 경우 대학에서 총장임용추천위원회(이하 ‘총장추천위’)를 구성하여 총장후보자를 2인 선정한다(이하 방식 동일).

 

교육부는 ‘제2단계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을 통해 총장 직선제가 도입 초기엔 대학의 민주화와 자율성 신장에 기여하였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했으나, 20년이 지난 현재 △대학 내 파벌싸움 △총장권위 약화 △부정부패 발생 등의 부정적인 요소가 많다고 주장하며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교육부가 총장간선제를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한 데에 있다. 2012년 당시 국·공립대학의 재정지원 사업인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 지원 대학 선정 및 ‘구조개혁중점추진국립대학’ 지정에서도 총장 직선제 개선을 5% 가량의 반영 지표로 삼는다고 밝히며 사실상 총장 직선제 폐지를 강요했다. 당시 직선제를 유지했던 경북대·목포대·부산대·전남대 등이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의 선정에서 제외되었다. 총장선출방식을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하는 것은 박근혜 정권까지 이어졌다. ‘지방대특성화사업(CK사업)’에서 간선제에 대한 학칙 반영 여부를 확정 짓지 않은 국립대에 2.5점을 감점하는 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현재 부산대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를 제외한 국·공립대학은 총장선출방식으로 간선제를 채택하고 있다.

 

교육부의 대학 자치권 훼손

이번 사건은 표면적으로는 국·공립대학과 교육부가 서로의 총장선출방식을 제청하면서 벌어진 분쟁으로 보인다. 그러나 故 고현철 부산대학교 교수의 자살의 근본적인 원인은 교육부가 재정지원사업을 미끼 삼아 국·공립대학의 자율성을 해친 데에 있다.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이하 ‘민교협’) 故 고현철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인 박홍철 부산대학교 교수는 “[대학] 구성원들이 간선제가 직선제보다 더 좋다고 느낀다면 그러한 방향으로 갈 수도 있지만 대학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한 방향을 정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서 “그것은 대학 자율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라며 “헌법, 교육공무원법, 고등교육법 등 각종 법령에서 대학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 교육부는 총장선출방식을 자신들이 지시하는 방식이 아니면 안 된다는 식으로 […] 모든 학교들의 무릎을 꿇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교육부가 제청하는 총장 간선제 자체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간선제는 일반 선거인이 중간 선거인을 대표로 뽑아 그들로 하여금 선거를 하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박 교수는 “현재 교육부에서 내려온 여러가지 공문 지침에 의하면 […] 선거인단(총장추천위)을 선거로 뽑으면 안 된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는 “어떤 식이라도 선거인단이 다른 구성원들의 대표성을 가지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그런 방식의 간선제는 엄밀하게 간선제가 아니”고 “추천위를 무작위로 추첨하는 것은 […] 선거를 선거가 아닌 것으로 만든다”고 말하며 “총장 임용 후보자의 합법적인 권위를 박탈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국·공립대학교수 90.4% 직선제 지지

조정식 새정치민주연합당 의원은 지난 3~9일 간 전국 23개 국·공립대 재적교수 2,08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응답자 90.4%가 가장 바람직한 총장선출방식은 총장 직선제라고 응답했다. 교육부가 대학 총장선출방식을 재정시원사업과 연계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의견이 96.9%에 육박했다. 조 의원은 “국·공립대 교수들은 총장직선제를 원하고 있지만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 연계 등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간선제를 선택해온 것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중세 대학이 들어서면서부터 [대학은] 정치권력과 재정 후원을 하는 후원가들의 영향력을 받지 않는 […] 전통을 세워왔다”며 “국·공립대학을 교육부의 산하기관 정도로 다루면서 총장 임명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굉장히 대학의 자율성에 위배되는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총장 한 명에게는 권한이 집중되어 있다”며 “만약 총장이 직선제로 선출되어 많은 구성원들의 집중을 받고 있을 때, 교육부는 [대학을] 쉽게 통제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따라서 “합법적인 권위가 약화된, 우스운 총장일수록 교육부의 말을 더 잘 들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틀림없다”고 결론지었다.

 

민교협은 단독성명을 통해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 대한민국 교육부는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대학통제를 더욱 강화시켜왔다”며 “‘선진화’라는 허구적 명분을 들이대면서, 알량한 재정 지원을 미끼로 대학의 민주적 공동체를 뒷받침하던 총장 직선제를 전면적으로 부정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교수학술 4단체(민교협,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는 공동성명에서 “고현철 교수가 지키고자 했던 것은 단순히 부산대의 총장직선제만은 아니었다”며 “그가 생명을 걸고 사수했던 것은 무엇보다 대학의 민주주의와 학문의 자유였다”고 말했다. 이어 “국립대를 민영화하려던 음모가 전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실패하자 지난 수 년 전부터는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기 위해 갖가지 비열한 술수를 실행하였다”고 말하면서 “정부공모사업이나 재정지원을 미끼로 대학당국을 압박하였고 심지어 대학생들의 국가장학금을 중단한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선출 규정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 소속되어 있지만 우리 학교도 총장선출방식은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바뀌었다. 2008년에 개정되었던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후보추천에관한규정 제2조(총장후보의 선출)에 따르면 “총장후보는 전체 전임교수의 직접 비밀 투표로 선출한다”고 되어 있었다. 이 규정은 2013년 7월에 개정되어 총장임용추천위원회를 통해 총장후보를 선출하는 간선제로 수정되었다. 규정에 명시되지 않은 세칙은 2014년 1월에 다시 제정이 되었다.

 

제정된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임용후보자 선정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우리 학교 총장임용후보자는 총장후보자선정관리위원회(이하 ‘관리위’)가 먼저 총장후보자를 추천을 하고, 총장임용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가 그중 최종 2인을 총장후보자로 선정하여, 총장 임기 만료일 30일 전까지 문체부에 추천하는 방식이다. 관리위는 우리학교에 재직 중인 인사여야 하고, 추천위는 교원, 직원, 학생 및 학외인사로 구성된다. 제4장 제15조(추천위원회의 구성)에 따르면 “[…] 교원은 18인, 직원은 2인, 학생은 1인으로 구성한다”고 밝히고 있다.

 

대학에는 교수 이외에도 학생, 교직원, 노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총장의 영향 아래에 있다. 기존의 총장 선출은 전임교수만의 투표로 이루어진 것에 비하여, 새로 개정된 규정은 직원과 학생의 목소리까지 반영한다는 측면에서는 개선된 부분이 있다. 총무과 진재수 과장은 “[학칙은] 전임교수들과 관련된 부서의 과장들이 TF를 구성하여 […] 굉장히 신중하게 결정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추천위를 어떤 방식으로 구성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세칙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초안을 만들어놓고 다시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서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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