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상담실은 제대로 운영되고 있을까

상담실을 방문한 한 학생의 이야기를 듣다

 

A씨는 성희롱을 당해 학생상담센터와 양성평등상담실을 찾았다. 어렵게 찾아갔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더해지는 것은 당황스러움 뿐이었다. A씨의 인터뷰를 통해 피해자들의 심정을 들어볼 수 있었다.

 

양성평등상담실
양성평등상담실

 

 

학내 사건사고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실망스러운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사실 좀 지난 이야기이다. 학과 내에서 성희롱을 당한 후 학생상담센터와 양성평등상담실에 도움을 요청하였지만 사건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 유사한 일들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자신만 그런 상황에 처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학생상담센터나 양성평등상담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학생상담센터나 양성평등상담실가 학교에 있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는 생각한다. 학생들이 충분한 도움을 받지는 못하겠지만, 이 정도라도 있기에 학생들이 정신 건강을 유지하며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담사와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궁금하다.

학내에서 성희롱 당한 것을 이야기했다. 지금은 그 상담사께서 근무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왜 이런 이야기를 제게 하시는 거에요?”라는 상담사의 질문에도 침착하게 트라우마 극복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대답했지만, 상담사는 “이게 도움이 정말 되나요?”라는 황당한 질문을 했다. 또한 가해자, 상담사와의 삼자대면 권유나 상담 학생에게 대책을 묻고 같이 고민해보자는 제안은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런 말을 듣고 그 이후로 가지 않게 되었다.

 

 

상담소에 대해 더 불편한 점은 없었나?

상담소에서 우리 학교 학생이 근로 장학생으로 일한다. 내용이 유출되진 않겠지만 같은 재학생이 있다는 사실이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학생상담센터가 학생들이 거주하는 천장관에 있는 것도 애로사항이라 생각한다. 학생상담센터나 건강진료소가 천장관으로 자리를 옮겨 불편함을 느끼는 학생들이 있다.

 

 

주변에 얘기해 본 경험이 있다면, 그에 대한 반응들은 어땠나?

누구한테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딱히, 이에 대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포기하게 된다. 사실 나 또한 포기를 했었다. 나처럼 불미스러운 상황을 겪은 사람들도 이런 상처들을 내버려둔 채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사회 전반적으로 왜 호들갑이냐는 식의 인식이 있기 때문에 더 힘들다. 피해 현장에서 말을 하거나 즉각 조치를 취하라는 반응도 있는데, 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서야 자각할 수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한 이유를 꼽자면 무엇이라고 생각 하시는지?

그때 당시 한 분께서 서초, 석관캠퍼스를 담당하시고 대부분의 서류업무들을 담당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 강제추행 사건 같은 일들이 발생했을 때도 업무에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성추행 당한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도 있고, 인지하더라도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럽다. 현장에서 녹취를 할 수도 없고 따로 증거를 제시하기도 어렵다.

 

 

스스로 생각해 본 대처 방법이 있다면?

교수나 강사 대 학생의 경우와 같이 공적인 자리에서 일어난 일은 증인이 많기에 문제 해결이 좀 더 용이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성희롱은 사적인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이런 경우 해결책을 찾기가 어렵다. 사적 관계이기 때문에 처벌하기 어려운 면이 있고 쌍방 과실처럼 보여지는 경우도 있다. 당장의 불쾌함과 당황스러움 때문에 현장에서도 대응하기 힘들다. 개인적인 보복이 두렵기 때문에 어떻게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내 경우도 물증이 없기 때문에 대응하기 어려웠다. 이런 대응책 메뉴얼을 양성평등상담실나 학생상담센터에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피해자가 대응을 하더라도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더 지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겪은 일들에 대해 발언한다는 것은 굉장히 고된 일이다.

 

 

마지막으로 추가할 말이 있나.

전문적인 치료를 받기보다 접근이 용이한 학교 안에서 상담받기를 원하는 학생들이 있다. 그러나, [학생상담센터나 양성평등상담실 분들은] 물론 일에 충실하시고 열심히 하시겠지만, 앞으로 저는 그곳에 다시 방문할 생각이 없다. 대처 방안을 상담 학생에게 물어보거나 같이 고민 해보자고 말하는 게 아니라, 대응책 매뉴얼이 당연히 있어야 한다. 학교 측에서는 늘 개선을 하겠다는 식의 대답을 한다. 매뉴얼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다같이 의견을 공유하고 쟁점화할 수 있어야 한다. 갈 길이 멀지만 연대가 지속된다면 어떤 방안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

 

 

한 명의 학생이 피해를 입고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완고한 벽 앞에서 피해 학생은 목소리 내길 멈추지 않았고 그럴 때마다 거듭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 보여야 했다. 그 시간이 오래 지속되는 동안 우리는 어떠한 자세로 그녀를 바라보았나. 한 개인이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운 시간이 결국 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그녀와 그녀를 둘러싼 이들의 노력에 우리가 편승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성이 요구되는 가운데, 이러한 일의 재발 여부도 우리에게 달려있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