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 후보자들을 만나다 (2)

기호 2번 <물꼬> 선승범(영상원 영상이론과 12)·김수인(미술원 건축과 14) 인터뷰

 

이번 주는 학생회 재선거의 재선거인 보충선거가 열리는 주다. 지난 해 말에 열린 선거에서 총학생회 후보는 나오지 않았다. 올해 초 열린 재선거에서는 단독 선본이 출마했지만 투표율 미달로 개표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두 선본이 나왔다. 전례가 없는 보충선거에, 경선이라는 점이 선거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4월 29일 저녁, 막 그날의 선거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두 선본을 직접 만났다. 후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미뤄두었던 말들을 쏟아냈다. 두 선본은 분위기, 말투부터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까지 많은 점에서 대비됐다. 그러나 총학생회 일에 대한 열정은 마찬가지였다. 어느 쪽을 지지할 것인지 판단하는 것은 학생들 각자의 몫이다. 과연 이번에는 총학생회를 뽑을 수 있을까?

 

(기호 1번 인터뷰는 <총학생회 후보자들을 만나다(1)>)

 

기호 2번 선승범(왼쪽)·김수인(오른쪽) 후보
기호 2번 선승범(왼쪽)·김수인(오른쪽) 후보

 

자기 소개를 해달라.

김수인: 좋아하는 분야가 많아서 주변에서 너는 이것 저것 다 알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듣는 편이다. 지금은 연극, 연출, 극작에 관심이 많으며 그림도 많이 그린다. 사람을 좋아하고 같이 어울리는 것도 즐겨하며, 만나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편이다.

 

선승범: 경기도 파주 시골 본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원래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편은 아니었는데 학교에 입학한 뒤 어쩌다 신문사 일도 하고, 이번에 총학생회 일도 해보겠다고 나서게 되었다.

 

지난 재선거에 단일 선본으로 출마했지만 투표율 부족으로 개표를 하지 못했다. 재선거의 재선거인 이번 보충선거에 다시 도전하게 됐는데, 지난번과는 느낌이 조금 다를 것 같다.

김수인: 투표율이 잘 안 나올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투표율이 저조하니까 무기력해지더라. 단점들도 많이 깨닫고 적극적이지 않았던 제 태도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되었다.

 

선승범: 재선거가 끝난 다음에 선관위에 이의제기를 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몇몇 사람들과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좀 지치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결국 다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지난번 선거 때는 확실히 안일했다. 그전까지 3월 재선거에서도 투표가 무산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 당연히 우리도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유세를 열심히 안 한 것도, 홍보에 부족함이 있었던 것도 인정한다. 이번에는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약집도 발행하고 홍보도 좀 더 열심히 하고있다.

 

가장 고질적인 교내 현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 이유는?

김수인: 학교 내에서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과정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의견이 하나씩은 있지만, 공식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는 데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지나치게 과격한 표현들을 쓸 때도 없지 않다. 다들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나보다. 새로운, 거슬릴 만한 일이 던져지면 지나치게 달려드는 경향이 있다. 관심이 늘었다고도 볼 수도 있지만, 관심이랑 스트레스 해소랑은 좀 다르지 않나라고 생각한다. 그런 분위기를 해소하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공약 얘기를 해보자. 학생들의 생활과 복지에 관한 개선은 총학생회가 당연히 해나가야 할 일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는 어떤 것들을 생각하고 있는가.

선승범: 출마 선언문에도 썼다시피 지난번 선거에 출마했을 때 학교 생활에 직접적으로 와닿는 부분이 적다는 지적을 받았다. 학생들의 생활과 복지에 관한 부분은 자연스럽게 추진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공약들은 총학생회로서 학교의 구조적인 혹은 근본적인 변화들에 대응할 수 있는 사항들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이번에 저희도 생활에 관한 부분을 보강하려고 노력했다. 서초동 캠퍼스의 식단이 여전히 부실하다는 얘기와 석관동 캠퍼스 식당 간식 메뉴에서 주먹밥을 부활시켜달라는 의견도 들었다. 상대편 후보의 생활밀착형 공약을 봤을 때 저희도 다 수긍하는 부분이고 만약에 저희가 당선되더라도 그들의 공약 중에 괜찮은 것들을 아울러 추진해나갈 생각이다.

 

서초동 캠퍼스 증축 및 임시 이전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자 하는지 더 설명해 달라.

김수인: 일단 서초동 캠퍼스 증축·이전 문제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정보 전달이 잘 안 됐다는 점인 것 같다. 서초동 캠퍼스가 어떻게 되냐 마냐에 대해서 학생들 사이에 의견도 분분하고, 소문이 업데이트도 잘 안되고. 직원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학생들을 위해서는 저희가 자주 가서 귀찮게 해야죠. (웃음) 학생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것 같다.

 

선승범: 현재는 당초 계획과 달리 서초동 캠퍼스 공사 규모가 축소된 상황이다. 음악원과 무용원을 대학로로 완전히 이전하는게 아니라 서초캠퍼스에서 학습과 공사를 병행하고 대학로 캠퍼스는 대체 학습장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서초캠퍼스는 크게 건드리지 않는 대신 별동을 신축하고 내부 환경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한다. 학생들 사이에서 별동에 대해 교수들만의 공간으로 쓰이는게 아니냐하는 얘기가 있다고 들었다. 물론 교원들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최대한 학생들의 편의와 그들을 위한 공간확보가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시와 건축 관련 협의를 하며 공사 규모가 축소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학교가 진행 사항의 세세한 부분까지 학생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선이 된다면 원학생회, 각 원장들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학생들의 공간 확보와 정보 공유에 힘쓰겠다.

 

학생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세 번째 공약은 이전 학생회에서도 있었고, 1번 후보의 공약과도 겹치는 부분이다. 그 동안 핫라인을 만드는 등 제도화를 시키려는 노력도 있었지만 학생들과의 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또다시 새롭게 이 공약을 들고 나온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나.

선승범: 저희 또한 그런 문제들을 알고 있었다. 처음 학생고충상담센터(가칭)를 신설하겠다는 공약이 나온 것은 최근 모 교직원의 성추행 논란 때문이었다. 조사위원회나 징계위원회 같은, 학교의 공식적인 문제 해결 기구에 학생들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드러내는 창구를 마련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려고 한다. 교직원과 학생 간의 문제가 생겼을 때 피해 신고, 사건 접수, 사건 조사, 피해자 보호, 심리 상담 등의 일련의 과정과 학생 대표들이 이 문제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 보장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는 관련 규정을 개정해서 학생대표의 참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김수인: 양성평등상담실에 학생이 상담을 하러 온 학생에 관한 정보를 구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개인 정보 보호라는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이와 관련된 최소한의 통계 자료는 학생들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유형의 사건이 발생하는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정도는 공유되어야 한다. 일이 생길 때마다 매번 학생 개인이 학생회를 찾아와서 도움을 구하는 것은 힘든 일이기 때문에 학생회가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생들의 문제에 대해 대략적이나마 인지하고 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네 번째 공약에서 학생들의 인권 보장과 학내 민주주의 활성화에 힘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학생회칙에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성소수자 차별금지를 명시하겠다고 했는데 어떤 이유에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나. 명문화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김수인: 주변 소수자 친구들에게 이런 공약은 어떠냐고 물었을 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는 대답을 들었다. 아직까지 학생회칙에 이런 내용이 명시된 학교는 고려대학교 한 군데라고 알고 있다.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편안하게 얘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선승범: 소수자에 대한, 그리고 모든 시민에 대한 균등한 권리 보장은 한국 헌법이나 유엔 인권선언 등에서 당연하게 규정된 것이다. 성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려는 움직임도 국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학생회칙에 성소수자 차별 금지나 장애학생의 이동권을 보장한다는 문구를 넣는 것만으로 당장 변화한다고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이게 변화의 첫 발걸음이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또한, 명문화라는 방법에 대한 실효성 비판이라면 당연히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인권 보장이라는 대의는 타협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반대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분들이 우리 학교에 많지 않다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그분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문제들을 일 년이 채 되지 않는 학생회 임기 기간 동안 유의미한 정도로 해결할 수 있을까? 전임 학생회의 사업이 후임 학생회로 잘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학교 학생회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선승범: 학생회 선거를 치르는 과정이 학생들과 학생회가 알고 있는 사실들을 공유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약집을 만들 때에도 선거 기간에만 읽히는 책자가 아니라 학교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고 싶은 분들이 두고두고 읽을 수 있는 책자를 만들고 싶었다. 저는 규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고, 제도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법과 제도는 보이지 않는 형태로 우리 삶에 개입하기 때문이다.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지는 무언가가 흘러갈 수 있는 길이라는 의미의 ‘물꼬’라는 말에 함축되어 있기도 하다.

 

김수인:  학생 참여율이 저희 학교가 특히 저조한 편이기도 하고 일년이라는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생회 일을 안 할 수는 없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해보겠다는 점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다.

 

최근 몇 년을 돌아보면 교학협의회가 매번 성공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든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수인: 교학협의회는 학교본부와 얘기하는 자리다. 교직원은 이 학교에서 일을 하는 분이지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아니다. 그들에게 적용되지 않는 부분이 학생들에게는 적용된다. 그래서 학생들이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 학생회가 더욱 귀찮게 해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귀찮게 하는 일은 정작 귀찮게 하는 사람 자신도 지치게 하는 일이어서 학교의 일처리에 대해 점점 타협하는 부분이 생기고 [그 부분이 교학협의회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선승범: 저는 신문사에서 일하면서 지난 3년 동안 종종 교학협의회를 참관한 적이 있다. 학생들이 좀 더 구체적으로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교직원들은 전적으로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다. 학교본부라는 관료제적인 조직은 명백하게 규정과 제도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학생들이 인지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관련 규정을 좀 더 자세히 찾아보고 거기에 나와있는 조항들을 이용해서 주체적으로 요구해야 하는 부분인데도 단순한 민원정도 수준으로 협상하는 모습을 보았다. 민원이나 불편 사항들은 상시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부분인거고, 교학협의회는 보다 근본적인 차원의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질적인 수준에서 논의되어야 할 문제를 민원 수준으로 격하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교학협의회도 한 학기에 한 번 정도 밖에 열리지 않는데, 정확한 규정을 만들어서 한학기에 두 번, 필요한 경우는 그 이상도 만날 수 있게 해야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좀 더 체계적으로 선거를 준비하고 유세 또한 더 적극적으로 벌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런 부분에서 부족했던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두어 달 동안 선거 문제를 갖고 씨름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조금 지친 건 사실이지만 많은 것을 배웠다. 응원해주신 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진지하게 해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긴장을 하게 되는 것도 있는 거 같다. 표정이 좀 어두워보일 수 있는데 하기 싫은 게 진짜 아니다. 참고로 저희 포스터에서 선승범 씨는 웃고 있는 것이다.

 

글: 서이다 기자·홍지수 수습기자, 사진: 안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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