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015년 6월 8일

부끄러운 부정선거,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김기욱 씨, 여론 조작 드러난 마당에 크누아넷 물귀신 작전 감행

긴급 소집된 전학대회서 지난 당선 무효화 및 재투표 의결돼

 

김기욱 씨

김기욱 씨

 

당선에서 무효까지

 

지난 5월 27일 긴급 소집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에서 선거 기간 중 여론조작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제19대 총학생회 김기욱(전통원 음악과 13)·김다예(영상원 방송영상과 13) 선본의 당선을 무효화한다는 안건과 지난 보충선거의 재투표를 실시한다는 안건이 통과됐다. 6월 3일에는 재투표 결과 선승범(영상원 영상이론과 12)·김수인(미술원 건축과 14) 선본이 당선되면서 도합 네 번의 총학생회 선거와 부정선거로 인한 진통도 일단락됐다.

 

전학대회에서 당선 무효화 안건이 상정된 것은 지난 선거 기간 도중 당시 기호 1번 총학생회장 후보였던 김기욱(전통예술원 음악과 13) 씨가 5월 초 보충선거 기간 동안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인 ‘크누아넷’을 통해 여론 조작을 시도해온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 씨는 크누아넷의 주요 게시판이 익명 게시판이라는 점을 악용해 본인이 아닌 일반 학생으로 가장해 기호 1번 선본을 옹호하고 상대였던 기호 2번 선본을 비방하는 글 6개와 댓글 11개 등을 지속적으로 게시했다.

 

보충선거 개표 결과 김기욱·김다예 선본은 선승범·김수인 선본에 23표차로 승리했다. 하지만 김기욱 씨가 여론조작을 했다는 사실이 이의제기 기간이 끝나 당선이 최종 확정된 5월 18일, 크누아넷 운영자(이하 ‘운영자’)를 통해 밝혀졌다. 김기욱 씨는 강제로 닉네임을 변경하기 위해 탈퇴와 재가입을 여덟 차례 반복했는데, 이 기록이 운영자의 의심을 산 것이다. 운영자는 이것이 보안 상 위험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해당 계정(김기욱 씨)을 차단한 뒤 공지문을 게시했다. 학생들은  이에 해당 계정이 작성한 게시물들이 선거와 관련이 돼있냐고 질문했고  운영자는 해당 계정이 김기욱 씨의 계정이며 작성한 게시물이 선거와 직접적으로 관련돼있다고 밝혔다. 운영자는 해당 계정 차단 처리 직후 이메일을 통해 김기욱 씨에게 연락을 받았고, 분당 근무지에서 김 씨와 직접 만났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김기욱 씨 본인이 맞는지, 선거 관련 글을 작성한 것도 맞는지 등의 사실을 확인하고 이 사항들을 공지하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김기욱 씨는 학내 포털사이트 ‘누리’에 게시물을 올려 죄송하다는 입장을 전달하면서도 “크누아넷은 [사실상] 익명성을 보장하는 사이트가 아니”라며 크누아넷의 개인정보 관리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김기욱 씨와 운영자가 누리 글과 공지를 게시하며 몇 차례 진실 공방이 오가는 과정에서 양측이 모종의 ‘운영 지원금’에 대해서도 논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어느 쪽에서 먼저 이야기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2, 3백만 원 정도의 학생회비를 크누아넷 지원금 명목으로 제공하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은 양측이 모두 에둘러 인정했다. 김기욱 씨가 총학생회장 지위를 남용해 사건을 덮으려 했거나 크누아넷 운영자가 김기욱 씨의 여론조작을 모르는 척해주는 대신 댓가를 요구한 것이라고 해석될 만한 여지가 충분하다.

 

한편, 김다예 씨는 크누아넷에서 본인임을 밝히고 계정 차단 직후 김기욱 씨와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누리에 게시한 글에서는 “저는 일체 가담한 적이 없다”며 “김기욱 씨의 행동을 규탄”하고 “김기욱 씨의 사퇴를 요구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한, “부총학생회장으로서 크누아넷의 개인정보 관리 행태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러닝메이트로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만큼 본인은 전혀 알지 못했던 일이라 하더라도 파트너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함께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지 않느냐는 여론이 거세지자 동반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기욱 씨가 선거 기간 중 크누아넷에 올린 글 중 일부

김기욱 씨가 선거 기간 중 크누아넷에 올린 글 중 일부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

 

지난 5월 27일에는 기호 1번 김기욱·김다예 선본의 당선 무효화와 해당 안건이 의결될 경우 발생하는 총학생회의 공석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전체학생대표자회의가 긴급 소집됐다. 원학생회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소집했으며, 허정인 미술원 부회장이 의장을 맡아 회의를 진행했다. 김기욱 씨와 김다예 씨도 전학대회에 참석했다. 김기욱 씨는 본 회의에 앞서 주어진 발언 시간에 “선거기간 동안 저의 행동은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부끄러울 따름”이라며 사죄의 뜻을 밝혔다.

 

이어진 본회의에서는 지난 보충선거에서 김기욱·김다예 씨의 당선을 무효화한다는 안건이 찬성 24표, 반대 1표로 통과됐다. 당선 무효 결정에 따라 공식적으로는 보충선거 당시 김기욱·김다예 선본의 총학생회 임기를 인정하지 않게 되었다. 순서상 당선이 확정된 이후에 임기를 시작하는데, 당선 자체가 무효화되었기 때문에 제19대 총학생회는 공석이었던 것으로 기록된다. 결과적으로 김기욱 씨는 ‘전’ 총학생회장이 되는 데에도 실패했다.

 

이후 재투표를 할 것인지, 재선거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에서는 재투표를 하자는 안건이 채택됐다. 재투표는 기존 선본을 유지한 채 투표만 다시 실시하는 것이고, 재선거는 후보 등록 절차부터 다시 진행하는 것이다. 다만 기호 1번 김기욱·김다예 선본의 후보 자격이 박탈돼 재투표는 선승범·김수인 후보에 대한 찬반투표로 진행됐다. 안건 표결에 앞서 보충선거 결과를 유지한 채 후보 자격만 박탈해 자동으로 기호 2번 선본으로 총학생회를 구성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안건으로 상정되진 못했다.

 

이어 개표 가능 투표율을 기존 40%에서 35%로 하향 조정하자는 안건이 상정되었지만 낮은 투표율로 당선된 학생회의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부결됐다. 그러나 이후 투표 날짜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투표 기간 중 많은 원의 실기 시험 일정이 투표 일자와 겹쳐 어려움이 있다고 알려졌다. 또한 몇몇 학생이 “투표 기간을 사흘에서 닷새로 늘리는 것과 투표율 기준을 낮추는 것이 다르지 않다”며 “정당성의 문제보다 총학생회가 구성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문제가 훨씬 더 크지 않느냐”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거수 투표가 진행됐고 앞서 부결됐던 투표율 하향 조정 안건에 대한 재의결을 실시했다. 그 결과 과반 이상의 찬성으로 개표 가능 투표율을 35%로 낮추는 안이 통과됐다.

 

이번에 실시된 네 번째 투표에서도 총학생회가 구성되지 않을 시에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남은 총학생회 임기를 대신할 예정이었다. 원학생회장단으로 구성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는 총학생회 예산을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없다. 더군다나 원학생회 회장들이 총학생회의 업무까지 분담하면 원학생회의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는 문제도 발생한다. 다행히 이번 네 번째 투표에서 총학생회가 구성되면서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

 

방학과 인수인계 기간을 제외하면 이번에 당선된 제19대 총학생회의 임기는 실질적으로 3개월 남짓에 불과하다. 재투표 전까지도 총학생회 부재로 인한 학내 사회의 혼란은 이미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정도였다. 1학기 종강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까지 교학협의회가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을 뿐더러 강제추행 사건이 여전히 해결 되지 않고 있는 등 각종 학내 현안에 대해 적극적인 대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학교 측은 ‘한예종 강제추행 사건 해결을 위한 학생연대’가 공식적인 학생 대표가 아니라는 명분으로 여태껏 학생들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아 왔다.

 

이런 상황에서 부정선거로 인해 재투표를 실시하게 되면서 3주 정도의 시간이 더 낭비된 것이다. 투표 비용이 또다시 소모된 것은 물론, 한시라도 급한 사안들이 그 기간 만큼 방치되어야 했다.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서이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