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도발: 북조선 인민들에게 들려주고픈 음악

지난 8월 20일, 북한이 포격 도발을 강행했다. 포격 장소는 서울에서 멀지 않은 경기도 연천군이었다. 그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예비군들이 군복을 SNS에 인증하며 전의를 불태우는 등 한반도는 전운에 휩싸였다. 사건은 3박 4일간의 남북 고위급 접촉을 거쳐 25일에 평화 협정을 맺으며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그동안 북한에서는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남한의 사정을 왜곡하여 방송하는 등 대남 도발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다 하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선전은 북한 뿐만 아니라 남한도 했다. 폭격의 장소가 된 연천군은 대북 방송용 확성기가 있는 곳이다. 남한은 대형 확성기로 빅뱅의 ‘Bang Bang Bang’, 아이유의 ‘마음’, 노사연의 ‘만남’ 등 한국 가요를 틀었다.

 

남북한 사이의 군사적 긴장은 양쪽 지도층에게는 언제나 가장 편리하게 꺼내들 수 있는 정치적 카드다. 덕분에 양쪽 국민들은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익숙해져야만 하는 삶을 살고 있다. 공포가 일상화된 삶을 그래도 살 만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웃음이다. 그래서 대북 선전용 음악을 재미로 꼽아 보았다.

 

 

1. 대성 – 날 봐 귀순(2008)

 

빅뱅에 ‘Bang Bang Bang’이 있다면 대성에게는 ‘날 봐 귀순’이 있다. 대성의 첫 솔로 데뷔곡으로, 아이돌로서는 이례적인 트로트 음반이다. 귀순이라는 여성 이름을 빌어 귀순 용사를 찬양하는 곡으로, 지금 세대에 잊혀진 귀순용사라는 단어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곡이다. 뻥이다. ‘Bang Bang Bang’이 빵야빵야 포격 도발을 묘사하며 인민군을 도발했다면 ‘날 봐 귀순’을 부르는 대성의 찰진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인민군의 마음을 녹여 귀순하게 만들 것 같다. 이렇게 유화정책과 강경책을 교묘하게 번갈아 사용하는 빅뱅에게 국방부는 대북 아이돌 칭호를 내려줘야 하지 않을까. 특히 ‘Bang Bang Bang’과 ‘날 봐 귀순’을 다 만든 지-드래곤에게 이 모든 영광을.

 

 

2. 소녀시대 – Gee(2009) 

 

 

KBS2 음악방송 <뮤직뱅크>에서 9주 연속 1위를 기록한 소녀시대의 첫 미니앨범 <Gee>의 타이틀곡이다. 남한에 왕정이 있다는 판타지가 가미된 드라마 <더 킹 투 하츠>(문화방송, 2012)에서 북한군 상위 리강석마저 반하게 한, 버섯처럼 빛나는 파니파니 ‘티파니’가 속해있는 바로 그 그룹을 국민 걸그룹 반열에 올려준 곡이다(‘<더 킹 투 하츠>가 남긴 것’ 목록에 은시경만 있는 것이 아니다). 후크송 열풍을 일으킨 후렴구는 중독성이 일품이다. 예쁜 소녀들이 까르르 웃는 소리도 덤으로 즐길 수 있다. 실제로 국방부에서도 한때 소녀시대를 비롯한 여성 아이돌로 대북 방송을 기획한 적이 있다고 한다. 국방부가 인정한 대북 선전용 케이팝.

 

 

3. 루시드 폴 – 국경의 밤(2007)

 

루시드 폴 3집 <국경의 밤> 타이틀 곡이다. 20대를 넘어가는 청년이 소년 시절을 회고하며 친구에게 불러주는 듯한 노래다. 담담한 기타 반주와 루시드 폴의 촉촉한 목소리가 잘 어울린다. 지나간 자유인 시절의 추억을 되돌이키는 듯한 이 노래를 들으며 인민군들은 어렸던 시절의 아름다운 기억들을 떠올리며 듣기만 해도 저절로 사기가 저하되고 두 눈에는 눈물이 맺힐 것이다.

 

 
4. 요한 일렉트릭 바흐 – 장로님 에쿠스 타신다(2012)

 

https://youtu.be/6H_hjQfiggM

 

이 노래는 북한의 지도자 찬양곡인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를 (사)요한 일렉트릭 바흐 재단의 요한 일렉트릭 바흐 선생님께서 친히 베껴 만드신 곡이다. 일찍이 요한 일렉트릭 바흐 선생님께서는 2014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열린 <서태지 크리스말로윈(Christmalo.win) 리믹스 콘테스트>에서 특별상을 수상하시며 자신의 신바람을 대중에게 전파하신 바 있다. 바흐 선생님께서는 이 곡에서 ‘수령님께서 쓰시던 축지법을 이제 장군님께서 쓰신다’는 내용을 ‘목사님께서 타시던 에쿠스를 이제 장로님께서 타신다’는 내용으로 참으로 재치있게 바꾸셨다. 이 노래가 전방에 울려퍼지는 순간 인민군들은 익숙한 도입부에 한 번 놀랄 것이요, 낯선 사운드의 질감에 두 번 놀랄 것이요, 장로님이 에쿠스를 타고 나타나실 때쯤에 이미 혼비백산해 있을 것이다.

 

5. 양희은 – 작은 연못(1972)

 

한국의 보컬리스트 양희은 2집 <서울로 가는 길> 수록곡이다. 발매 직후에 금지곡 처분이 내려졌었다. 다행히 1987년 노태우 민주정의당 대통령 후보의 6‧29 선언 이후 양희은의 모든 노래는 해금 조치 되었다. 금지곡 처분을 받은 이유가 공식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가사 중 “작은 연못에 살던 붕어 두마리가 싸우다 한마리가 죽어 물이 썩어 결국엔 모두가 죽었다”는 내용이 남북한을 상징하는 것으로 읽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로 싸우다가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가사는 결국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평화지향적인 메시지다. 싸우지 말자. 모든 전쟁의 피해자는 결국 나 너 우리.

 

권라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