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글빙글 폴댄스

스트립클럽을 거쳐 취미의 세계로까지 들어온 폴댄스 알아보기

 

할리우드 영화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폴댄스 장면들을 떠올려 보라. 스트립클럽의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몸의 일부를 겨우 가린 여자들이 스테이지 위에서 봉을 잡고 현란한 춤을 추는 모습. 춤과 아크로바틱 기술을 결합한 형태인 폴댄스는 실제로 스트립클럽과 나이트클럽에서 주로 행해졌고, 많은 영화에서 묘사된 폴댄스는 이렇게 관능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해 소비된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폴댄스를 가르치는 학원이나 체육관들을 종종 볼 수가 있으며 폴댄스를 하는 모임까지 생겨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의 스트립 댄서들이나 추는 ‘야한 춤’이라 인식되던 폴댄스는 어떻게 일상 속 취미의 영역까지 오게 된 것일까?

 

폴댄스를 일상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늘고 있다
폴댄스를 일상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늘고 있다

 

 

‘봉춤’의 탄생

 

흔히 ‘봉춤’이라고 불렸던 폴댄스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지 알아보자. 봉을 사용하는 체조의 기원은 인도 전통 기계체조인 말라캄(mallakhamb)에서 시작됐다. 말라캄은 나무 혹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봉이나 밧줄을 중심에 두고 여러 가지 동작을 취하는 체조다. ‘말라캄’이란 말은 ‘힘이 센 남자 또는 체조선수’를 뜻하는 단어 ‘말라(malla)’와 ‘봉’을 뜻하는 단어 ‘캄(khamb)’을 조합해 만든 말이다. 과거에 사용됐던 말라캄용 봉은 주로 나무로 만들어졌으며 현재 쓰이고 있는 폴댄스용 봉보다 더 굵은 편이었다. 말라캄을 하기 위해선 다리, 발등, 허리 그리고 겨드랑이 등 몸의 거의 모든 부분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1920년대에 들어오면서 미국의 유랑 서커스 극단 등에서 봉을 천막 중앙에 두고 폴댄스를 시작했다는 설이 있다. 폴댄스는 서커스 천막에서부터 술집으로 퍼져나갔다. 최초로 기록된 폴댄스 퍼포먼스는 1968년에 미국 오레곤에 위치한 머그웜프 스트립 클럽(Mugwump Strip Club)에서 벨 쟁글스(Belle Jangles)가 선보였던 것이라고 한다.

 

1980년대부터 폴댄스는 캐나다와 미국에서 스트립쇼의 본격적인 주요 요소로 자리 잡게 되었다. 동시에 중국 서커스에서 많이 활용됐던 차이니즈 폴이 전세계적으로 퍼졌고, 이에 차이니즈 폴의 동작이 다양한 형태로 발전돼 지금의 폴댄스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성적 코드

 

폴댄스가 함의하는 성적 코드는 다름 아닌 ‘폴(기둥)’에 있다. 길게 뻗은 봉은 남성의 성기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봉에서 거꾸로 매달려 다리를 벌리는 등의 동작의 선정성은 이제까지 미디어에서 폴댄스를 다루어왔던 것처럼 부정하기가 어렵다. 이에 최근엔 영국과 칠레에서 어린이들까지 폴댄스를 배우는 사례가 생겨나자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교습소에서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는데 폴댄스가 아무리 봉을 이용한 스포츠라고 해도 성행위 동작을 연상시키는 느낌을 부인할 수 없다는 데서다.

 

폴댄스가 함의하는 성적 코드는 다름 아닌 ‘폴(기둥)’에 있다. 길게 뻗은 봉은 남성의 성기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봉에서 거꾸로 매달려 다리를 벌리는 등의 동작의 선정성은 이제까지 미디어에서 폴댄스를 다루어왔던 것처럼 부정하기가 어렵다. 이에 최근엔 영국과 칠레에서 어린이들까지 폴댄스를 배우는 사례가 생겨나자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교습소에서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는데 폴댄스가 아무리 봉을 이용한 스포츠라고 해도 성행위 동작을 연상시키는 느낌을 부인할 수 없다는 데서다.

 

앤드류 버그만 감독의 1996년 작 <스트립티즈>엔 스트립바에서의 폴댄스가 세세히 묘사되어 있다. 이 영화의 배경은 미국 플로리다 남부에 위치한 스트립바이며, 주연인 스트립퍼 에린 그랜트의 역할은 배우 데미 무어가 맡았다. 조명이 켜지면서 등장하는 에린은 와이셔츠와 재킷을 걸치고 나오지만 폴을 잡고 빙글빙글 돌면서 겉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한다. 그리고 춤을 추는 중간 중간 몸을 앞뒤로 흔들면 바 안의 손님들은 열광한다.

 

 

스포츠의 영역

 

그런데 폴댄스에 대한 일반적인 선입견을 바꾸기 위한 노력은 폴댄스 대회 관계자들로부터 비롯됐다. 성적인 의미를 내포하기보단 스포츠로서 폴댄스를 즐길 수 있다는 걸 대중에게 보이기 위해서였다. 국제 폴댄스 연맹(International Pole Sports Federation)을 창설한 티모시 트라우트맨(Timothy ’Tim’ Trautman)은 “폴댄스는 스트립 클럽에서 유래되지 않았다. 훨씬 전부터 있던 스포츠다”라고 말하며 스포츠로서의 폴댄스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렇게 폴댄스를 운동으로 여긴다면 선정성 논란 또한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07년 중국에서 열린 전국 폴댄스 대회에선 장펑(Zhang Peng)이라는 23세 중국 남성이 여성댄서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남성들도 충분히 여성들과 함께 폴댄스를 즐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이렇게 폴댄스 협회 관계자들은 운동을 목적으로 폴댄스를 배우는 남성들이 점점 생겨나면 과거에 여성을 대상화하는 수단 중 하나였던 폴댄스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뀔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목소리를 낸다. 한국폴댄스협회장 강현주는 “(폴댄스협회가) 2010년 창단이래 건전한 스포츠활동을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으며 올림픽종목 채택여부에 관하여 국제교류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한다.

 

체형과 사이즈, 성별에 관계 없이 폴댄스를 할 수 있다
체형과 사이즈, 성별에 관계 없이 폴댄스를 할 수 있다

 

 

대중화의 시작

 

우리나라에서 폴댄스가 대중화의 첫걸음을 떼게 된 데에는 아이돌 가수들의 공이 크다. 지난 2012년 10월에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멤버 가인이 솔로활동을 시작하면서 발표한 곡 ‘피어나’ 뮤직비디오엔 봉을 잡고 공중에서 움직이는 모습이 나온다. 하지만 폴댄스가 본격적으로 대중 앞에 나온 것은 지난 2013년 걸그룹 애프터스쿨은 ‘첫사랑’ 뮤직비디오에서다. 이 곡의 주요안무는 폴댄스 동작으로 꾸며졌다. ‘첫사랑’ 뮤직비디오를 보면 첫 장면부터 봉을 잡고 그 위에서 날아다니는 듯한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애프터스쿨은 뮤직비디오에서 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가요 프로그램에서도 설치된 봉 위에서 폴댄스를 선보였다.

 

걸그룹 애프터스쿨의 '첫사랑'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걸그룹 애프터스쿨의 ‘첫사랑’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취미로 즐겨요

 

여성 아이돌 가수들의 안무에 성적인 의미가 담겨 있음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이트클럽의 스트립 댄서가 아닌 대중에게 익숙한 걸그룹이 폴댄스를 이용한 안무를 선보이자 국내에서도 폴댄스를 직접 배우고 운동의 한 방법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강도 높은 체력과 유연성이 요구되는 활동이기에 폴댄스를 배우는 사람들은 단순히 춤을 춘다기 보다는 체중을 감량하고 근력을 기르기 위해 시작한 경우가 많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폴댄스를 배울 수 있는 곳은 전문가를 양성하는 한국폴댄스협회와 대한 폴스포츠협회를 비롯해서 취미 폴댄스를 하려는 이들을 위한 사설 학원 등이 있다. 서울에 위치한 어느 폴댄스 학원은 “폴을 이용한 댄스동작을 지속적으로 해주면 성장판을 자극돼 아이들의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며 홍보를 하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우리나라에선 종교적인 정신수양 및 명상에서 비롯된 요가와 제1차 세계대전 중 포로들의 재활치료를 위해 시작된 필라테스가 일상적인 스포츠로 들어온 바 있다. 과연 폴댄스 또한 향후 몇 년 사이에 일반인들과 친숙한 장르의 스포츠로 여겨질 수 있을까? 서울 강남 등에 위치한 폴댄스 전문학원에선 초보자들을 위한 수업과 할인 이벤트 등으로 수강생들을 모으고 있다. 이런 현상이 과연 또 하나의 ‘다이어트 상술’로 유행이 될지, 일반인들이 체력도 기르며 새롭게 즐기는 취미활동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신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