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원 학생회장 승계 둘러싼 공방전

회칙의 부재인가, 책임의 부재인가

 

지난 6월 18일, 학내포털사이트 ‘누리’에 민원 게시물 하나가 올라왔다. 전통예술원(이하 ‘전통원’) 학생회장 승계에 관한 문제제기였다. 이 사안은 전통원 회장 공석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통원 학생회장이던 김기욱 씨가 지난 5월 4일부터 치러진 제19대 총학생회 보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학생회장직을 사퇴하면서 공석이 생겼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이 자리를 김민지 전통원 부학생회장에게 인계하자는 의견이 전통원 학회장들 사이에서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민원인 조경민 씨는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의 기타 발언에서 “학생회칙에 따라 재선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회칙(이하 학생회칙) 제6장(원학생회) 제37조(업무와 권한) 4-1항은 “원 학생회장단에 공석이 발생할 경우 소속 원 학생들이 알 수 있도록 대자보와 게시물로 이를 공지한 후 원 학생 전체 선거 또는 원 학생회 내의 선거를 통해 차기 대표를 선출하며 확정 즉시 공지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조 씨의 의견은 기각됐다. 조 씨는 이에 대해 누리 사이트 사이버 민원을 통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부정선거”라며 비판했고 동시에 이를 상정한 학생과를 비판했다. 그는 여러 차례 학생과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학생과에서는 “학생 자치에 개입할 수 없다”, “학생과는 해당 사안을 승인한 것이 아니라 학생지도위원회에 상정한 것이다” 등의 답변으로 대응했다.

 

"원학생회장단에 공석이 발생할 경우 (…) 선거를 통해 차기 대표를 선출하며..."
“원학생회장단에 공석이 발생할 경우 (…) 선거를 통해 차기 대표를 선출하며…”

 

 

학생회칙 제37조 4-1항 “원학생회장단에 공석이 발생할 경우 (…) 선거를 통해 차기 대표를 선출하며…”

이에 대해 총학생회 측은 모호한 학생회칙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총학생회는 공식 의견서를 통해 “애초부터 학칙 자체가 모호하고 해석상의 여지가 많다는 데에서 비롯된 문제”이며 “학칙에서 명시하고 있는 선거의 의미가 애당초 협의의 선거를 의미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총학생회의 강덕구 정책인권국장은 “회칙에 쓰인 학생회장단이라는 용어가 모호하다”며 “러닝메이트 형식으로 후보 등록을 하는 우리 학교 특성상 학생회장단이 회장과 부회장 모두를 말하는 것인지 혹은 한 사람만 지칭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을 뿐 아니라, 공석이 생겼을 때 회장단 전체를 다시 선발해야 하는지 혹은 공석만 채우면 되는지 규정이 명확치 못하다”고 말했다. 반면 조 씨는 “모호하지 않다”며 “한 자리라도 공석이라면 재선거의 충분한 사유가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법안이 모호함을 두고 더 타당한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며 “적법치 않은 절차를 방조한 선관위의 책임도 있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러닝메이트 형식으로 선거를 치르는 곳에서는 회장이 사퇴하면 부회장이 그 자리를 물려받는다. 예컨대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퇴했을 때 러닝메이트로 함께 당선됐던 부통령 포드가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경희대와 연세대 등 같은 방식으로 선거를 치르는 대학들의 학칙도 마찬가지다. 결국 공석 관련 학칙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누구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게 총학생회 측의 결론이다.

 

 

국민신문고와 정부법무공단까지 동원된 해프닝

‘전통원 회장 승인 취소’와 ‘학생과 직원 처벌’을 요구하던 조 씨는 교내 민원이 여러 번 기각되자 국민신문고를 통해 다시 민원을 제기했다.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할 경우 해당 민원에 책임이 있는 부서는 이에 충실히 답변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학생과는 답변 과정에서 조 씨가 제기한 민원의 타당성 여부를 가리기 위해 정부법무공단에 자문을 신청했다. 정부법무공단은 “회장 선출에 있어 찬반투표 형식으로 선출한 것이 공정성에 문제가 있거나 타 학생의 출마를 제한한 면이 있다면 법적 분쟁에 이를 경우 하자가 인정되어 투표가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조 씨는 “문제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행정 심판까지 가겠다”고 강경하게 나섰다. 현재 학생과 측은 정부법무공단의 판단에 따라 김민지 씨의 학생회장 승계에 대한 문제점을 인정한 상태다. 다만 학생과 직원 처벌에 관한 건은 김민지 씨의 전통원 학생회장직 승인이 취소된 이후, 조직위원회 구성을 통해 다시 이루어질 계획이다. 따라서 9월 7일 전통원 학생회장 및 부회장 자리는 다시 공석이 된다. 9월 3일 전통원 학생회와 총학생회는 전통예술원 학생회 공석에 대해 향후 후속조치를 논의했다. 이에 9월 9일 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열어 향후 방침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누구의 책임인가

정부법무공단이 인정했듯 조 씨의 민원에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공식의견서에서 총학생회는 “이미 수 차례의 재선거로 학내 사회의 피로감과 선거 진행 비용이 과도하게 누적되고 […] 정식 보궐선거를 새로 치르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2015학년도 1학기가 끝나가는 시점까지 총학생회가 제대로 구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조 씨는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와 학생과에 책임을 묻길 원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 측은 “[선관위는] 전학대회에서 결정된 의결을 따르는 진행위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학생과에서는 “학생과는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자치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관이지 ‘개입하는 기관’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미 전통원 회장의 승인취소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이제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총학생회는 공식의견서에서 “2학기 중 학생회칙선거시행세칙을 대대적으로 정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민정·서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