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서기, 끌어주기, 밀어주기, 믿어주기

제1회 자립심 페스티벌에 가다

 

카페 '웨이즈 오브 씽'에서 공연 중인 김오키동양청년
카페 ‘웨이즈 오브 씽’에서 공연 중인 김오키동양청년

 

지난 8월 29일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동 골목 일대에서 제1회 자립심 페스티벌이 열렸다. 올해 초 한남동에 위치한 카페 테이크아웃드로잉이 명도단행가처분재판으로 인해 건물주로부터 퇴거 통보를 받고 철거가 시도되었던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한남동은 홍대나 서촌 등의 지역들과 마찬가지로 더 이상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한 동네가 됐다(관련 기사 우리 신문 제248호 ‘문화와 자본 사이의 ‘전초전’’). 이러한 상황에서 자립심 페스티벌은 문화와 예술을 매개로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지역과 사회의 문제를 시민들과 공유하려는 취지로 기획된 페스티벌이다.

 

제1회 《자립심 페스티벌》 포스터
제1회 《자립심 페스티벌》 포스터

 

이태원은 올해 2분기 3.3㎡당 임대료가 지난 분기 대비 19.3% 상승했다. 서울의 주요 상권 중에서도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그 중에서도 자립심 페스티벌이 열린 한남동 한강진역 꼼데가르송길 근방의 뒷골목(일명 ‘한강진길’)은 젠트리피케이션이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된 주요 상권인 경리단길과 해방촌길, 꼼데가르송길보다는 후발 주자로 점차 상권을 형성해나가는 상황이다. 경리단길 등과 달리 한강진길에 자리를 잡은 상인들은 골목 특성상 고층 상가가 드물어 주로 저층의 다세대주택 반지하 혹은 2층 안쪽의 지상층을 임차해 가게를 꾸린다. 보증금 및 임대료 시세 역시 이태원의 기존 상권보다 낮아 젊은 연령대의 상인들이 소규모·적은 자본으로 경영하는 가게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페스티벌은 오후 1시부터 한남동 골목 일대의 디자이너샵과 카페, 키친, 갤러리 등 40여 공간을 중심으로 열렸다. 앞서 기금 조성을 위해 텀블벅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한 결과 총 126명의 후원으로 4,505,000원이 모여 목표금액이었던 4,000,000원의 112%를 달성했다. 각 공간의 실내외를 뮤지션들의 공연장으로 할애하고 자체적으로 플리마켓과 전시를 꾸리는 등 ‘자립심’을 주제로 한 네 가지 콘텐츠 △일어서기(다양한 공간들의 플리마켓) △끌어주기(지역 커뮤니티 형성 및 세미나 진행) △밀어주기(뮤지션과 함께하는 공연·축제) △믿어주기(전시)를 기획·진행하였다. 자립음악생산조합의 .59(쩜오구), CR태규, 김사월, 김오키동양청년 등 총 30여 팀의 뮤지션들이 참여해 공연을 벌였으며, 단편선과 선원들 1집 앨범 동물 등의 제작에 참여한 디자이너 김가든이 포스터와 로고, 에코백, 버튼, 부채 등의 디자인에 참여했다.

 

액세서리샵 '먼데이 에디션'에서 공연하는 회기동 단편선
액세서리샵 ‘먼데이 에디션’에서 공연하는 회기동 단편선

 

이날 행사는 전반적으로 순조롭게 운영됐으나 일부 진행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디자이너 액세서리샵 먼데이에디션에서 1시에 예정되어 있었던 도마와 회기동단편선, 삼군의 공연은 음향기기의 문제로 45분 가량 시작이 지연되었다. 그러나 이후 뮤지션들의 공연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골목 이곳저곳에서 음악소리와 환호성이 저녁 늦게까지 들려왔다. 행사에 참가한 골목 공간 곳곳에 자립심 페스티벌의 포스터와 가게 홍보물이 붙었고, 시민들은 구매한 티켓과 함께 받은 노란색 ‘자립심 부채’를 펄럭였다. 또한 플리마켓에서 수제 비누와 팔찌, 그릇 등의 잡화를 팔던 한 상인은 해골 모양 그릇을 구경하는 시민에게 “작은 크기는 벌써 다 팔렸다”고 말하는 등 행사의 열기를 실감케 했다. 또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 운동 문제를 공유하는 ‘맘상모(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회원들이 방문하는 등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대한 의식 공유도 이루어졌다.

 

이날 저녁 음식점 샐러드셀러에서 공연을 한 뮤지션 권나무 씨는 “동네 축제를 통해 잘 몰랐던 공간을 알게 되어 재밌다. 거리에서 음악이 울려퍼진다는 것 자체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뮤지션들도 다들 좋은 취지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좋았다”며 소감을 밝히는 동시에 “말 그대로 ‘자립’ 행사이기 때문에 음향이나 무대 등을 화려하게 준비할 수는 없지만, 뮤지션들이 연주를 잘 할 수 있어야 관객들도 좋기 때문에 음향적으로 좀 더 보완이 되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자립음악생산조합의 기획자로 일하며 콜트콜텍 기타노동자 투쟁 지원을 위한 공연 콜트불바다 등 다양한 공연과 행사를 기획한 바 있는 자립심 페스티벌 기획팀의 황경하 씨는 페스티벌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 “단발성 행사가 아닌 지속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하여 좋은 그림을 그려나가고 싶다”는 트윗을 게시했다. 이와 관련해 페스티벌 당일 자세한 의견을 묻자 “홍대 기획부동산 붐이 꺼지고 나면 그 다음은 한남동과 을지로가 될 거라 생각한다. 이 지역[한남동]은 공간주들끼리의 연대가 전혀 없었던 상태여서 홍대를 중심으로 연대하고 있는 맘상모의 방식을 한남동에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우선 기초적인 연대를 이루게끔 일하고 싶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우선 3개월 정도의 간격을 두고 세 번 정도 공연을 더 하려고 한다”고 계획을 밝혔다. 또한 “이번 공연을 통해 공간 상인들과 뮤지션들로부터 ‘이런 식의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는 다양한 의견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장소에 무슨 일이 났을 때 관심을 갖고 같이 힘을 합쳐줄 만한 사람들을 늘리고 접점을 만드는 단계로 일을 진행하고 싶다. 지금은 진짜 시작 단계다”라고 덧붙였다.

 

카페 '웨이즈 오브 씽'에 전시된 《자립심 페스티벌》 푯말
카페 ‘웨이즈 오브 씽’에 전시된 《자립심 페스티벌》 푯말

 

한편 제1회 자립심 페스티벌이 치러진 지 나흘째인 9월 2일, 황경하 씨는 트위터에 “당분간은 좋은 음악가들을 필요로 하는 스팟을 서울 내에 여러군데 개척하는 일에 집중할 계획이다”라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의지를 더했다. 도심 곳곳에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해 주민과 임대인, 사업자 간의 갈등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는 지금, 일어서서 지역사회를 끌어주고, 밀어주고, 믿어주려는 취지로 진행된 이 축제가 건강한 문화를 앞으로 이끌어나가는 데 힘을 보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안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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