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자본 사이의 ‘전초전’

‘테이크아웃드로잉 사태’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테이크아웃드로잉은 건물주의 퇴거 요청에 반대하고 있다
테이크아웃드로잉은 건물주의 퇴거 요청에 반대하고 있다

 

‘생존 공존’ ‘STOP 싸이 같이 사는 사이’ ‘바뀌는 건물주 사라지는 건물주’… ‘테이크아웃드로잉’의 외벽에 종잇장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지난 4월 27일 저녁,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카페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는 공연 <한남스타일> ‘싸이트’(이하 싸이트)가 열렸다. 싸이트는 테이크아웃드로잉 입주 작가인 신제현이 테이크아웃드로잉 명도 집행기간인 4월 20일부터 5월 30일까지 매일 진행하는 레지던시(residency) 공연이다. 이날 열린 지 총 일곱 번째를 맞는 싸이트는 가수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공연과 미술작가 신제현의 퍼포먼스로 이루어졌다.

 

테이크아웃드로잉의 이름이 신문과 뉴스 여기저기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올 3·4월, 건물주 측에서 신청한 ‘명도단행가처분’ 재판이 건물주의 손을 들어주면서부터였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몇몇 지면과 사람들 사이에서 ‘뜨는 장소’로 소개되어 왔던 테이크아웃드로잉(대표 최소연)은, 2010년 한남동에 개장한 이래로 여러 예술가에게 작업공간을 제공하는 레지던시 카페다.

 

테이크아웃드로잉은 2010년 한남동에 개장해 자리를 잡기 이전에 이미 성북동과 동숭동에 자리를 잡았던 전례가 있다. 그러나 매번 임대계약이 만료될 때마다 가게를 비워줘야만 했다. 그래서 최소연 씨는 15년 동안 고깃집으로 사용되던 한남동의 건물과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임차인이 원한다면 매년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는 조항 때문이었다. 이윽고 전면적인 건물 보수 및 리모델링을 실시한 뒤에야 테이크아웃드로잉은 한남동에 본격적으로 개장하게 되었다.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공연 중인 야마가타 트윅스터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공연 중인 야마가타 트윅스터

 

2010년 당시 한남동에는 독특한 문화공간을 타깃한 카페가 흔치 않았다. 따라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많아졌다. 그러나 한남동의 땅값이 상승하고 건물주가 다른 사람에게 건물을 팔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건물을 재건축할 예정이라며 새 건물주가 테이크아웃드로잉 측에 퇴거를 요청한 것이다. 건물주 측에서 명도소송을 제기한 뒤 오랜 다툼을 거치면서 2011년 12월 말 최 씨는 2013년 12월 31일까지 퇴거하겠다는 조정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두 번째 건물주와 테이크아웃드로잉 측이 퇴거일을 조정한 지 두 달도 채 안 되었을 때 세 번째로 건물주가 바뀐다. 가수 싸이가 건물을 매입한 것이다. 테이크아웃드로잉 측은 건물주가 새로 바뀐 이상 이전 건물주와 맺은 조정안은 효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새 건물주 측은 이전 건물주와 맺은 합의조정일까지 퇴거하라고 통보했으며, 명도단행가처분을 통해 가게 철거를 시도하였다. 테이크아웃드로잉 측은 이러한 새 건물주의 입장에 반대하며 싸이트와 기자회견 등을 통하여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신제현 작가의 퍼포먼스
신제현 작가의 퍼포먼스

 

이렇듯 테이크아웃드로잉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은 세 번째 건물주, 즉 가수 싸이가 얽히면서 비로소 언론에 두드러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 논란에서 건물주가 싸이라는 점은 본질적으로 별로 중요하지는 않다.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퇴거를 요구하는 등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법적 분쟁은 몹시 흔하게 벌어져 왔다. 이러한 법적 분쟁이 현행법의 허점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상가세입자(주로 영세상인)를 보호하는 법이다. 임차인이 임대인에 의해 계약기간이 끝났다는 이유로 상가를 비워달라고 요구받거나 부당하게 보증금반환을 받지 못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5년간 계약기간에 대해 보장해 주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환산보증금제(보증금+월세×100)’라는 기준이 존재한다. 작년 2014년부터는 상임법이 개정되어 환산보증금이 기존 3억원에서 4억원으로 인상되었다. 따라서 환산보증금 기준을 초과하는 상가세입자는 월세 증액률 상한이 없어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즉 환산보증금제의 기준 밖에 있는 경우에는 결국 임차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이다. 특히 지구단위계획과 재개발, 테이크아웃드로잉의 사례에서 문제가 된 재건축은 임대차보호법의 예외 조항이다.

 

한남동 테이크아웃드로잉과 유사한 경우들은 이미 빈번하게 서울 곳곳에서 일어나곤 했다. 흔히들 ‘뜬다’ 혹은 ‘떴다’고 말하는 장소들, 이를테면 홍대와 서촌, 경리단길, 상수동, 합정동, 신사동 가로수길 등이 그런 변천 과정을 거친 상태이다. 이 지역들은 대부분 본래 도심 부근의 정체 지역이었지만 저렴한 임대료를 찾는 이들, 주로 예술가들이 몰려와 문화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기 시작한 곳들이다. 그러나 점점 입소문을 타고 해당 지역에 유동인구가 늘어나면서 도심의 중산층 및 상류층이 유입되고 임대료 시세는 점차 치솟는다. 그 결과 소규모 상인들과 주민들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동네를 떠나고, 해당 지역은 거대자본과 프랜차이즈 매장으로 가득 찬 대규모 상업지구로 변화하는 것이다. 해방촌, 연희동 등 최근 ‘뜨는 동네’로 여겨지는 곳도 머지않아 비슷한 미래를 맞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홍대로 시선을 옮겨보자. 1990년대까지만 해도 홍대앞은 서울 인디 음악의 중심적인 ‘씬’으로 기능했다. 이 시기 홍대앞에서는 크라잉넛, 노브레인, 델리스파이스, 언니네이발관 등으로 대표되는 ‘1세대 인디 뮤지션’들이 활발히 음악을 만들고 클럽에서 공연을 펼쳤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 1세대 인디 뮤지션들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아지고 이들을 뒤이을 만한 밴드가 등장하지 않으면서 인디 음악의 입지가 좁아졌다. 인디 씬의 해체라는 흐름은 씬의 중심이던 라이브 클럽들이 사라지면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되었다. 한때 성황리에 영업하던 여러 클럽들이 2000년대 이후 임대료 상승 등으로 인한 경영난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거나 술집으로 전향한 것이다. 클럽이 사라지면서 초보 밴드들이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었고, 따라서 새로운 밴드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사라졌다.

 

이런 맥락에서 홍대의 ‘두리반 농성’은 그 발현 맥락이 독특하다. 홍대입구에서 동교동 삼거리 방향에 위치한 칼국수집 ‘두리반’은 2009년 말 공항철도 공사를 이유로 강제철거 위기에 처한 바 있다. 결국 주인 부부(유채림·안종려)는 두리반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그런데 두리반 농성에 야마가타 트윅스터, 박다함, 한받, 회기동 단편선, 밤섬해적단, 하헌진 등의 인디 뮤지션들이 참여해 공연을 열기 시작하면서 ‘두리반 농성’은 많은 관심을 집중시켰다. 여기에 뮤지션들은 2011년 5월 노동절을 맞아 음악페스티벌 ‘뉴타운컬쳐파티 51+’을 개최하기에 이른다. 이런 500여일간의 농성과 움직임을 통해 두리반은 비교적 합리적인 보상금을 받고 홍대에서 계속 칼국수를 팔 수 있게 되었다.

 

인디 음악가들의 두리반 농성을 다룬 영화
인디 음악가들의 두리반 농성을 다룬 영화 <파티 51>

 

그렇다면 테이크아웃드로잉부터 두리반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저항 현상들은 무엇일까?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이러한 상황들에 대해 어떤 성패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사례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명확한 결론을 제시하기에는 민감한 지점들이 있다. 다만 자명한 것은 도시재개발, 생산자와 소비자, 문화와 같은 수많은 맥락이 얽힌 흐름이 결국 ‘자본’이라는 하나의 교량과도 같은 쟁점으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이런 지역들은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홍대를 중심으로 벌어진 ‘씬’들과 형태는 다르지만 분명 유사하게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씬 아닌 씬, 일종의 저항적 거점을 형성하는 것이다. 일례로 두리반의 경우는 농성에 참여했던 뮤지션들이 자립음악생산조합이라는 형태로 연대하고 집단을 구성하는 형태로 재표출되었다. 뿐만 아니라 상가에 임차해 있는 소상인들은 전국상가세입자협회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들모임’(이하 ‘맘상모’)를 조직해 상가임대차보호법과 같은 법의 허점을 지적하고 임차피해를 대항하기 위해 자발적인 연대를 형성하였다. 이렇게 최근 들어 나타나고 있는 연대의 움직임들은, 어쩌면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5월 30일까지 예정된 ‘싸이트’ 공연은 이제 절반 정도가 진행된 셈이다. 이번 ‘테이크아웃드로잉’ 사태를 계기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발의가 국회에 쟁점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초전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안신호·서이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