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다고만 하면 어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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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일 하루 동안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벌였다. 이들이 속한 전국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쪽은 지난달 27일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간접고용은 현대판 농노제였다”며 총파업을 선언한 바 있다. 서경지부에 속한 14개 분회와 이들이 소속된 19개 용역회사는 지난 2월까지 임금협상을 위한 단체교섭을 벌였으나 지난달 5일 결렬됐다.

단체교섭에서 노조 쪽은 시중 노임단가의 87.7%인 시급 7천원을 제시했으나 사측은 동결안을 고수했다. 또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낸 쟁의조정 신청 또한 무산됐다. 이날 노동자들은 입학식 전 학교 예술극장 앞에 모여 구호를 외치며 결의를 다졌다.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하자 강의실이나 작업실, 과실 등이 정돈되지 않아 어수선했으며, 화장실에는 필요한 비품이 비치되어 있지 않아 학생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이날 학생들이 겪은 불편은 학교에 노동자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들이 받는 월급은 한 달에 139만원이다. 세금을 제외하고 나면 이들 수중에는 120만원 정도가 남는다. 현재 서울 1인 가구 한 달 평균 생활비는 145만원이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정한 최소 생계비는 3인 가구 ・기준으로 약 월 133만원이다. 노동자들은 ‘지금 받는 월급으로는 생활이 어려우며, 임금 인상 문제는 생존을 위해 꼭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시설∙경비∙청소 업무 등을 (주)거성지엠에스에 위탁하여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간접고용하고 있다. 한 청소노동자는 “용역업체는 우리들의 임금을 올려주면 남는 이윤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파업을 마친 뒤 사쪽의 입장 변화가 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답했다. 그는 “용역업체가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는다”며 “학교에서 용역업체에 추가로 주는 돈을 주느니, 우리를 직접고용하고 임금을 인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청소노동자 또한 “원청(학교 본부)이 해결해줘야지, 용역업체는 힘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생활임금 수준은 되어야 하는데, 생활임금 수준도 안되니 지금 원청을 상대로 투쟁하는 것”이라며 “(결정권이 없는) 용역업체를 붙잡고 이야기해봤자 소용도 없으니 학교가 우리를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했다.

학교 쪽은 이번 파업에 대해 특별한 입장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설관리과 아무개 주무관은 파업에 대한 학교의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번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의 문제는 학교가 아닌, 노조와 계약회사(거성지엠에스) 간의 문제이지 학교와 관련된 문제가 아니다”며 “따라서 학교는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후속 대책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것 또한 노조와 계약한 업체가 합의하여 결정한 것이 없으므로 (우리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그것(직접고용)은 어렵다”고 답했다. 학교의 입장에 노동자들은 답답해하고 있다. 학교의 입장을 전해들은 청소노동자 아무개 씨는 “결국 원청이 나서야 해결될 문제인데 모른다고만 하면 어떡하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3월 3일부터 7일까지 3일가 농성으로 경희대학교의 노동자들이 원청과 임금 협상에 성공하였고, 홍익대를 비롯한 서울권 4개 대학도 임금협상에 성공하였다. 또한 13일 오후 1시경에 있었던 단체 노사교섭에서 광운대와 동덕여대 협상에 성공했다. 그러나 한예종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원청에게도, 사측에게도 뚜렷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청소노동자 아무개 씨는 “이번 임금협상은 사실상 마지막이라고 봐야 한다. (학교쪽에서)대책이 없다고 하는데, 수요일까지 답이 없으면 오는 목요일 파업에 돌입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청소노동자 아무개 씨와 일문일답.

 

―파업을 벌인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해마다 단체로 임금 협상을 한다. 노조(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에 속한 14개 분회와 19개 용역 업체가 단체로 임금 협상을 하는 것이다. 8차까지 임금 협상이 있었는데 계속 교섭이 결렬되었다. 그래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거기서 열흘 간 교섭을 했으나 그것 또한 결렬되었다. 그래서 각 학교마다 투쟁하게 된 것이다.”

 

―노동자들의 요구 사항은 무엇인가?

“임금 인상 및 식대 인상, 상여금 인상이다.”

 

―교섭이 결렬된 이유는 무엇인가?

“교섭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용역회사 쪽이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한 달에 받는 임금은 얼마인가?

“세금을 제하지 않으면 139만 원이다. 세금을 제하고 나면 120만원 남짓 남는다.”

 

―노동자들 대부분 부양가족이 있는지?

“그렇다. 대부분 부양가족을 위해 일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기준 3인 가구 최저 생계비가 월 132만9118원이다. 최저 생계비도 못 받고 있는 셈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나?

“당연히 알고 있다.”

 

―지금 받는 임금으로는 생활하기 힘들 것 같다.

“그렇다. 너무 힘들다.”

 

―사쪽이 임금 인상을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임금을 인상하면) 남는 이윤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못 올린다고 했다.”

 

―현재 (파업 후) 사쪽 입장은 어떤가?

“모른다. 사쪽 입장도 모르고, 학교 쪽 입장도 모른다.”

 

―학교 쪽의 입장은 이번 파업이 노조와 회사의 문제이기 때문에 학교가 개입을 하거나 입장을 밝힐만한 사항은 아니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용역업체를 앞세워서 모른다고 말하고 있지만, 결국 원청이 나서야 해결이 되는 문제다. 모른다고만 하면 어떡하나.”

 

―업무 지시 사항은 누가 결정하나?

“학교에서 직접 지시하지는 않는다. 지시 사항은 용역업체에서 내린다. 하지만 용역업체는 자율적으로 일할 수가 없다. 업체도 일을 시키려면 학교의 결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은 학교가 용역업체를 통해 노동자들에게 지시를 내린다고 봐야 한다.”

 

―용역업체 중간 관리자가 학교 눈치를 보고 있어 노동자들이 건의사항이나 불편한 점 등을 관리자에게 말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이야기가 사실인가?

“사실이다. 중간 관리자나 용역업체는 학교 눈치를 많이 본다. 그래서 건의 사항이나 불편한 점에 대해 말을 못한다. 용역업체도 학교가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하는 입장이라 (학교)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다.”

 

―학교 앞에선 용역 업체도 을인 것 같다.

“완전히 을이다.”

 

―학교에서 일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노조가 생기고 나서 근무 조건이나 환경이 많이 개선되었다. 이제 임금 문제만 해결되면 된다.”

 

―학교나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많은 학생이 우리가 투쟁하는 곳에서 응원도 해주고 연대도 해주는 것이 고맙다. 파업하게 되면 학생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우리가 치워주지 않아 많이 지저분해지는데, 그게 많이 미안하다. 그래도 며칠만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저분하더라도 주변을 치우지 말고 그대로 두었으면 좋겠다. 누군가 그것을 치운다면 우리가 투쟁하는 의미가 없다. 이것을 학생들에게 좀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한예종 학생들한테는 늘 고맙다. 학교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용역업체를 통해 노동자들을 고용했다고 해서 업체 뒤에 숨어있지만 말고, 학교가 해결해주어야 할 문제도 있는 만큼 파업하기 전에 해결해 주었으면 좋겠다.”

 

(강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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