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사건, (어떻게) 해결되고 있나?

21일 총무과·학생과와의 대화 진행돼

29일 총장과의 대화 가져

 

강제추행 문제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피해 학생이 주장하는 가해자의 사표 수리 철회가 이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예종 강제추행 문제 해결을 위한 학생연대(이하 학생연대)는 지난 5월 19일 정기회의에 이어 21일 김봉렬 총장과의 대화를 추진했으나 김 총장의 부재로 무산됐다. 학생들은 대신 징계 및 사표 수리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부서인 총무과 등 학교본부 실무자들과 대화를 진행했다. 이 대화에서 학생들은 본부 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이에 대해 항의했다. 29일에는 총장을 비롯한 학교 측 인사들과 학생연대의 회의가 진행됐다.

 

21일 총장실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학생들
21일 총장실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학생들

 

 

총무과와 대화

 

5월 21일 이루어진 대화에서는 △총무과 서무계장 및 주무관 △양성평등상담실장 △학생과장 등이 참석했다. 총무과장은 학생연대 측과 일정을 조율하는 사이 다른 일정이 생겼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대화에 앞서 학생연대는 총장과의 대화를 요구하며 석관동 캠퍼스 예술극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총장실을 항의 방문했다. 한편, 학교 측은 학생연대의 집회 일정이 알려지자 “학교의 입장을 설명하겠다”며 ‘설명회’를 제안했다. 학생연대 측에서 “설명이 아니라 대화와 사과가 필요하다”며 거부했으나 결국 학생연대가 총장실에 방문한 뒤 교직원들이 올라와 대화가 진행됐다.

 

이날 대화에서 학생 측은 “책임자가 과연 누구인지”에 대해서 질문했고 총무과 측은 “가해자가 첫 번째 책임자”라며 “어떠한 형태로든 우리는 총장님 명의로 답변을 했다”고만 대답했다. 또한, 학생 측에서 “왜 조사위원회와 징계위원회 과정에 대한 정보를 학생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는가”라고 질문하자 총무과측은 “본래 징계위원회 과정은 극비로 진행된다”고 원론적인 차원에서만 대답했다. 피해 학생이 개시한 대자보를 학교 측에서 철거한 것에 대해서는 학생과장이 “의사 표현의 자유는 존중한다”면서 “[대자보를 철거한]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겠다”고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연이어 사표 수리에 대해서 학생 측이 “사표 수리가 철회할 수 없는가”라고 질문하자 총무과 담당자는 “결정을 번복하기 어렵다”고 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학생 측은 지속적으로 △닷새 안에 총장 명의로 된 공식적인 사과문을 누리 등에 공개적으로 게시할 것 △일주일 안에 김봉렬 총장과 총무과장 등이 참석하는 회의 자리를 마련할 것 등을 학교 측에 요구했으나 직접적인 답변은 얻지 못했다. 이후 대화가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며 말이 빙빙 돌자 양측은 대화를 마쳤다.

 

 

학생연대의 요구안

 

학생연대는 5월 29일로 정해진 총장과의 대화를 앞두고 학교 측을 향한 요구안을 명문화하였다. 첫 번째 항목은 “피해 학생의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라”는 것으로 “사표 수리를 철회하거나 혹은 이에 상응하는 노력을 취할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와 관련해 학생연대 측에서는 “피해자가 지난 10개월간 여러 차례 학교 본부에 다양한 경로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 실무자들과 접촉을 시도하며 사건 진행 경위 등을 문의하였으나 이 과정에서 충분한 정보와 보호를 제공받지 못한 점”을 문제제기 했다.

 

두 번째 요구안은 “공개적인 사과문 발표”다. 학생연대 측은 김 총장이 피해자에게 직접 “가해자의 사표는 수리하지 않는 것으로 들었다”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발송한 바 있으나 추후 사표가 수리된 경위에 대해 피해자가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 또한 양성평등상담실 주무관이 가해자가 한예종사과하는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피해학생에게 강제로 보게 한 것, 피해자가 가지는 권리와 관련 조항에 대해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으며 가해자에게 접근금지 명령을 내려달라는 요구를 묵살한 것, 총무과 서무계장이 피해학생에게 “그건 학생 개인의 인격 문제인 것 같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학생연대 측에서는 △행정 편의적인 관료주의 문화 개선 △관련 책임자들 명의의 공개 사과 △김봉렬 총장의 유감 표명과 향후 적절한 조치 약속 △향후 피해자에 대한 심리적·의료적·법률적 지원 보장 △기타 사건 해결과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 등과 같은 사항이 사과문에 담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지는 세 번째 요구안은 추후에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방지책으로 △사건 조사 과정에 학생 대표가 참여할 수 있는 권한 보장 △총체적인 학내 관련 의식 실태조사 실시와 이에 기반한 구체적인 개선안(전체 구성원에 대한 성교육 강화 등) △헌법상 언론·출판의 자유를 명백하게 제약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게시물관리규정」의 개폐 등이다. 특히, 학생연대는 대자보 철거에 관해 “석관캠에서 근무 중인 가해자를 피해자가 목격하여 그 다음날 대자보를 부착하였으나 학교는 대자보 게시 주체가 익명이라는 이유로 이를 철거”했고, “연극원 학생회 명의의 대자보를 부착하였는데 이에 대해서도 철거를 요청”했다는 것을 문제삼았다.

 

 

총장과 대화

 

5월 29일 오후 2시 석관동 캠퍼스 본부 4층 총장실에서 열린 총장과의 대화에는 김봉렬 총장을 비롯해 △교학처장 △사무국장 △총무과장 △학생과장 △양성평등상담실장 등과 학생연대 측 8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학생연대 측은 요구안을 주장했고 이에 대해 사무국장은 “외부 전문가들을 초빙해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보장하고, 징계 절차에서 참고인의 지위로 피해자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성범죄 예방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며 김 총장은 “공식적인 학교의 입장을 유감과 사과와 재발방지에 대한 입장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사표 철회에 대해서 김 총장은 “사표 수리 철회는 징계위원회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총장이 관여할 수 없다”고 밝혔고, 이에 대해 학생 측은 “총장은 징계 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재심의 청구권이 있지 않았느냐”며 “징계위원회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마라”고 답했다.

 

총장과의 대화가 있었던 다음날인 30일에 피해 학생은 페이스북에 “사표 수리 철회 이외의 대안은 없다”고 올렸다. 피해자는 “규정이 없어서 보호받지 못한 것이 아니”라며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규정이 이미 마련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어 피해 학생은 “학교가 본인들이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고, 시스템을 개선하고자하는 의지가 있다면, 이번 사건으로 인해 피해를입은 학생을 위해 시스템의 문제로 야기된 사표수리를 철회함으로써 책임을 져야 한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총장의 사과문

 

6월 4일 김 총장은 교내 포털사이트 누리에 “학생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으로 사과문을 올렸다. 김총장은 사과문에서는 “학교가 […] 일처리 과정과 학생 보호에 소홀했던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밝히며 이어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심리·의료·법률적 도움을 포함한 최대한의 노력”과 “양성평등상담실 등 관련기구에 전문가를 보강”하고 “성 관련 범죄가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가해자의 사표철회에 대해서 가능한지 법률 자문을 의뢰한 상태”라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공유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학생연대는 사과문에 대해 “제목에 사과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과 함께 사과문을 출력하여 학교에 대자보를 붙이도록 요구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김 총장이 사과문에서 지원을 약속한 양성평등상담실는 만성적인 지원 부족에 시달려왔다. 현재 양성평등상담실에서는 1명의 담당자가 석관동·서초동 캠퍼스의 사건을 모두 처리하고 있으며 상위 기관인 여성활동연구소의 연간 지원금은 100만 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상연 기자

 


 

다음은 김봉렬 총장의 사과문 전문이다.

 

 

학생 여러분께 드리는 글

 

안녕하세요, 총장입니다.

 

먼저, 지난해 발생한 강제추행 사건과 관련하여 학교가 보여준 일처리 과정에서 미흡했던 점, 학생 보호에 소홀했던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이번 사건으로 상처를 입으신 피해 학생에게 깊은 유감과 함께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5월 29일, 한예종 강제추행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학생 대표들과의 대화가 있었습니다. 학생 여러분의 뼈아픈 고언과 질타를 들으면서 총장이기 이전에 스승으로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학교에서는 학생 대표들과의 대화과정에서 논의된 사항들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추진하겠습니다.

 

첫째, 피해학생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무엇보다도 피해학생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건강하게 학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심리·의료·법률적 도움을 포함한 최대한의 노력을 하겠습니다.

 

둘째, <가해자의 사표철회>에 대해서는 가능한지 법률자문을 의뢰한 상태입니다. 결과가 나오면 조속한 시일내에 학생 대표들과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성추행 대상자의 사표수리를 보류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등 제도 개선도 추진하겠습니다.

 

셋째, 양성평등상담실 등 관련기구에 전문가를 보강하고 이번 사건처리 과정에서 나타난 미비점을 보완하여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지원 시스템을 갖추겠습니다. 또한 직원대상 직장교육을 강화하는 등 성관련 범죄가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무엇보다 학생 여러분들이 학교의 주인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학생의 입장에서 지원하는 행정, 학생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귀담아 듣고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겠습니다.

 

그동안 피해학생을 비롯한 학생 여러분들이 느꼈을 학교에 대한 실망과 불신에 대해 총장으로서 그 책임을 통감합니다.

 

다시 한 번 전체 교직원을 대표하여 피해 학생에게는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약속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5년 6월 4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김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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