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가 어쨌다구?

담배는 숭고하다 서평

 

2015년이 되면서 우리가 맞이한 변화 가운데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십중팔구 ‘담뱃값 인상’이라 답할 것이다. 올해 1월 1일이 되면서 담배 한 갑 당 2000원 가량 가격이 인상되었다. 또한 금연구역을 확대하는 등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다소 이론의 여지는 있지만, 정부는 담뱃값 인상이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금연을 하기 위해 애써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담배를 끊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담배를 끊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하면, 브루스 보헬은 “담배를 끊는 것은 내가 여태껏 한 것 중에서 가장 쉬운 것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그것을 하루에도 수천 번씩이나 끊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바 있으며, 마크 트웨인은 “모든 것에는 ‘처음’이라는 것은 단 한 번밖에는 없는 반면, 담배에는 ‘마지막’이라는 것이 셀 수 없이 많다.”라는 말을 남겼다.

 

『담배는 숭고하다』 책 표지
『담배는 숭고하다』 책 표지

 

마침 담배에 관한 책이 번역되어 나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새롭게 출간된 책은 아니고 1995년에 국내에 번역, 출간된 것이 이번에 출판사를 옮겨 복간되었다. 저자 리처드 클라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책은 “문학적 비평서이며 동시에 대중문화와 정치적 연설, 그리고 이론적 연습에 대한 분석이자 담배에 대한 송시”이다. 미국 코넬 대학교의 불문과 교수 클라인 이 책에서 문학과 철학, 정신분석학 등의 광범위한 분야의 학문과 지식을 접목시켜서 담배와 흡연 습관을 해부하고 있다. 저자 또한 담배를 끊고자 하는 절박한 욕구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담배를 피우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습관의 특정한 성질을 이해하고 일반적인 조건들을 결정지을 필요가 있다고 느꼈고, 그리하여 오늘날 담배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유익한 성질과 만족의 조건들을 파헤쳐 줄 (담배를 끊기 위한 최초의, 그리고 필수불가결한 단계로서의 ‘담배에 관한 또 하나의 견해’를 제시하기 위한) 책을 쓰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말보로는 세계 최초의 필터 담배였다
말보로는 세계 최초의 필터 담배였다

 

리처드 클라인은 이 책의 제2장(책의 제목과 같은 담배는 숭고하다라는 제목이 붙어있다)에서 칸트의 판단력 비판에서 ‘숭고’의 개념을 끌고 들어와 ‘부정적인 미’에 대해 논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는 대로, 칸트에게 숭고는 (단순히 아름다운 것만이 아닌) 고통의 순간을 동반하고, 그렇기 때문에 부정적인 쾌락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 책의 주장에 따르면 칸트의 숭고의 해부는 담배의 모순적인 미와 역설적인 쾌락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되는 글이다. 우리가 담배에서 발견하게 되는 미(美), 역시 (죽음을 극복하기도 하고 또한 죽음을 겪기도 하는) ‘부정적인 미’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오히려 담배가 몸에 나쁘기 때문에 흡연을 지속한다며, 담배가 건강에 정말로 좋다고 한다면 담배를 피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 이야기하기도 한다.

 

담배의 엄청난 중독성과 유독성이 담배의 ‘음침한’ 미를 구성하고 있는데, 바로 그러하기 때문에 담배에서 결코 좋지 못한, (칸트의 표현으로) 부정적인 심미적 쾌락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처드 클라인은 담배연기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이 대목에서 인상적인 부분을 말하자면, 그것은 다음과 같다. “담배연기는 몇 개의 동그라미 모양으로 내뿜어지고 다른 동그란 담배 연기 속에 합류되어 사라진다. 영혼은 담배연기처럼 일원론적이지 못하고 이질적이며 복합적이다. 몇 개의 동그라미 모양의 담배연기는 동시에 모두 다 똑같은 동그란 연기이며 이것들이 버리고 또 반복하는 그 다음의 담배연기와 구분이 불가능하다. 단일적이고 일원적인 것, 복합적이고 이질적인 것, 밖으로 내뿜는 영혼, 연기로 사라지는 것, 이 모든 것들은 일시적인 운동이며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시간 그 자체의 운동이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이 책의 다섯 번째 장이다. 이 책에 따르면 파리에서 담배가 유행하게 된 계기는 전쟁에서 귀환하는 프랑스 군인들이 담배를 가지고 돌아온 후라고 한다. 참전 중의 이 군인들에게는 담배가 지급되었는데, “담배는 군인의 상태의 잔인성을 순간적으로 감춰줌으로써 군인에게 행복감을 가져다준다. 담배는 야누스처럼 향수를 불러일으키거나 꿈과 같은 기대 속에서 사색하는 그런 지적 입장을 허용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실제로 사람들이 긴장감과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시기에는 담배의 소비가 증가하게 된다. 니코틴의 심리적 효과는 두 단계인데, 니코틴은 불안감을 증대시키는 대가로 혈압과 맥박을 상승시켜줄 뿐 아니라 그 다음 순간에는 이것들을 하강시키고 뚜렷한 안도와 위안을 생산한다. 우리가 담배를 피울 때, 니코틴은 혈관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갑자기 맥박과 동맥의 압력을 극적으로 상승시키며 담배가 공격하기로 되어 있는 긴장된 불쾌감의 신경을 역설적으로 거슬리게 하기도 한다. 담배를 한 모금 크고 깊게 빨면 불안과 연관이 있는 심리적 증상이 실제적으로 더 악화되고는 하지만, 그런 악화의 장점은 그런 심리적 효과를 특정의 확고한 원인, 즉 내가 지금 피우고 있는 이 담배에 묶는다는 점이다.

 

담배를 입에 문 군인
담배를 입에 문 군인

 

불안이 “걱정되는 것에 직면해서도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는 것”이라는 하이데거의 말을 떠올려볼 때, 전에는 막연하게 불안의 원천이었던 것 대신에 정확한 근원을 대치시키는, 이것은 ‘불안이라는 병을 제거하기 위한 첫 단계’인 것이다. 프로이트가 쾌락원칙을 넘어서에서 설명하듯, 쾌락원칙의 아래에는 ‘죽음 충동’이라고 하는 것이 깔려있다. 리처드 클라인은 우리가 담배를 피우는 것이 “일정량의 니코틴을 소화함으로써 그 유기체는 죽음을 앞당기며, 통제를 하지 못하게 되는 과정 대신에 죽음을 향한 그 자신의 길을 대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19세기 초부터 담배를 피우는 것은 항상 혐오감, 부정, 그리고 죽음과 연관되어 왔다. 담배에 대한 최초의 반대는 의학적 차원이 아니라 도덕적 차원에서였다. 다시 말해서 성직자들은 담배가 마음을 어지럽히는 약이며 아편성 물질로서, 사람들을 위협하는 쾌락과 위안의 힘을 가진 것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리처드 클라인은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흡연가는 그의 담배를 통해서 인생을 살며, 담배는 곧 그의 삶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없애버리는 것은 그에게서 건강이라는 이름으로 그의 존재의 한정적 순간을 박탈하는 것과 같다. 흡연가들은 사르트르의 말, 즉 담배가 없는 삶은 살 가치가 거의 없다는 말에 수긍할 것이다. 만약 흡연이 그가 살고 있는 삶의 방식이라면 그는 좋은 날도 가질 것이고 나쁜 날도 가질 것이다. 비록 담배를 포기하든 그렇지 않든, 그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보들레르의 문장을 하나 덧대어 함께 읽어보는 것으로 끝내고 싶다. “나는 담배를 통해서 ‘증발’되기도 하고 ‘집중’되기도 한다. 문제의 핵심은 바로 그것이다.” (벌거벗은 나의 심장 중에서)

 

(전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